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나쁜형사’가 지상파 방송의 금기를 깼다. 19세 이상 관람가 등급으로 첫 회를 시작할 때 우려와 호기심이 교차했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다. 지상파 미니시리즈, 특히 MBC 드라마로는 이례적으로 방송 2회 만에 시청률 10%대에 안착했다.
‘나쁜형사’의 돌풍에는 범죄수사물 특유의 긴장감은 물론 속도감 있는 전개와 오랜 시간 공들인 연출, 배우 신하균의 열연이 바탕이 됐다. 동시에 ‘사이다’ 같은 폭풍 전개는 또 다른 인기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드라마의 원작인 영국 BBC ‘루터’를 한국적 특색으로 적절히 각색, 탄탄한 이야기로 완성한 주역은 신인 강이헌·허준우 작가다.
이전까지 드라마 공모전을 통해 작가 데뷔를 준비해온 두 사람에게 ‘나쁜형사’ 극본을 제안한 인물은 연출자인 김대진 PD. ‘루터’ 리메이크를 구상하면서 김 PD는 이를 구현할 작가를 찾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이야기가 흥미롭긴 해도 국내 정서상 낯선 내용인 데다 이를 매만지는 작업이 쉽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또 MBC가 자체 제작하는 드라마이지만 오랜 파업 여파 끝에 기획이 시작된 탓에 활용할 작가군도 많지 않았다.
김대진 PD는 최근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작년 12월 ‘루터’ 리메이크를 결정하면서 작가 찾는 게 급선무였다”며 “그때 방송사와 계약된 작가가 없었고, 기성작가들과 작업하자니 제작비도 고려해야 했다”고 돌이켰다.
현실적인 문제로 제작진은 결국 신인작가 쪽으로 선회했다. 김 PD는 “정해진 예산과 조건 아래 가장 잘 쓸 수 있는 이들을 찾았고, 그 과정에서 드라마 공모전에서 우연히 본 두 작가를 만났다”고 했다.
이전까지 공모전을 준비하며 주로 로맨스 장르를 써온 두 신인작가는 마침 이탈리아 여행 도중 ‘나쁜형사’를 제안 받았다. 전공이 아닌 장르에 어리둥절한 것도 잠시. “사람 이야기를 해보자”는 데 뜻을 모았고, 과감한 도전은 결국 반전의 인기로 이어지고 있다. 연출자의 선구안이 적중한 셈이다.
그렇다면 김대진 PD는 왜 이들을 택했을까. “사건보다 사람이 중심인 이야기에 강한 작가들이었고, 무엇보다 대화가 잘 통하는 건강한 사람들”이라고 답했다. 허준우 작가는 미국 명문대를 졸업, 국내 대기업을 다니다 뒤늦게 작가의 꿈을 이뤄 눈길을 모으기도 한다.
7살 차이의 두 작가는 제작진 사이에서 “혼성 복식조”로 통한다. 여성인 강이헌 작가의 섬세함, 허진우 작가의 냉철함이 어우러진 것도 강점이다. ‘선덕여왕’ ‘뿌리깊은 나무’의 김영현·박상연 작가 역시 이런 방식으로 히트작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