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사이드] ‘손에 땀’을 쥐는 각색, 로맨스 작가 솜씨라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12월 11일 06시 57분


MBC 드라마 ‘나쁜형사’. 사진제공|MBC
MBC 드라마 ‘나쁜형사’. 사진제공|MBC
■ 예상 밖 인기 ‘나쁜형사’ 숨은 이야기

신인 작가 강이헌·허준우 데뷔작품
영국 원작 ‘루터’ 리메이크 성공 평가


드라마 ‘나쁜형사’가 지상파 방송의 금기를 깼다. 19세 이상 관람가 등급으로 첫 회를 시작할 때 우려와 호기심이 교차했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다. 지상파 미니시리즈, 특히 MBC 드라마로는 이례적으로 방송 2회 만에 시청률 10%대에 안착했다.

‘나쁜형사’의 돌풍에는 범죄수사물 특유의 긴장감은 물론 속도감 있는 전개와 오랜 시간 공들인 연출, 배우 신하균의 열연이 바탕이 됐다. 동시에 ‘사이다’ 같은 폭풍 전개는 또 다른 인기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드라마의 원작인 영국 BBC ‘루터’를 한국적 특색으로 적절히 각색, 탄탄한 이야기로 완성한 주역은 신인 강이헌·허준우 작가다.

이전까지 드라마 공모전을 통해 작가 데뷔를 준비해온 두 사람에게 ‘나쁜형사’ 극본을 제안한 인물은 연출자인 김대진 PD. ‘루터’ 리메이크를 구상하면서 김 PD는 이를 구현할 작가를 찾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이야기가 흥미롭긴 해도 국내 정서상 낯선 내용인 데다 이를 매만지는 작업이 쉽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또 MBC가 자체 제작하는 드라마이지만 오랜 파업 여파 끝에 기획이 시작된 탓에 활용할 작가군도 많지 않았다.

김대진 PD는 최근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작년 12월 ‘루터’ 리메이크를 결정하면서 작가 찾는 게 급선무였다”며 “그때 방송사와 계약된 작가가 없었고, 기성작가들과 작업하자니 제작비도 고려해야 했다”고 돌이켰다.

현실적인 문제로 제작진은 결국 신인작가 쪽으로 선회했다. 김 PD는 “정해진 예산과 조건 아래 가장 잘 쓸 수 있는 이들을 찾았고, 그 과정에서 드라마 공모전에서 우연히 본 두 작가를 만났다”고 했다.

이전까지 공모전을 준비하며 주로 로맨스 장르를 써온 두 신인작가는 마침 이탈리아 여행 도중 ‘나쁜형사’를 제안 받았다. 전공이 아닌 장르에 어리둥절한 것도 잠시. “사람 이야기를 해보자”는 데 뜻을 모았고, 과감한 도전은 결국 반전의 인기로 이어지고 있다. 연출자의 선구안이 적중한 셈이다.

그렇다면 김대진 PD는 왜 이들을 택했을까. “사건보다 사람이 중심인 이야기에 강한 작가들이었고, 무엇보다 대화가 잘 통하는 건강한 사람들”이라고 답했다. 허준우 작가는 미국 명문대를 졸업, 국내 대기업을 다니다 뒤늦게 작가의 꿈을 이뤄 눈길을 모으기도 한다.

7살 차이의 두 작가는 제작진 사이에서 “혼성 복식조”로 통한다. 여성인 강이헌 작가의 섬세함, 허진우 작가의 냉철함이 어우러진 것도 강점이다. ‘선덕여왕’ ‘뿌리깊은 나무’의 김영현·박상연 작가 역시 이런 방식으로 히트작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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