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인민사랑’ 이미지 부각 주력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7일 07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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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매체들 `숭고한 인민관' 부쩍 찬양"새 체제 권력기반 취약 방증…강화 의도"

북한이 체제의 우월성을 언급할 때마다 강조하는 것은 바로 '일심단결'이다. 북한은 "우리식 사회주의 위력의 근본 원천은 일심단결, 즉 수령과 인민의 혼연일체에 있다"고 주장한다.

북한체제에서 '수령'은 인민과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이며, 인민에 대한 사랑은 수령이 갖춰야 할 근본 덕목 중 하나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 '인민의 자애로운 어버이', '인민사랑의 위대한 화신' 등으로 찬양해왔다.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북한은 최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도 '인민형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 눈에 띈다.

특히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TV, 조선중앙방송, 평양방송 등 북한 매체들이 지난 9일 김 1위원장이 공원 내 잡초를 직접 뽑으며 공원을 관리하는 간부들을 엄하게 질책하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등 김 1위원장의 '인민 사랑'을 부각하는 사례가 부쩍 잦아졌다.

만경대유희장을 찾은 김 1위원장은 유희장 구내도로가 심하게 깨진 것을 보고 "도로관리를 잘하지 않아 한심하다"고 지적하는가 하면 유희장 내부에 심은 측백나무와 향나무들의 밑정리를 잘하지 않았다며 "나무 주위에 조약돌을 박아놓으면 보기에도 좋지 않겠는가"라고 나무라기도 했다.

보도블록 사이로 돋아난 잡초를 본 김 1위원장은 잡초를 일일이 뽑으며 "설비갱신은 몰라도 사람의 손이 있으면서 잡풀이야 왜 뽑지 못하는가. 유희장이 이렇게 한심할 줄 생각도 하지 못했다. 등잔불 밑이 어둡다는 말이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소리"라고 격한 어조로 말했다고 북한 매체들은 전했다.

북한 매체가 최고지도자의 현장방문 소식을 전하면서 현장에서 간부들을 질책했다고 보도하기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조선중앙통신은 16일에도 '변함없이 이어지는 김정일 동지의 인민사랑의 역사'란 제목의 글에서 "오늘 조선에서는 김정은 동지에 의해 인민사랑의 역사가 변함없이 흐르고 있다"며 "(김정은 동지가) 모든 것을 인민을 위한 것에 복종시켜야 한다는 숭고한 인민관을 지녔다"고 강조했다.

통신은 전날에는 '인민을 위한 좋은 일을 더 많이 하자'라는 최근의 구호를 소개하면서 "이 구호는 김정은 동지의 인민관이 담긴 구호"라고 선전했다.

통신은 "이 구호에는 어려울 때일수록 인민을 더 뜨겁게, 더 극진히 돌봐주고 인민의 이익과 편의를 최우선시하며 그들에게 최상의 것을 안겨줘야 한다는 김정은 동지의 숭고한 의도와 높은 요구가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김 1위원장의 두 번째 '노작'(4월27일 담화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의 요구에 맞게 국토관리사업에서 혁명적 전환을 가져올 데 대하여')에 대해서도 "김정은 동지의 인민관, 후대관이 집약된 강령적 문헌"이라고 찬양했다.

김 1위원장도 주민들에게 '인민형 지도자' 이미지를 심기 위해 아버지와 여러 면에서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북한 매체들은 이를 적극적으로 알린다.

실제로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 매체들에 공개된 김 1위원장의 모습을 보면 기념사진을 찍을 때마다 주민과 팔짱을 끼는 등 적극적인 스킨십에 나서는 것이 눈에 띈다. 북한 매체는 김 1위원장이 주민들의 편지에 일일이 친필 답장을 했다는 소식을 신속히 전하고 있다.

이처럼 북한이 김 1위원장의 '인민애' 이미지를 주민들에게 심는 데 주력하는 것은 정권의 취약한 대중적 기반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국방연구원 백승주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17일 "김정은 스스로 주민들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주민과 접촉하려고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아버지(김정일)와는 차별화된 주민접근 방식으로 새로운 지도자상을 형성해가는 과정으로 볼 수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이 김정은의 '인민 친화적'인 모습을 부각하는 것은 김정은 체제의 대중적 기반이 취약함을 잘 알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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