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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정치

[최영훈의 법과 사람]호남총리로 組閣 수준 개각하라

입력 2016-04-30 03:00업데이트 2016-04-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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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수석논설위원
귀를 의심했다.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편집·보도국장 오찬간담회 때다. 박근혜 대통령다웠다. 총선 참패에 사과는커녕 남 일처럼 무덤덤하게 반응했다. 그러나 안보·경제 위기를 거론하며 개각하지 않을 뜻을 밝힌 것만 의외였다. 인사 참사가 꼬리 물면 레임덕의 가속 페달을 밟을 우려 때문이었을까.

청와대 비서진 개편은 아예 언급조차 않았다. 총선 참패는 새누리당 지도부의 잘못이지 나와는, 청와대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은 연장선에 있다. 참 어처구니없다. 정치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누구나 ‘대통령의 사람들이’ 총선을 망쳤다고 여기는데 정작 당사자는 모르쇠로 오불관언(吾不關焉)이다.

이번 총선은 새누리당을 2당으로 추락시켰다. 더불어민주당에도 호남 참패의 일침을 놓았다. 국민의당 선전(善戰) 역시 심각한 피로현상을 드러낸 양당구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려는 유권자의 표심에 힘입은 것이다. 대통령이 달라져야 하는데 그럴 낌새조차 없다. 개각도 청와대 개편도 거부하다니….

2016년 4월 총선은 시대정신을 드러냈다. 그 요체는 정치나 관(官)이 군림하며 끌어가는 ‘수직 리더십’이 아니라 민(民)과 대화하며 함께 문제를 푸는 ‘수평 리더십’이다. 위정자가 섬겨야 할 백성이 소통 리더십을 요구했다.

박 대통령부터 민심을 경청해야 한다. 괴물 같은 국회선진화법 탓에 19대 국회 4년 내내 국정은 마비됐다. 그렇다고 발목 잡은 야당만 탓할 일은 아니다. 승자독식(勝者獨食)을 꿈꾼 박 대통령이나 집권당도 분명히 문제가 있다.

정치는 상대와 51 대 49로 나누고 배분하는 가능성의 예술이다. 그래야 야당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집권세력이 야당과 권한을 나누는데도 무책임하게 국정의 발목을 잡으면 현명한 국민이 예리한 눈으로 살펴 선거 때 심판하게 돼 있다.

인사는 몰래 하는 것이다. 특히 개각은 전격적으로 단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래야 장관이 마지막 순간까지 부처를 제대로 이끌 수 있다. 그래서 박 대통령의 최근 언급을 ‘당장 개각할 수는 없다’는 뜻으로 새기련다.

거야(巨野)와 티격태격하느라 국정 쇄신과 경제 살리기의 골든타임을 허송하지 않으려면 야당과 연립내각이라도 구성하면 좋겠지만 그럴 순 없을 것이다. 하물며 원칙을 중시하는 대통령에게 기대하기도 힘들다. 20대 국회 출범 전,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조각(組閣) 수준의 개각’을 하면 좋겠다. 그때쯤 황교안 국무총리도 1년 가깝게 재임한 셈이니 불명예 퇴진은 아니다.

황 총리의 후임으론 호남 출신을 임명하길 당부하고 싶다. 여소야대 구도 아래서 거야와의 소통을 위해서다. 1948년 건국 이후 임명된 43명 총리 중 호남 출신은 6명이다. 호남 총리가 건국 30여 년 뒤 전두환 정권 때 5·18민주화운동 이후 민심 수습 차원에서 처음 임명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나 진념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국가미래연구원장) 같은 경제에 방점을 둔 인물들이 있다. 임진왜란 때 진주성 2차 전투 이후 이순신 장군은 ‘若無湖南 是無國家(호남이 없으면 나라가 없다)’라고 했다.

대탕평 인사의 감은 떨어지나 지역을 떠나 찾을 수도 있다. 대구 출신 김병준 전 대통령정책실장(국민대 교수)도 총리감이다.

대통령의 비선 측근이 벌써 사람들을 접촉한다는 풍문이 들려온다. 인사는 타이밍을 놓치면 소기의 효과를 못 거둔다. 만사는 때가 있다.

최영훈 수석논설위원 tao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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