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와 김성근 감독은 왜 전격 결별했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5월 23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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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한화 김성근 감독. 스포츠동아DB
전 한화 김성근 감독. 스포츠동아DB
한화 김성근(75) 감독이 사령탑에서 전격적으로 물러났다. 시즌 도중 갑작스러운 사령탑 교체에 한화 선수들도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페넌트레이스를 이어가게 됐다.

한화 구단은 23일 대전 KIA전을 앞둔 오후 3시8분 보도자료를 통해 ‘김성근 감독은 지난 21일 대전 삼성전 홈경기 종료 후 구단과 코칭스태프에 사의를 표명했다’면서 ‘구단은 현재 감독의 사의 표명에 대한 수용 여부를 협의 중이다’고 공식 발표했다. 한 매체가 오후 2시23분에 ‘한화 김성근 감독 경질’과 관련한 보도를 내보냈기 때문이었다. 구단의 주도 아래 결정한 ‘경질’과 감독의 자발적인 의사인 ‘사의표명’을 두고 혼선이 빚어진 데다, 당시로선 그룹의 최종 결정이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는 설명이었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이미 김 감독의 퇴진과 관련한 기사들이 쏟아진 경기 직전까지도 “그룹 관계자가 서울에서 내려와 대전 모처에서 감독님과 만나서 사의표명 수용 여부에 대해 면담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최종 결정이 나오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경질이든, 사퇴든 일을 돌이키기에는 너무 멀리 와 버렸다.

한화는 지난해 말 박종훈 단장이 부임한 뒤 1군과 2군(퓨처스)의 분리 운영을 천명했다. 김 감독이 퓨처스 선수들을 수시로 1군에 불러올려 훈련을 시키고 실제로는 1군 등록 없이 다시 퓨처스팀에 보내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서 구조적으로 계획적인 육성이 어려워지고 부상자도 속출했기 때문이다. 투수들이 김 감독 앞에서 많은 투구를 하다 퓨처스에 돌아가면서 실제 퓨처스 경기에 던질 투수가 부족한 사태가 연이어 벌어졌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한화 구단은 올 시즌 1군과 2군을 철저히 분리해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면서 개막 직후부터 김 감독과 구단의 마찰이 잦아졌다.

김 감독이 사퇴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도 역시 21일 삼성전 이후 퓨처스 선수들의 훈련 때문이었다. 이날 삼성전 도중 벤치클리어링까지 벌어진 데다 팀이 4연패를 당해 어수선해진 상황이었다. 김 감독은 구단 측에 퓨처스 내야수 김주현과 박준혁의 야간 타격훈련 계획을 알렸지만, 경기 후 한화 운영팀장이 김성근 감독실을 찾아가 1군에 정식 등록돼 있지 않은 퓨처스 선수들의 야간 타격훈련 계획에 대해 우려의 뜻을 전달했다. 그러자 김 감독은 그 자리에서 “못해먹겠다”며 사의를 표명한 뒤 곧이어 1군 코칭스태프가 모인 자리에서 “내일부터 안 나오겠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그룹 관계자에게도 전화를 걸어 사의를 표명했다.

김 감독은 실제로 휴일인 22일 훈련도 모두 취소한 뒤 대전구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23일 KIA전을 치러야하는 상황에서 박종훈 단장은 결국 낮 12시50분쯤 김광수 수석코치와 면담을 통해 “감독대행을 맡아 달라”고 제의했지만 김 수석이 고사했다. 그러자 이상군 투수코치에게 감독대행을 부탁했다. 그리고는 오후 1시20분 코칭스태프를 모아놓고 이 투수코치가 감독대행을 맡는다는 사실을 전달했다.

한화 구단은 “그룹에서 감독 사의 표명에 대한 최종 수용 결정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일단 KIA전은 치러야하기 때문에 이상군 투수코치를 감독대행에 임명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김성근 감독은 2014년 10월 한화와 3년간 20억원에 계약하면서 제10대 이글스 사령탑에 올랐지만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22일까지 올 시즌 18승25패(승률 0.419)로 9위에 머물렀고, 한화 사령탑 재임 기간(지난해 허리 수술로 빠진 12경기 제외) 319경기 150승166패3무(승률 0.475)를 기록했다. 2015년 6위, 2016년 7위에 그치며 가을잔치에 나서지 못했다. 프로통산 사령탑으로 23시즌 2646경기 1384승1202패60무(승률 0.535)의 성적을 올리면서 우승 3회, 준우승 2회를 달성했다.

대전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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