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괴물?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의 시각에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6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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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몬스터!(아니라니까)
피터 브라운 글,그림·서애경 옮김
36쪽·1만1000원·사계절

바비는 학교에서 힘든 게 딱 하나 있답니다. 바로 커비 선생님. 이 책 첫 장면을 보면 수업시간인데도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아이가 보입니다. 주인공 바비인가 봐요. 수업 중인 교실에서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아이가 있다면 아마 선생님도 힘들 것 같습니다. 표정 관리도 힘들고 마냥 다정한 목소리를 유지하기도 어렵겠지요.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들이 잔뜩 긴장하게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 두려움은 ‘똑바로’, ‘제대로’, ‘정확히’를 요구하는 선생님에 대한 공포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아이에게 신입생의 전형적인 모습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주변 어른들의 영향도 있겠지요. 그렇다고 1학년 아이들을 대하는 선생님들이 다 엄하고 권위적인 모습인 것만은 아니에요. 아이의 긴장과 불안이 멀쩡한 선생님을 괴물로 만들기도 합니다. 바비에게 선생님은 무서운 초록색 괴물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선생님도 나름의 고충이 있으니 가끔 자기만의 조용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만의 조용한 장소가 바비의 비밀 기지로 가는 길에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요? 어쩔 수 없이 선생님과 시간을 보내던 바비의 눈에 선생님은 차츰 제 모습을 찾아갑니다. 사실 선생님은 정말 예뻤습니다.

이제 바비에게 선생님은 더 이상 괴물이 아닙니다. 문제는 습관인데요. 여전히 교실에서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바비에게 선생님 역시 살짝 괴물이 되었다 말았다 하지요. 긴장된 마음처럼 위로 빳빳하게 올라간 앞머리와 동그랗게 뜬 눈을 한 바비와, 아이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요건을 갖춘 괴물로 그려진 선생님의 이야기. 신입생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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