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서 대박난 한국 유튜버 “블라이미를 아시나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1월 21일 16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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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블라이미
사진제공|블라이미
재미로 말레이시아 라면 영상 올렸다가 대박
채널 개설 1년 만에 8만 구독자 ‘클릭’
반대하던 부모님, 이젠 “언제 올리냐” 열혈팬


유튜브는 요즘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에게 기회의 땅이자 절망의 바다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상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스타 크리에이터’의 꿈을 안고 유튜브에 도전하지만 정작 성공을 맛보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튜브는 여전히 젊은이들에게 희망의 빛이 되고 있다. 자신만의 아이디어와 창의력, 끼를 장착하고 당당히 유튜브의 격랑 속으로 몸을 던진다.

블라이미(Blimey)는 세 명의 한국 여성 크리에이터가 모여 만든 유튜브 채널이다. 2017년 1월 21일에 개설했으니 이제 1년이 되었다. 1년 동안 블라이미는 8만여 명의 구독자를 모았고, 900만회 이상 조회됐다.

‘한국여자들의 말레이시아 문화체험’을 콘셉트로 출발한 블라이미는 “한국사람들은 말레이시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말레이시아 독자들의 호기심을 해결해주는 영상을 업로드해 왔다.

블라이미는 말레이시아를 타깃으로 하는 유튜브 채널 중 가장 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이다. 말레이시아 현재 미디어들도 주목하고 있을 정도다. 블라이미가 제작한 코타키나발루 여행 영상은 말레이시아 사바 관광청의 협찬을 받아 제작했다. 뮤직비디오 리액션 영상은 말레이시아 인기 동영상 2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이렇듯 1년 만에 ‘작지만 알찬 성공’을 거둔 블라이미 크리에이터들이 궁금했다. 과연 누가, 무슨 생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블라이미의 현재를 쌓아올릴 수 있었을까. 이들의 단단한 성공담은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또는 지금 이 순간 유튜브의 망망대해에서 길을 잃은 이들에게 똑부러진 표지판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크리에이터들 소개를 좀 부탁드립니다.


“양다솔: 안녕하세요! 블라이미의 맏언니 28세 양다솔입니다. 저는 ‘다솔’로 활동하고 있고요, 실제로는 맏언니지만 막내 같은 비주얼과 에너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최혜림: 안녕하세요. 블라이미에서 디자인과 아이디어 뱅크를 맡고 있는 26세 최혜림입니다. 유튜브에서는 ‘예림’이라는 별명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주희: 블라이미 막내 26세 한주희입니다. 채널 안에서는 글로벌함을 담당하고 있고요, ‘제이드’라고 불립니다.”

-유튜브 채널 이름이 ‘블라이미’인데요. 어떤 의미인가요.


“한주희: 블라이미는 ‘오 이런!’, ‘세상에!’와 같은 감탄사입니다. 새로운 사실을 알았을 때 사용되는 단어예요. 처음 채널을 설립할 때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새로운 영상들을 만들자는 대단한 포부(?)가 있었어요. 그래서 이런 이름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양다솔: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려드리자면, 저희가 이름을 정할 때 예쁜 영어 단어, 듣기 좋은 영어 단어를 검색해 보다가 주희가 ‘Blimey‘라는 단어를 찾아냈어요.”

사진제공|블라이미
사진제공|블라이미

-블라이미를 론칭하게 된 사연이 궁금합니다.

“최혜림 : 저희 셋은 같은 대학교에서 만났어요. 아이디어가 많은 친구들이라, 직접 기획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에 보람을 느껴 영상 제작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영상을 배우다 보니 ‘지금 아니면 언제 해 보겠나’하는 생각이 들어 유튜브 채널 블라이미를 시작하게 됐어요.”

“한주희: 맞아요. 그리고 항상 뭔가를 만들기 위해 어디로든 들어가야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왜 그냥 만들고 싶을 때 만들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만들고 싶은 영상을 만들자!’ 하는 생각으로 캐주얼하게 시작했던 것 같아요.”

“양다솔: 저는 꿈이 PD이다 보니 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혼자서는 시작할 엄두가 안 나서 계속 미루고만 있었죠. 주희와 혜림이가 같이 해보자는 제안을 했을 때, 1초도 고민하지 않고 바로 오케이 했어요.”

-‘세 한국여자들의 말레이시아 문화체험’이라는 콘셉트가 눈길을 끕니다. 콘셉트에 대한 이야기가 듣고 싶은데요.

“최혜림: 어느 날 말레이시아에 여행을 다녀온 친구가 말레이시아 라면을 선물해 줘서 ‘한국 사람들의 말레이시아 라면 반응’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근데 말레이시아에서 이 영상이 그야말로 대박이 났어요. 그래서 말레이시아에 대해 조사를 해보니 다른 동남아시아와 마찬가지로 K-POP과 한국에 대한 관심이 정말 많았습니다.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한국 사람들은 말레이시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반면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에서 한국인 유튜버들이 활동하는 것과는 달리 말레이시아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유튜버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말레이시아 분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드리고 말레이시아에 한국 문화를 알리는 영상을 제작하게 되었어요. 이제는 저희 영상이 말레이시아 뉴스에 나올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2017년 1월21일에 채널을 개설해 1년 만에 8만여 명의 구독자가 생겼습니다. 이 채널이 이렇게 사랑을 받게 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양다솔: 구독자들과의 소통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영상을 만들기 전에 항상 ‘우리 구독자들이 어떤 콘텐츠를 좋아할까’, ‘요즘 어떤 것에 가장 관심을 가질까?’ 고민을 정말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구독자분들이 올려주시는 댓글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읽고, 궁금한 게 있으면 저희가 먼저 댓글로 질문을 던지기도 해요. 이렇게 대화를 주고받다 보면 다음에 어떤 영상을 만들어야 할지 감이 오더라고요. 꾸준함 역시 또 하나의 이유라고 생각하는데요.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한 달에 6편 이상씩 꾸준하게 새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어요. 구독자분들이 빠져나갈 틈을 안 드리는 거죠!”

“한주희: 전반적으로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그 덕을 많이 봤다고 생각해요.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K-POP 가수들이나 한국 드라마, 예능 덕분에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인식도 좋은 편이고요. 더 흥미롭게 여겨 주신 달까요.”

블라이미가 최고 조회수를 기록한 뮤직비디오 리액션 영상. 사진제공|블라이미
블라이미가 최고 조회수를 기록한 뮤직비디오 리액션 영상. 사진제공|블라이미

-지금까지 몇 개의 영상이 업로드 되었는지. 그리고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영상은 어떤 것이었나요.

“양다솔: 지금까지 총 75편의 영상을 업로드 했는데, 그 중 50편이 말레이시아와 관련된 영상이에요. 타깃을 바꾼 후로 말레이시아 여행, 음식 리뷰, 영화나 뮤직비디오 리액션 등 다양한 영상을 올리고 있는데 리액션 영상 반응이 늘 좋아요. 아무래도 그 시기에 가장 인기있고 바이럴이 되고 있는 콘텐츠만 찾아서 리액션을 하다 보니 저희 영상까지도 같이 바이럴이 되더라고요. 최근에는 말레이시아 유튜브에서 인기 동영상 1위를 기록한 뮤직비디오를 보고 리액션 영상을 올렸는데, 그 영상이 말레이시아 인기 동영상 2위까지 올라갔어요. 현지 TV뉴스에 저희 영상이 소개되기도 했고요. 지금 조회수가 115만회가 넘었는데 볼 때마다 신기하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해요!”

-댓글을 보니 해외 구독자들이 한국보다 더 많은 것 같습니다.

“한주희: 네, 저희 구독자가 지금 8만 명 정도인데요, 그 중 92퍼센트 정도가 말레이시아 구독자이고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다양한 나라에서 저희 채널을 구독하고 계세요. 채널 타깃을 말레이시아분들로 정했기 때문에, 긍정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죠.”

“최혜림: 저희가 말레이시아를 타깃으로 잡을 때, 말레이시아와 한국을 연결하는 다리가 되어보자고 생각했어요. 저희의 목표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아서 뿌듯해요.”

-말레이시아 사바 관광청의 협찬을 받아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협찬을 받게 된 사연이 궁금한데요.


“한주희: 저희는 말레이시아 콘텐츠에 대한 리액션뿐만 아니라 여행 시리즈도 연재하고 있는데요, 지난 여름에 쿠알라룸푸르 여행 시리즈를 제작한 적이 있어요. 다음 여행지를 모색하던 중, 관광지로 유명한 코타키나발루를 조사하다 그곳 사바 관광청의 관광사업이 정말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발견했죠. 협찬을 시도해 볼 수 있겠다 싶어서 저희 팀에서 먼저 메일을 보내서 관광 협찬을 받게 되었어요. 안 그래도 관광청에서 한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는 추세라, 한국인을 통한 홍보활동을 하고 싶어 하셨더라고요. 딱 타이밍이 맞았던 것 같아요. 덕분에 저희끼리만 갔으면 절대 하지 못했을 경험들을 잘 하고 왔습니다.”

-말레이시아에 이어 국내편도 계획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혜림: ‘무슬림을 위한 한국 여행 가이드’ 영상을 준비 중이에요. 블라이미 채널의 말레이시아 구독자 대부분이 무슬림인데요. 댓글에서 많이 언급되는 것 중 하나가 ‘한국은 무슬림이 여행하기 힘든 나라’라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의 할랄 음식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니 한국 여행 자체가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무슬림 구독자분들을 위해 한국 여행지와 할랄 음식점을 소개하는 영상을 제작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 영상을 통해서 무슬림 분들의 한국 여행에 대한 장벽이 낮아졌으면 좋겠어요.”

“양다솔: 구독자분들과 댓글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한국에 여행 왔는데 어디를 가면 좋겠냐는 질문을 종종 받아요. 명동처럼 누구나 다 가는 관광지말고, 현지인만 아는 핫 플레이스나 한국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장소를 소개해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할랄 푸드에만 초점을 맞춰서 프로젝트를 기획했는데, 여행 가이드로 확장 시키게 되었어요.”

사진제공|블라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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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크리에이터로서의 장점과 단점은 어떤 것일까요. 그리고 주변의 시선에 대해서도.


“최혜림: 영상 하나하나 제가 직접 기획하고 만든다는 것에 대한 보람이 크고, 그 영상에 대한 피드백을 댓글로 확인할 수 있는 게 재미있어요. 바다 건너에 우리 영상을 보고 우리를 아는 사람들이 8만 명이나 있다는 것도 신기하구요. 다만 아직은 돈을 벌지 못해서 아르바이트와 병행하는 게 체력적으로 힘들죠(웃음). 제 걱정과는 달리 부모님이나 취직한 주변 친구들은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는 모습이 멋있다며 응원해주고 있어요.”

“한주희: 저희끼리 영상을 만들어서 가장 좋은 점은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만약 다른 큰 곳에서 영상을 만들었다면 이런 저런 제약이 많을 것 같은데, 저희 채널에서는 제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걸 그대로 영상으로 구현해도 된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죠. 그렇지만 발전을 위해 공부하고자 할 때 회사처럼 신입사원 교육제라든지 일을 배울 수 있는 선배들이 있는 게 아니니까 모든 걸 스스로 찾아서 익혀야 한다는 단점은 있는 것 같아요. 주변에서는 대견하게 생각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오히려 에너지를 받으며 작업하고 있어요.”

“양다솔: 개인 크리에이터는 기획, 촬영, 출연, 편집뿐만 아니라 광고를 따내는 일부터 저희를 홍보하는 일까지 다 스스로 해야 해요. 이게 힘든 점도 있지만 여러 가지 분야의 일을 한 번에 배울 수 있어서 앞으로 무슨 일을 하게 돼도 지금의 경험을 다 살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려운 점은 아무래도 스태프가 따로 없다보니 야외 촬영에 제약이 많아요. TV 예능처럼 풀샷부터 클로즈업까지 화면 구성을 다양하게 하고 싶은 욕심은 있는데, 현실은 삼각대 하나 세워두거나 핸드폰으로 셀프촬영을 하는 정도라 늘 아쉬움이 남아요. 저 같은 경우는 나이가 좀 있는 편이라 사실 주변에서 걱정을 더 많이 하세요. 빨리 취업하라고(웃음). 그렇지만 오히려 처음에 반대하셨던 부모님은 지금 저희 채널의 열혈 구독자가 되셨어요. 영상이 안 올라오면 빨리 올리라고 전화를 하실 정도로 응원을 많이 해주세요!”

-국내 크리에이터 또는 1인 미디어의 비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양다솔: 멘토링을 받으러 유튜브 엠베서더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었어요. 놀랍게도 참석자 대부분이 10대였고, 심지어는 더 어린 초등학생 친구들도 있더라고요. 요즘 초등학생들이 장래희망 란에 ‘유튜버’를 쓴다는 게 실화라는 걸 몸소 느낄 수 있었죠. 근데 그 친구들과 대화를 나눠보니, 단순히 유명해지고 싶어서 유튜브를 하는 게 아니라 콘텐츠 제작에 대한 열정도 가득하고 자신만의 색깔 또는 관점도 가지고 있더라고요. 그걸 보고 국내 1인 미디어가 향후 10년 동안은 쉽게 무너지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주희: 또 한편으로는 이미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유입되어있고, 앞으로 더더욱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TV, 스크린으로만 만날 수 있던 연예인 분들도 유투브로 들어오고, 전문성을 가진 크리에이터들도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렇지만 그만큼 1인 미디어의 영향력도 강해졌기 때문에, 그 경쟁을 뚫고 살아남는다면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제공|블라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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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개인 크리에이터를 희망하는 친구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요.

“최혜림: 유튜브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나 잘 하기는 힘든 것 같아요. 블라이미를 시작하고 나서 꾸준히 영상을 기획하고 업로드했어요. 처음 시작했을 때는 조회수도 안 나오고 구독자도 없어서 힘들었지만, 매달 한 달을 되돌아보면서 작은 성장이라도 성취감을 느꼈던 게 도움이 되었어요. 지금도 꾸준함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영상 만드는 것이 즐겁다면 조급해하지 말고 꾸준하고 우직하게 성장하자고 마음먹어야 해요.”

“양다솔: 혜림이 말에 공감을 많이 해요. 처음 시작할 때는 누구나 제2의 밴쯔, 제2의 영국남자를 꿈꾸잖아요. 근데 현실은 구독자 100명 모으는 것도 쉽지 않아요. 초기에 구독자가 늘지 않는다고 해서 쉽게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트렌드를 잘 따라가면서 꾸준히 영상을 올리다보면 언젠가는 그 노력을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분명히 생길 거예요! 그리고 요즘엔 잘 찾아보면 1인 크리에이터를 지원해주는 프로그램들이 정말 많아요. 그러니까 어려움이 있으면 혼자 고민하지 말고 그런 프로그램들을 찾아서 지원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한주희: 사실 저는 유튜브를 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만 2년이에요. 해야 하는데… 이것도 하고 싶은데… 하면서 2년이 지난 거죠. 우연히 마음이 맞는 친구들을 만나 고맙게도 용기를 낼 수 있었지만, 만약 망설이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그냥 카메라를 들고 하나라도 올려 보라고 하고 싶어요. 처음부터 완벽해야 할 필요도 없고, 채널에 대한 방향이나 타깃은 만들면서 잡아가면 되는 거니까요.”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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