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조전혁]전교조, 학생 볼모로 정치게임하나

  • 입력 2005년 9월 7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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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9월 16일을 ‘사립학교법 직권상정일’로 정하고 사학법 투쟁에 들어갔다. 또한 사학법 개정을 목표로 각종 사이버 시위와 함께 ‘사학법 공동수업’을 조직적으로 전개할 것을 천명했다. 공동수업이란 중요한 사회적 현안에 관해 교사들이 재량에 따라 실시하는 수업을 말한다. 학생들이 시사적인 주제에 대해 연구하고 토론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매우 가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번 공동수업의 주제로 사학법 개정안을 택한 것은 어떤 측면에서 평가해도 적절치 못할 뿐만 아니라 비교육적이기까지 하다.

우선 여당이 발의한 사학법 개정안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많은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복잡하고 전문적인 문제다. 그중 가장 핵심적인 논란은 개정안이 담고 있는 위헌성 시비와 관련한 부분이 아닌가 한다. 따라서 사학법 개정안을 굳이 공동수업의 주제로 삼아야 한다면, 이 개정안에 대한 헌법적인 측면에서의 논의를 비중 있게 다루는 것이 순리(順理)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헌법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에 대한 학생들의 지식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전교조의 공동수업 계획을 보면 이에 대한 고려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여당이 발의한 사학법 개정안의 가장 강력한 추진 세력이 전교조라는 점은 전교조 측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교조는 “사학법 개정을 찬성 또는 반대하는 것을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사회문제에 대해 학생들이 자유롭게 토론하는 기회를 갖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공동수업을 벌이기로 했다” “교사가 하나의 입장으로 몰아가지 않는다”고 강변하고 있다. 이 주장들은 설득력이 없다. 사학법 개정에 ‘안달이 난’ 전교조 선생님 앞에서 ‘자유롭게’ 반대할 간 큰 학생(?)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더욱이 전교조가 학생들에게 배포한 수업자료는 어떻게 평가하더라도 중립적이지 않다. 일례로 수업안의 자료는 일부 비리 사학을 부각시키고 있는데 비리 사학을 규제하는 방법은 여당의 사학법 개정안 외에도 많은 대안이 있다. 다양한 대안을 고려하며 생각하기에는 아직 지적(知的) 능력이 부족한 어린 학생들에게 편향된 자료를 읽게 하고 미리 의도한 정치적 방향으로 몰아가는 것은 공작(工作)이요 ‘교육 폭력’이다. 우리 헌법은 교육에 있어서 엄격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요구한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전교조의 이번 공동수업은 비교육적일 뿐만 아니라 ‘반(反)헌법적’이라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돌이켜 보면 전교조가 그동안 해 온 공동수업 중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이 한둘이 아니다. 효순이-미선이 사건, 이라크 파병 등과 관련한 계기수업이 그러한 예들이다. 적어도 의식이 성숙하지 못한 초중고교 학생들에게는 최대한 사회적으로 합의를 이룬 검증된 내용을 객관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칫하면 어린 학생들에게 가치관의 혼란을 끼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많은 학부모는 전교조 교사가 자녀의 담임을 맡으면 무슨 숙제를 내줬나 뒤져 보며 아이가 의식화 교육을 받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 전교조는 이러한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헤아려 보았는가.

독일의 교육학자 뵈스만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 자료를 분석해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면 교원노조 결성률이 높은 나라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극단적인 단순화일 수도 있지만 이 연구 결과는 “교원의 노조 활동이 아이들의 교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중요한 교육적 시사점을 던진다. 추측하건대 이미 거대한 정치이익단체로 변해 버린 전교조가 교육계를 장악한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경향성이 더욱 강할지 모른다. 학부모들이 원하는 것은 정치집단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교과과정을 성실히 가르치는 진실한 선생님들이다. 전교조는 자신에 대한 사회적 지지가 최근 왜 급락하는지 냉정히 성찰할 필요가 있다.

전교조는 우리 아이들을 인질삼아 벌이는 정치게임을 당장 멈추기 바란다.

조전혁 객원논설위원 인천대 교수·경제학 jhcho@inche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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