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난 쌍둥이 언니” 1인2역하며 軍간부에 7억 뜯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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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 몰린 어린이집 운영 30대
변호사 행세하며 “삼촌이 육참총장”… 카지노 투자 권유 103차례 돈 챙겨

우연히 걸려온 전화 한 통이 화근이었다. 2011년 1월 수화기 너머의 여성은 자신을 ‘송다솔’이라고 소개했다. 이 여성은 “실수로 번호를 잘못 눌렀는데 목소리가 참 좋다”며 설레게 했다. 자연스럽게 식사 자리를 약속해 만나기도 했다. 친분을 쌓아가던 어느 날 여성의 남편이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상하게 그 후로 연락이 끊겼다.

같은 해 5월 뜬금없이 e메일이 왔다. ‘다솔이의 쌍둥이 언니인 다희인데 동생이 죽었다’는 내용이었다. 마음이 불편했다. 이른 나이에 동생을 먼저 보낸 언니에게 연민이 생겼다. 연락을 이어가던 중 ‘다희’라는 여자는 카지노 사업 등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자신의 외삼촌이 육군참모총장이고 자신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라며 안심시켰다.

2013년 8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103차례에 걸쳐 7억5000여만 원을 건넸다. 중간 중간 5억 원가량을 돌려받았지만 앞서 약속했던 수익금은 없었다. 남은 2억5000여만 원은 돌려받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7월 이 여성을 검찰에 고소했다. 여성은 오히려 올해 1월 고리대금업을 했다며 남자를 군 검찰에 맞고소했다.

경찰 조사 결과 여성은 육군참모총장의 조카도 아니었고 로스쿨 출신 변호사도 아니었다. 쌍둥이 동생도 없었다. 여성은 2010년 자신이 운영하는 어린이집 확장을 위해 쓴 사채 빚을 갚으려고 사기를 쳤던 것이었다. 이 여성의 성이 송 씨라는 것만 빼면 모든 것이 거짓말이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현역 육군 소령 오모 씨(37)로부터 돈을 뜯어낸 송모 씨(36)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사채#어린이집#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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