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결식학생 도시락배달 경주 신라공고 선생님들

  • 입력 2001년 9월 16일 18시 38분


“하루도 빠짐없이 따스한 도시락을 배달해주시는 선생님들이 정말 고맙습니다.”

경북 경주시 천북면 신당리 신라공업고 교사들이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5년째 도시락을 배달해주고 있다.

결식학생에 대한 지원이 없었던 97년 3월 이 학교 교사들은 점심 도시락을 싸오지 못해 물로 허기를 때우는 학생 30여명을 위해 경주시내 봉사단체를 수소문했다. 어렵사리 도시락을 제공하겠다는 시내 식당 등을 찾아냈으나 학교가 멀어 배달은 어렵다고 하자 교사들이 발벗고 나섰다.

이때부터 점심시간 전에 수업이 없는 교사들이 30분 정도 승용차를 몰고 경주시내 식당까지 가 도시락 30개를 받아 학교로 실어나르고 있다. 빈 도시락은 다음날 ‘배달당번’ 선생님이 퇴근길에 되돌려준다.

그동안 도시락 ‘배달사고’는 한번도 없었다. 하봉조(河奉兆·42·전자기계) 교사는 “아무리 날씨가 궂어도 도시락을 기다리는 학생들을 생각하면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시락을 싸주는 경주시 동천동 ‘이웃집 도시락’ 이영발(李永發·75) 할머니는 “학생들이 먹은 빈 도시락에는 ‘고맙게 잘 먹었다’는 쪽지가 들어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이 학교 교사 80여명과 전교생 1000여명은 도시락 배달이 시작되면서 밀알장학회를 결성, 월급과 용돈에서 십시일반으로 해마다 800만원가량을 모아 형편이 어려운 학생 60여명을 돕고 있다.

<경주〓이권효기자>sapi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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