'도자기 아줌마' 최연애씨 2년째 무료강습 열어

  • 입력 2001년 9월 23일 18시 44분


“도자기 덕분에 온 동네가 한가족처럼 지내요.”

경기 고양시 일산구 성석동 동호인 전원주택 단지 주부 최인혜씨(48)의 집은 ‘제집 드나들 듯’ 찾아오는 동네 이웃들로 늘 북적댄다. 이들은 일곱 살 꼬마부터 비슷한 또래의 주부들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 32가구의 주민을 하나로 묶은 것은 도자기.

최씨는 3년 전 취미로 도자기 만드는 법을 배웠다. 그녀는 지난해 초 전원주택 단지로 이사와 전기가마를 갖추고 본격적으로 도자기를 구워내 주민들의 관심을 끌게 됐다. 주민들은 최씨의 작업장을 기웃거리다 호기심에 도자기를 직접 만들게 됐다.

작은 밥그릇을 만드는 어린이부터 접시와 꽃병을 만드는 주부들까지 도자기 만들기가 보기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이들은 하나씩 최씨의 지도를 받기 시작했다. 사람이 많아지자 최씨는 지난해 8월경부터 매주 한차례 강습을 하게 됐다.

전기 물레를 돌리며 손으로 그릇을 빚어 ‘초벌구이-유약-채색’ 과정을 거쳐 다시 구워내는 도자기 만들기는 손이 많이 가는 작업. 자신이 직접 쓸 물건을 만드는 수강생들은 최씨의 지도에 귀를 기울이며 소홀함이 없도록 정성을 들인다.

남편들은 아내가 만든 소주잔이나 아이들이 만든 가족 문패를 보며 신기해했다. 아예 주말을 이용해 최씨에게 도자기 만드는 법을 배우는 남편들도 생겨났다.

가장 먼저 최씨에게 배워 ‘최고참’ 대우를 받는 백민주양(9)은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 아롱이에게 밥그릇을 만들어 선물한 게 가장 자랑스럽다. 김수홍군(7)은 이웃 누나에게 지지 않으려고 틈나는 대로 이것저것 만들어내는 억척스러움을 보이고 있다.

최씨는 “어린이들이 생각 밖으로 집중력이 뛰어나다”면서 “자신의 손으로 직접 무엇인가를 만든다는 게 큰 재미를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녀는 95년 항공사에 근무하는 남편과 함께 일본에서 생활할 때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막내가 졸업장을 담는 함을 만드는 과제를 받아오자 도자기를 생각해냈다. 자신이 소중하게 사용할 물건을 직접 만드는 것이 산교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씨는 귀국한 뒤 고양시 일대 도예가들을 찾아다니며 3년여 동안 제작기법을 배웠고 가정에서 쓸 정도의 생활자기를 만들어낼 수준이 됐다. 그녀는 아파트를 떠나 전기가마를 쓸 수 있는 전원주택으로 과감하게 이사했다. 도심과 떨어져 있어 대학과 고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불편해 하지만 ‘엄마의 소중한 인생’을 잘 이해해 준다는 것이 최씨의 설명.

최씨는 “공기 좋고 잔디 심어진 마당에서 도자기를 만드는 재미가 여간 아니다”며 “더불어 사는 삶의 의미를 이제야 느낀다”고 말했다.

<고양〓이동영기자>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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