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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理知논술/이슈&고교교과]WBC 4강 병역특례 혜택

입력 2006-03-28 03:00업데이트 2009-10-08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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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의 군역 의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에 두 번째 승리를 거두고 6전 전승의 기록으로 4강 토너먼트에 진출한 다음 날인 17일. 여당과 국방부의 당정협의회에서 대표선수들에 대한 병역특례 혜택을 결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러한 정책이 결정되자 젊은 누리꾼을 중심으로 격렬한 찬반논쟁이 전개됐고, 그 와중에 야구 대표팀은 준결승에서 다시 만난 일본에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국가사회의 운영을 위한 필수요소인 국민의 의무는 국민 모두에게 획일적으로 부과하기보다는 신분이나 능력, 자질 등의 요소에 따라 다르게 부과돼 왔다. 신분제 사회에서는 신분에 따라 군역(軍役) 의무의 부과가 달랐다. 양반 농민 등 양인(良人)에게는 군역을 부과했지만, 노비 등 천민(賤民)에게는 원칙적으로 군역을 부과하지 않았다. 그러나 양인 중에서 ‘고위층’ 양반은 학문에 힘쓰며 관직에 종사한다는 이유로 군역을 면제받는 특권을 누렸다.

한편 국가는 외적이 침략하면 양인으로의 신분 상승을 미끼로 천민을 군역에 동원하기도 했다. 고려시대 몽골 침략 때 승장 김윤후가 노비문서를 불태우면서 대몽항쟁을 독려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사→고려·조선시대의 정치·경제·사회제도]

■‘국가에 대한 봉사’의 기준

이번 병역특례 허용은 봉건사회의 제도에 비유하자면 양인의 의무인 군역을 면제해 주기 위해 일부 선수에게 ‘국가에 대한 봉사’의 대가로 고위층 양반의 지위를 부여한 정책으로 이해될 수 있다. 대몽항쟁 때 승장 김윤후가 노비문서를 불태우면서 천민들을 군역에 동원하려던 것과 비교되는 정책이었다.

우리 대표팀의 선전은 대한민국의 국가정체성을 한껏 고양시키고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를 한층 상승시킨 쾌거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번 병역특례 조치는 선수 당사자에게 연봉과 선수 생명 등을 고려하면 천문학적 이익을 준 것이다. 아직 병역을 치르지 않은 선수들로서는 어떻게 해서든 얻고 싶은 이익이었다.

이번 결정은 군에 입대하지 않은 운동선수가 국제대회에서 입상을 할 경우 군 복무 의무 면제 혜택을 받는다는 병역법 시행령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행령은 올림픽(3위 이상), 아시아경기대회(1위), 월드컵 축구대회(16강 이상)에 대한 규정만 있을 뿐, 올해부터 시작된 WBC에 대한 규정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승리에 열광하면서도 자신의 병역 이행을 걱정하고 있는 수백만 명의 병역 의무 대상젊은이들은 이런 정책 결정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 또 그동안 각종 세계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비인기 종목 선수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이번 대회의 선전이 선수들에게 병역특례를 부여하는 것이 꼭 필요한 정책인지 심도 있는 논의가 전제됐어야 하는 이유다.

대회 중에는 병역특례 ‘허용 검토’ 등으로 선수들의 사기를 높이다가 대회가 끝난 시점에 ‘허용 결정’을 내려도 될 것을, 준결승을 앞둔 시점에서 병역특례 허용 결정을 내린 것도 문제였다. 전투에 비유하자면 고지 점령을 앞둔 치열한 전투 중에 포상휴가를 내 준 것과 다름없다. 이렇게 한 치 앞도 못 보는 근시안적 정책은 정부 실패의 대표적인 사례가 된다.

[정치·경제→정부실패와 시장실패]

최 강 최강학원 원장·논술강사

홍성철 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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