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당선자]경남 사천 강기갑,여당 사무총장 제압

  • 입력 2008년 4월 10일 09시 18분


한나라당 사무총장인 이방호 후보를 누르고 18대 총선에서 최대 이변을 연출한 민주노동당 강기갑 후보가 당원들과 환호하고 있다.[연합]
한나라당 사무총장인 이방호 후보를 누르고 18대 총선에서 최대 이변을 연출한 민주노동당 강기갑 후보가 당원들과 환호하고 있다.[연합]
두루마기에 고무신 차림의 털보 의원. ‘진짜’ 농민 출신인 민주노동당 강기갑(55) 의원이 경남 사천에서 이변을 연출했다.

강 당선인은 “공천=당선이라는 잘못된 병폐를 일소해야 한다는 국민의 염원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선거 초반 사천에서 3선을 노리는 이방호 한나라당 후보가 무너질 것이라는 예상은 거의 없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 후보가 한나라당 공천 파동의 주역이라는 점이 부각되고 ‘박사모’가 현지에서 공개 낙선운동을 펴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평소 강 당선인의 농촌활동에 대한 진정성과 치열한 의정활동도 표심을 파고들었다. 민주노동당도 강 당선인을 총력 지원했다.

농업고를 졸업하고 과수원 경영과 축산업을 한 그는 평생 농민운동을 해 오다 2004년 민주노동당에 가입해 비례대표 의원이 됐다.

수녀인 누나의 영향으로 가톨릭 신자가 된 그는 1976년 가톨릭농민회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농민 운동을 했다.

6년 동안 수도자의 길을 걷다 다시 농촌으로 돌아와 가톨릭 농민회장, 전국농촌총각결혼대책위원장,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의장 등을 지냈다.

2004년 국회의원이 된 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 윤리특위위원, 농어업 회생을 위한 의원연구모임 등을 꾸리며 국정감사와 대정부질문 등에서 전문성이 돋보이는 활동을 했다.

고무신을 신고 두루마기를 입은 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미국 원정시위 등을 주도했다.

그의 홈페이지에는 ‘바람에 몸은 내주지만, 흔들리지 않는 바위처럼’이라는 글이 떠 있다.

2001년 10월 경남도를 방문한 김대중 전 대통령 초청 오찬장에서 “농사꾼으로서 대통령에게 드릴 말씀이 있다”며 벌떡 일어섰다가 경호원에게 끌려 나갔고, 이 사실이 보도된 뒤 청와대가 공식 사과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그는 “능력도, 잘한 일도 없지만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했다는 국민들의 박수가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낸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당선인의 홈페이지는 이날 오후 9시경부터 접속량이 폭증해 다운되기도 했다.

사천=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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