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황경박사 빈소 스케치]여성교육-농촌운동 큰 발자취

  • 입력 2000년 11월 3일 18시 39분


2일 타계한 서울여대 설립자 고황경(高凰京)박사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노원구 공릉2동 서울여대 바롬교육센터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교육계 학계 인사와 후배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조화를 보내 고인을 추모했고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 총재, 오명(吳明)동아일보사장, 이창로(李昌櫓)대광학원 부이사장, 장충식(張忠植)대한적십자사 총재와 각 대학 총장도 조화를 보냈다.

고박사는 우리나라 여성교육과 농촌운동에 일생을 바친 교육실천가로 교육계는 물론 사회활동에도 큰 발자취를 남겼다. 6·25전쟁 때 납북된 세브란스병원 고명우(高明宇)박사의 딸인 고여사는 일제 강점기 일본 동지사대 법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은 우리나라 ‘여성박사’ 2호.

해방 전까지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하며 사회복지시설인 ‘자매원’을 운영하는 등 사회봉사활동에 참여했고 해방 뒤 과도정부의 보건후생부 부녀국장을 지냈다.

고여사는 국내외 교회 300여곳을 돌며 모금활동을 한 끝에 1961년 서울여대를 설립했다.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행동하라’는 교육이념을 실천하기 위해 ‘바롬’을 자신의 호(號)로 정했고 가정 사회에서 행할 수 있는 실천교육과 공동체생활을 강조, 전교생이 교내 생활관에서 기숙사생활을 하도록 했다.

‘어머니가 강해야 나라가 발전한다’며 58년 대한어머니회를 설립해 86년까지 회장을 지냈고 유엔 한국대표, 국어순화운동 전국연합회장, 학술원 회원 등을 역임했다.

1회 졸업생인 윤경은(尹慶恩)서울여대 총장은 “‘여자육사’란 말이 생길 정도로 생활교육에는 엄격한 선생님이면서도 학생들과 기숙사에서 한 이불을 덮고 밤새 토론을 벌이는 등 자상한 어머니였다”고 회고했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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