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 히로미씨, 홀몸 노인 생활관리사로 나선 사연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9일 21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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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다음날인 9일 전남 나주시 다시면의 한 가정집. 이주여성 이와세 히로미 씨(51·岩瀨 博美)가 인근 마을에 사는 할머니 이모 씨(77)의 집을 찾아 안부를 살폈다. 이 할머니는 나주에 살고 있는 큰아들이 자주 방문해 문안을 하지만 대부분 시간은 농촌 집에서 홀로 보내고 있다. 이 할머니는 “일본댁 히로미 씨가 말벗이 돼 적적한 생활에 활기를 넣어준다”고 말했다.

히로미 씨는 설 연휴 때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설을 쇠고 떠나 다시 혼자가 된 노인들을 찾아가 문안을 하거나 안부전화를 했다. 설 명절 끝자락에 더 커지는 홀몸 노인들의 외로움을 위로해주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일본 구마모토 현 출신인 히로미 씨는 1997년 남편 최진성 씨(54)를 만나 나주로 시집을 왔다. 그는 19년째 남편과 농사일을 하며 부업으로 유유를 배달해 3남매를 키우는 억척 주부다. 그는 남편이 운전면허증이 없어 농사일을 하는데 불편해지자 2003년 면허증을 땄다. 또 동네 부녀회장을 하면서 이웃들 애경사를 챙겼다.

히로미 씨의 활발한 생활은 2009년부터 홀몸 노인 생활관리사로 활동하는데 저력이 됐다. 그는 홀몸노인들을 일주일에 한번씩 찾아가 문안을 하고 두 번씩 안부전화를 하는 생활관리사로 7년째 활동하고 있다.

전국 생활관리사 8402명은 각자 홀몸노인 25~30명씩을 돌본다. 전국 홀몸 노인 20%정도가 생활관리사 돌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설 연휴에도 생활관리사들이 홀몸노인들을 챙기고 있다.

히로미 씨는 전남지역 생활관리사 921명 가운데 유일한 이주여성이다. 나주는 농촌이어서 홀몸노인 집이 멀리 떨어져 있다. 히로미 씨는 생활관리사 수당으로 받는 70여만 원을 거의 전부 차량 운행비로 써가며 노인들을 돌보고 있다. 중앙독거노인지원센터 관계자는 “한국 주부에게도 3D업종으로 통하는 생활관리사를 이주여성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것은 드문 사례”라고 말했다.

히로미 씨는 현재 나주 다시면 홀몸노인 30명과 문평면 홀몸 노인 9명을 보살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39명 가운데 4명은 설에도 아무도 찾지 않은 외로운 처지다. 히로미 씨는 “이들 4명은 자녀가 없거나 왕래가 끊겨 혼자 설을 보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하지만 한국은 노인들을 공경하는 문화가 있고 공동체 의식이 남아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히로미 씨는 동네 홀몸 노인들이 곤란한 상황에 놓이면 일본댁 하며 친근하게 찾을 정도로 듬직한 돌보미다. 한밤중에 병원에 데려다 달라는 홀몸 노인들의 전화를 받곤 한다. 히로미 씨는 “돌아가신 시부모님이나 일본에 홀로 계신 아버지(82)한테 못 다한 효도를 생활관리사를 하면서 조금이라도 대신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주=이형주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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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나주 다시면 홀몸노인 생활관리사 이와세 히로미 씨가 9일 인근 동네 이모 할머니의 집을 찾아 안부를 묻고 있다. 가족들과 함께 설을 쇤 이 할머니는 자녀들이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어 평소 농촌 집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전남 나주 다시면 홀몸노인 생활관리사 이와세 히로미 씨가 9일 인근 동네 이모 할머니의 집을 찾아 안부를 묻고 있다. 가족들과 함께 설을 쇤 이 할머니는 자녀들이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어 평소 농촌 집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전남 나주 다시면 홀몸노인 생활관리사 이와세 히로미 씨가 9일 인근 동네 이모 할머니의 집을 찾아 안부를 묻고 있다. 가족들과 함께 설을 쇤 이 할머니는 자녀들이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어 평소 농촌 집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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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세 히로미 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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