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50년만의 가뭄… 하늘도 김정은 외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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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새 지도자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식량난 해결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50년 만에 찾아온 가뭄 때문에 식량난이 오히려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늘도 김정은을 도와주지 않는 형국이다.

북한 매체들은 최근 가뭄 피해를 연일 보도하고 있고,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게 총동원령을 내렸다. 노동신문은 27일 “지금 각지의 농촌에서는 모내기 전투가 한창”이라며 “가물(가뭄) 피해를 막기 위한 투쟁도 힘 있게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한 방울의 물도 허실 없이” 논밭으로 흘러들도록 각 농장에서 물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26일 “전국 각지의 일꾼과 근로자들이 가물 피해를 막기 위한 사업에 총동원됐다”며 “내각과 농업성에서는 긴급대책을 세우고 모든 부문, 모든 단위에서 이 사업을 군중적으로 벌이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영림 내각총리는 25, 26일 황해남도의 농장들을 잇달아 시찰하면서 “대책을 철저히 세우라”고 주문했다.

북한이 가뭄 극복 ‘투쟁’에 나선 것은 봄철 강수량이 극히 적은 데다 고온현상이 계속되면서 농업용수가 말라버렸기 때문이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특히 서해안 지방의 가뭄이 심해 4월 26일 이후 강수량이 해주 5mm, 사리원 0mm를 기록할 정도다.

북한 기상수문국(기상청)은 “이달 말까지 비가 내리지 않으면 서해안 대부분 지방의 5월 강수량이 1962년 이래 가장 적은 것으로 (기록)된다”고 설명했다. 북한 농업성은 “현재 40%의 농경지가 가물 피해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겨울 강수량도 평년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아 북한 주요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55.4%에 그치고 있다.

북한에서 식량난은 정권의 안정을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이 때문에 김정은은 지난달 두 차례 발표한 ‘노작(勞作)’을 통해 “인민들의 식량문제부터 풀어야 한다”며 농업의 중요성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당분간 가뭄이 해결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조선중앙통신은 “6월 상순까지 고온현상이 나타나면서 가뭄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북한#가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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