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백남준 탄생 80주년 특별전들… 인간, 자연, 기계가 서로 얼싸안는다

  • Array
  • 입력 2012년 7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백남준 탄생 80주년을 기념한 ‘노스탤지어는 피드백의 제곱’전에 등장한 백남준의 로봇 작품들. 인간 기계 자연의 소통을 추구한 백남준의 작품을 중심으로 그와 비슷한 문제의식을 공유한 작가들의 작품을 한데 모은 전시다. 용인=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백남준 탄생 80주년을 기념한 ‘노스탤지어는 피드백의 제곱’전에 등장한 백남준의 로봇 작품들. 인간 기계 자연의 소통을 추구한 백남준의 작품을 중심으로 그와 비슷한 문제의식을 공유한 작가들의 작품을 한데 모은 전시다. 용인=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전시장에 켜놓은 흰 양초가 카메라와 프로젝터의 도움을 받아 마치 세포분열을 하듯 여러 개의 이미지로 너울거린다. 비디오아트의 창시자인 백남준(1932∼2006·사진)의 1989년 작품 ‘촛불 하나’를 지나가면 덴마크 출신 설치미술가 올라푸르 엘리아손의 ‘당신의 모호한 그림자’란 공간이 나온다. 관객이 흰 스크린 앞에 서면 빛의 마술을 통해 여러 개의 이미지로 나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경기 용인시 백남준아트센터(관장 박만우)가 백남준 탄생 80주년 특별전으로 20일 개막한 ‘노스탤지어는 피드백의 제곱’전에 선보인 작품들이다. 일반적인 회고전이 아니라 그의 작품과 국내외 작가들의 작업을 함께 전시해 백남준의 정신이 현대에 어떻게 되살아나고 계승되는지를 짚어보는 자리란 점에서 흥미롭다. 내년 1월 20일까지.

탄생 80주년을 맞아 서울 소마미술관에서 마련한 ‘광:선 백남준 스펙트럼’전도 주목할 만하다. 몽촌해자에 설치된 ‘올림픽 레이저 워터 스크린 2001’을 포함해 이번에 최초로 공개되는 조각과 설치작품을 위한 아이디어 드로잉까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작업을 만나는 자리다. 9월 16일까지.

○ 과거를 추억하며 오늘을 보다

다소 난해하게 느껴지는 전시 제목은 백남준이 1992년에 쓴 글의 제목에서 따왔다. 그는 과거를 돌아볼 때 생기는 노스탤지어가 단순한 회고적 행위를 넘어서,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는 새로운 깨달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는 지난 시대의 낡은 유물처럼 여겨진 예술과 사상을 새롭게 해석하고 접근해 미래의 비전을 제시했다.

1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미래의 비전이 담긴 백남준의 사유를 접할 수 있다. 이곳에선 네온과 꽃, TV 모니터로 화려하게 치장한 로봇들이 파노라마처럼 하나의 풍경을 이룬다. 인간, 기계, 자연의 경계를 따로 구분하기보다 각 대상의 소통과 융합을 탐구했던 작가의 정신세계를 담은 ‘호모 사이버네티쿠스’의 로봇 작업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을 작품에 적극 활용했지만 그가 꿈꾼 것은 인간을 위한 기술이었다. 2층에서는 거창하거나 위압적이지 않은 인간적인 로봇이 한데 모여 있다. 그가 퍼포먼스에 활용한 최초의 로봇부터 어설프게 보이는 로봇까지 아기자기한 로봇 극장을 구성하고 있다.

○ 세상을 보는 관점을 바꾸다

“비디오는 일직선으로 나가는 시간의 화살을 빠르게 하거나 늦출 수 있고, 방향을 뒤바꾸고 뒤집을 수 있으며, 그 흐름을 휘게 하거나 비틀 수도 있다.” 백남준은 아티스트인 동시에 사상가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을 제시했다.

영사기로 빈 필름을 돌리는 백남준의 작품은 미술관을 찾아온 관객들을 소재로 한 김신일 씨의 압인 애니메이션과 연결된다. 정보량이 적을수록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론을 실증하는 작업들이다. ‘검열’을 주제로 한 안토니 문타다스의 작품은 백남준이 강조한 쌍방향 소통의 의미를 성찰하게 이끈다.

특별전과 관련해 서울역 맞은편 서울스퀘어빌딩 외벽에서도 백남준의 영상 작품을 만날 수 있다(8월 20일까지 화·목·토요일). 브라운관이 캔버스를 대체할 것이란 그의 예언이 서울 도심을 수놓는 비디오회화로 실현된 것이다.

용인=고미석 문화전문기자·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백남준#특별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