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준 열사, 106년만에 졸업 '자랑스런 서울법대인'에

  • 입력 2001년 5월 25일 18시 37분


구한말(1907년) 고종의 특사로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참석했다가 순국한 이준(李儁) 열사가 서울대 법대 동창회(회장 배명인·裵命仁)에 의해 ‘자랑스런 서울법대인’으로 선정됐다. 그는 당시 조선 독립을 세계 만방에 선언하려다 일본의 방해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 열사가 ‘서울대 법대 동문’이라는 자체가 흥미로운데다 가능한 한 생존 동문들을 ‘자랑스런 서울법대인’으로 뽑는 서울대 법대 동창회의 관례에 비춰 볼 때 이번 선정은 눈길을 끈다.

이 열사는 1895년 서울대 법대 전신인 ‘법관양성소’의 1기 졸업생으로 한성재판소 검사(당시 검사는 재판소에 소속)를 지냈다. 또 독립협회 평의장을 지냈고 독립신문 발행에도 참여해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관양성소는 1890년에 ‘법학교’로, 1909년에 ‘경성전수학교’로, 일제강점기인 1920년 초 ‘경성법학전문학교’로 바뀌었으며 이들 각 학교의 설치령에는 그 전 학교를 승계한다는 규정을 뒀다. 이어 경성법학전문학교는 1926년에 생긴 ‘경성제대 법학과’와 양립하다 광복 후인 1946년 서울대가 세워지면서 두 학교가 서울대 법대로 통합됐다.

서울대 법대 동창회 상임부회장인 이상혁(李相赫)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의 전신에 이 열사와 같은 훌륭한 선배가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시상식에 참석한 이 열사의 친외손녀 유성천(柳星天·74)씨는 “외할아버님은 매우 강직하고 애국심이 강한 분이셨다”면서 “그분의 업적을 기려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25일 오후 6시 서울 프라자호텔 덕수홀에서 열린 ‘2001년도 동창회 정기총회 및 제9회 자랑스런 서울법대인 시상식’에서는 이 열사 외에 김택수(金澤壽·별세) 전 국회의원, 선우종원(鮮于宗源) 변호사, 윤세영(尹世榮) SBS회장이‘자랑스런 서울법대인’상을 수상했다. 이날 행사에는 300여명의 동창들이 참석했다.

<김정안기자>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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