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포터]南·北 하나된 '평양학생예술단' 공연

  • 입력 2000년 6월 10일 10시 46분


"먼 곳으로만 알았던 남녘 땅이 이렇게 가까운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 학생의 첫 인사로 시작된 '평양 학생 소년 예술단' 공연이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열렸다.

입장부터 여느 예술공연과는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가방을 검색하는가 하면 경호원들이 관람객들을 호위하고 있었다. 관객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을 보러 왔다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분단의 아픔이 공연 전부터 피부에 와 닿는 쓸쓸함을 느낄 수 있었다.

'공연 종목'이란 북한에서 만들어 온 기념 프로그램을 한장씩 들은 관객들은 벅찬 설레임과 조금은 경직된 분위기에서 공연을 반기고 있었다.

'반갑습니다.'의 노래와 춤으로 공연은 시작 되었고 관객들은 악동들의 신명나는 한바탕 놀이에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극장안의 열기는 뜨거웠다. 어린 소녀 소년들이 통일의 염원을 실은 공연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열을 쏟아 부었을까!

초반부 공연에서의 감상은 순수한 예술 감상에 하나의 감성을 실어 그들을 바라 보게 되었다. 왠지 애처롭기까지 한, 얼마나 혹독한 훈련이었을까! 엄마 젖을 그리워할 또래의 어린아이도 있지 않았던가...

그러나 중반부로 이어지면서 객석의 시각은 서서히 변하고 있었다. 거의 완벽한 테크닉과 신끼에 가까운 그들의 예술성에 도취되어 어린 학생들이란 것도 잊은 채 혼이 깃든 영혼의 예술을 경이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개조된 전통 악기의 신비의 힘은 대단했다. 우리의 혼을 그대로 살릴 수 있었고 전통악곡 뿐 아니라 서양악곡을 다루기에도 손색없는 멋과 맛을 지니고 있었다.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모두는 하나가 되어 노래하고 있었다. 사상도 이념도 잊은 채 우리는 한 민족의 아들 딸임을 확인 할 수 있는 순간 이었다.

마지막 순서 '다시 만납시다.' 의 노래를 들으며 우리 모두는 울었다. 분단의 슬픔이 서러워 목메어 울었다. 그들과 헤어짐이 아쉬워 지독히 한국정서로 울었다.

리틀엔젤스 단원들이 무대에 올라 함께 '우리의 소원'을 노래했다. 참으로 예쁜 무대였다. 하나가 되어 모두는 손을 잡고 노래했다. 밤새워 노래하고 싶은 더없이 행복한 날이었을 것이다. 짧은 공연의 감동은 영원한 여운으로 남아 있으리...

참으로 충격스럽고, 감탄스럽고, 벅찬 역사의 한 시간을 마음에 새겨 넣으며 통일을 그리지 않을 수 없었다.

남북한의 소년 소녀들을 한 무대 위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우리는 통일의 요정들을 만난 것이다. 어른들이 스케치 한 통일은 모가나고, 어둡고, 무겁고, 계산이 깔려 있어 쉽사리 다가서기엔 두려움도 있지 않았던가!

그러나 통일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그들 요술봉의 위력을 기대해 보고 싶다.

서성자 < 동아닷컴 인터넷 기자 > suhsungja@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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