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칼럼]<조엘 킴벡의 Holly/Ad>틸다 스윈튼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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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0월 30일 07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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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주얼리 브랜드 광고 작업에 참여한 틸다 스윈튼. 사진|  Pomellato 광고 캠페인
이탈리아의 주얼리 브랜드 광고 작업에 참여한 틸다 스윈튼. 사진| Pomellato 광고 캠페인
지난 여름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팬들에게는 행복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감독의 새로운 영화인 '설국열차'가 한국에서 개봉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영화는 할리우드 영화 시스템하에서 만든 첫 작품이었기에 더 많은 기대를 하게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의 할리우드 데뷔작에 과연 어떤 유명 배우들이 참여하게 될런지는 제작시점 부터 많은 이들의 초미의 관심사였고, 그 주요 캐릭터 중의 한명이 배우 '틸다 스윈튼'이라는 소식은 정말 봉준호 감독다운 선택이었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틸다 스윈튼. 그녀처럼 존재감 하나만으로도 많은 것이 설명되는 배우는 할리우드에 그리 흔치 않다. 그녀가 그런 존재감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지금까지 그녀가 영화를 선택해 온 유니크한 기준과 그 선택한 영화의 역할에의 완벽한 이해도를 통한 탄탄한 연기력이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그녀의 그런 존재감은 비단 영화에서만 발휘되는 것은 아니다. 그녀가 사랑해 마지않는 예술가들과의 다양한 교류 또한 다른 배우들과는 확실한 레벨의 차이가 있다. 올해 5월 뉴욕의 MoMA의 전시공간에서 유리상자 안에서 낮잠을 자는 퍼포먼스를 감행할 정도로 그녀의 그것은 아티스트들과의 소통과 실행의 레벨까지 진전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영화나 아트 만큼이나 그녀의 존재감이 여실히 드러나는 장르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패션'일테다. 패션계에 있어 틸다 스윈튼은 많은 디자이너들의 살아있는 뮤즈이자, 브랜드의 얼굴이며, 패션 피플들이 손꼽는 최고의 동경의 아이콘이기 때문이다. 사실 틸다 스윈튼이 어떻게 패션계가 사랑하는 배우가 되었는지는 그 계기를 딱 꼬집어 말한기는 힘들다. 예측하건데 마치 불을 보고 날아드는 나방들 처럼, 다수 패션계의 거물 디자이너들이 그녀가 출연한 영화나 그녀가 참여한 아트 프로젝트들을 보고 자연히 그녀 곁으로 몰려들게 되지 않았을까.
틸다 스윈튼은 8월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에서 주연 메이슨 역으로 출연했다. 사진출처 | 영화 ‘설국열차’ 스틸컷
틸다 스윈튼은 8월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에서 주연 메이슨 역으로 출연했다. 사진출처 | 영화 ‘설국열차’ 스틸컷


결코 틸다 스윈튼은 다작을 하는 배우는 아니다. 그래서 어쩌면 다른 할리우드 스타들에 비해 대중적인 인지도가 그리 높은 편이 아닐 수도 있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로 손꼽히며 많은 재능있는 감독들이 함께 작업을 하고 싶어하는 배우이자,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비롯한 다수의 영화제에서 수상경력이 있는 그녀이지만, 참여한 작품들을 살펴보면 상업성이 강한 블럭버스터 영화보다는 칸느나 베니스 영화제에서 환영받을 법한 예술영화의 장르에 들어가는 다소 심도 깊은 작품들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영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스타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다소 낯선 배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틸다 스윈튼을 그녀에게 아카데미 트로피를 안겨준 영화 '마이클 클라이튼'에서의 카렌이나 성(性)을 넘나들며 천년이상을 살아간 '올란도', '나니아 연대기'의 하얀마녀 혹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에서의 엘리자베스, '콘스탄틴'에서의 가브리엘, '영 아담'의 벨라, '아이 엠 러브'의 엠마 그도 아니면 최근작인 '케빈에 대하여'에서 아들과 능숙하게 소통을 하지 못하는 엄마인 에바라고 설명한다면 아~그 중성적인 매력의 배우하고 무릎을 탁 칠지도 모르겠다.

영화에 있어서는 성향에 따라 그녀에 대한 인지도가 갈리지만, 패션에 있어서의 틸다 스윈튼이야 말로, 베스트 드레서나 패셔니스타 같은 말로는 감히 설명조차 되지 않은, 그야말로 많은 디자이너들의 영감의 원천이자 동경의 대상이며, 그녀 자체가 하나의 패션의 완성체라고 해도 과언이 절대 아니다.

남자보다 더욱 수트가 잘 어울린다고 평해지는, 그래서 남성들에게 보다 여성들에게 더욱 큰 지지를 받으며, 여자가 봐도 멋있는 매니쉬함을 부각시킨 룩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틸다 스윈튼이지만, 실은 매니쉬한 룩으로만으로 그녀를 한정지으면 절대 안된다. 왜냐면 그 어떤 의상도 그녀를 통해 표현되면 완전히 그녀만의 룩으로 변신하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만의 남다른 패션 감각과 독특한 스타일이 있기에 많은 디자이너들이 그녀를 뮤즈로 지칭하는데 망설임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패션을 예쁘게 표현하는 것 보다는 세련되고 멋있게 그러면서도 우아하게 표현해 내는 데 있어 틸다 스윈튼 만한 배우가 없다고 말할 만큼, 각종 시상식의 레드카펫 위에서도 그 진가는 여지 없이 발휘된다. 절친이라 불리는 하이더 아커만의 다소 소화하기 어렵다는 아방가르드한 의상도 그녀가 입으면 모두가 탐을 내는 최상의 실루엣을 선사할 정도로, 패션을 표현하는 데 있어 틸다 스윈튼 만한 배우는 찾아 보기 힘들다. 베스트 드레서라고 꼽힌 어느 여배우의 레드카펫 위의 드레스도 그녀의 의상에 비하면 그저 천편일률적인 시상식 패션의 하나로 보일 정도니 말이다.

이런 틸다 스윈튼을 패션 브랜드들이 가만히 내버려 둘리는 만무한 것이 당연지사. 하지만 그녀는 패션에 있어서도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다. 아무리 거금으로 유혹하고 이득으로 설득해도 그녀 자체의 패션에 대한 납득이 이루어 지지 않은 한, 절대 캠페인이나 매거진의 화보에 참여하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샤넬의 디자이너 '칼 라거펠드'는 이번 프리펄(Pre-Fall)시즌의 광고 캠페인의 모델로 틸다 스윈튼을 참여시키는데 성공했다. 이번 프리펄 시즌의 컨셉트가 스코틀랜드의 에딘버러 공방에서 영감을 얻은 다양한 패브릭을 사용한 컬렉션이다 보니, 자연히 무려 가족 대대로 천년이상 스코틀랜드에서 살고 있는 틸다 스윈튼이야 말로 이번 캠페인의 모델로 적역이었던 것이다. 칼 라거펠드는 틸다 스윈튼과의 작업을 위해 그녀와 오랜동안 다양한 패션 관련 작업을 진행해 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제리 스태포드'에게 캠페인의 기획을 의뢰했고, 그 결과 샤넬과 틸다 스윈튼이라는 환상적인 조합이 탄생하게 되었다.
"많은 이들이 오랜동안 그녀를 샤넬의 암묵적인 뮤즈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샤넬의 광고 캠페인에 그녀가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거죠. 마치 운명처럼 만나야 할 사람들은 어떻게든 만나게 된다는 말이 이럴때 하는 말이지 않나 생각이 들더라구요."라며 제리 스태포드는 당시의 상황을 회상했다.
틸다 스윈튼이  Pomellato 주얼리의 행사에 참여했다. (좌) - 틸다 스윈튼이 뉴욕의 MoMA에서 예술작품의 일환으로 유리관 속에서 낮잠을 자는 퍼포먼스 아트를 진행 중이다 (우).
틸다 스윈튼이 Pomellato 주얼리의 행사에 참여했다. (좌) - 틸다 스윈튼이 뉴욕의 MoMA에서 예술작품의 일환으로 유리관 속에서 낮잠을 자는 퍼포먼스 아트를 진행 중이다 (우).

1960년 생이니 벌써 50을 훌쩍 넘긴 나이이지만, 바로 눈앞에서 틸다 스윈튼을 본 사람으로서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녀는 절대 그 나이로 보이지 않을 만큼 피부는 물론 균형이 잘 잡힌 몸매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것. 정말 판에 박힌 표현일지는 몰라도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딱 틸다 스윈튼, 그녀를 두고 한 말이 아닐런지. 신장도 주변의 남자들과 동등할 만큼이었으니 아마도 180cm가깝지 않았을까. 틸다 스윈튼 하면 상징처럼 떠오르는 금발에 숏컷헤어와 투명하리 만치 새하얀 피부는 상상한 딱 그대로 였다. 하지만 한 매거진의 커버와 화보 촬영을 위해 런던에서 만난 틸다 스윈튼은 차갑게 느껴지는 이미지와는 전혀 상반되게 너무다 상냥하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해요. 생각과 달리 너무 따뜻한 성격이라 놀랐다고....나는 내 자신을 한번도 차갑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말이죠."라고 말하는 그녀의 미소마저 따뜻함이 묻어났다.

촬영 현장에 그녀가 현재 함께 살고 있는 남자친구인, 아티스트 산드로 콥(Sandro Kopp)과 그녀의 쌍둥이 자녀가 방문했다. 자녀들이 쌍둥이라고 듣긴 했지만, 실제로 만나보니 둘은 남자와 여자 쌍둥이였다. 촬영 며칠전에 중학교를 졸업해서 틸다 스윈튼의 런던 촬영에 맞춰 함께 왔다고 했다. 촬영의 중반 쯤에 찾아온 자녀들과 남자친구를 보자, 그녀가 세트에서 보여주었던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은 사라지고, 부드럽고 온화한 엄마의 미소로 바뀌었다. 그녀의 키를 벌써 넘어선 쌍둥이 자녀들은 아티스트이자 유명 극작가인 전 남편 존 번(John Byrne)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이지만, 그녀의 현재 남자 친구인 산드로 콥과도 사이가 아주 좋아 보였다. 영국의 타블로이드 신문과 가십 전문지들은 자주 그녀보다 거의 20살 정도 어린 독일과 뉴질랜드 계의 남자친구에 대해 '보이 토이(Boy Toy)'이거나 '아티스트 산드로 콥의 대표작품은 틸다 스윈튼의 남자친구'라고 살짝 비꼬와서 표현하기도 하지만, 그들에게는 그런 남들의 시선은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특히 나이차이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그저 너무 사랑하는 커플로 보일 뿐.

이번 화보 작업은 포토그래퍼의 의도에 의해 모델에게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이었는데, 프롭 스타일리스트가 조명을 다양한 각도로 움직이는 동안에 미동도 하면 안되는 고난위도의 작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최상의 결과를 위해 얼굴 표정 한번 찡그리지 않은 그녀를 보면서 왜 많은 사람들이 그녀을 칭할때 최고라는 말을 서슴치 않는지 절로 알것 같았다. 사실 영화 '설국열차'에서도 그녀가 맡은 '메이슨' 역할은 여배우로서는 다소 꺼려지는 그로테스크한 분장을 해야하는 역할이지만, 선택한 영화의 자신의 역할에 있어서 최상의 연기를 펼쳐 보이는 배우 틸다 스윈튼이기에 이 모든 것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처음에는 그녀가 맡은 역할이 남자 배우에게 돌아갈 예정이었지만, 그녀가 직접 여러차례 감독과 이야기를 나눈 끝에, 결국 그녀가 이 역할이 맡게 되었다고 한다)

"7월 말에 '설국열차' 개봉에 맞춰 한국에 방문하기로 했어요. 아직 한국은 한번도 가본적이 없지만 그래서 너무나 기대가 되네요."라고 말하는 그녀는 마치 어린아이의 그것처럼 한껏 들떠 있었다.

그녀를 세계적인 배우의 대열에 올려놓게 된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영화 '올란도'의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의 경계를 넘나들었던 그녀 처럼, 패션 뮤즈와 패션 아이콘을 넘나들며 극상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배우 틸다 스윈튼. 전세계 최초로 '설국열차'를 개봉한 한국의 공식석상에서 보여준 그녀의 스타일도 '역시'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기억에 남는 멋진 모습이었다.

조엘 킴벡 패션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재미 칼럼니스트 joelkimbec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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