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난사에 어린이-노인까지 ‘참혹’…이집트 콥트교 신도 노린 테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6일 22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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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에서 소수종교인 콥트교 신도를 노린 무차별 총기난사 테러로 최소 2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

이집트 매체 알아흐람에 따르면 이번 테러는 26일 이집트 수도 카이로 남부 220km 떨어진 민야 지방 동부지역에서 성 사무엘 수도원으로 향하던 콥트교 신도들을 태운 버스 2대와 트럭 1대를 겨냥해 벌어졌다. 도로를 달리던 버스들을 향해 군복을 입은 무장괴한 8~10명이 4륜 구동 차량 3대에 나눠 타고 접근해 자동소총을 난사했다. 사망자는 어린이부터 60세 이상 노인까지 다양하다고 이집트 내무부가 발표했다.

공개된 현장 사진을 보면 총격을 맞은 사람들이 피 흘리며 사막에서 나뒹굴고 있고, 어린이가 입은 하얀 옷이 빨갛게 물들어 테러의 참혹함을 그대로 전해줬다. 부상자들은 카이로 나세르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 중이다.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사고 직후 비상안보회의를 소집해 용의자 추적과 피해 상황을 총괄했다.

이집트 9200만 인구 중 90%가 무슬림이고, 10%가 콥트교 신도다. 다수 종교인 이슬람도 애도를 표했다. 수니파 이슬람 최고 교육기관인 알아즈하르의 수장인 아흐메드 알 타에브 대(大)이맘은 “이번 공격은 국가를 불안케 하려는 의도”라며 “모든 이집트들이 끔찍한 테러에 맞서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테러를 자처하는 세력은 아직 없지만 평소 콥트교를 적대시하며 테러 대상으로 삼아온 이슬람국가(IS)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IS는 지난해 12월 카이로의 콥트교회에서 자살폭탄테러로 29명을 숨지게 하며 콥트교에 대한 추가 테러를 예고했다. 부활절 전주인 종려주일을 맞은 지난달 9일에는 탄타와 알렉산드리아의 콥트교회에 연쇄 테러를 벌여 47명이 숨졌다.

카이로=조동주특파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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