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私學도 편 갈라 공략하겠다는 여당

  • 입력 2005년 6월 9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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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일부 수정해 종교계 사학의 경우만 ‘이사회 3분의 1을 교직원 등이 추천한 인물로 선임하는’ 개방형 이사제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종교적 건학(建學)이념과 무관한 외부인사가 이사회에 포함되면 종교재단 사학의 운영방침에 혼란이 생길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그 논리에는 허점이, 의도에는 교활함이 엿보인다. ‘사학은 사학 고유의 건학이념에 따라 운영돼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면 종교계든 비종교계든 같은 원칙을 적용해야 마땅하다. 열린우리당은 유독 비종교계 사학들의 경우엔 건학이념이 훼손되고 운영방침에 혼란이 생겨도 좋다는 설득력 있는 근거라도 찾아냈는가. 비종교계 사학들의 건학이념에 대해서는 정권 차원에서 대패질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인가.

근본적으로는 사학의 자율성을 더 확실하게 흔들겠다는 내용의 법을 어떻게 해서라도 관철하려는 데 문제가 있다. 개방형 이사제는 사학의 학교운영과 인사 및 재정권을 침해하고, 특정 교원단체의 편향된 이념이 학교를 휩쓸도록 할 우려가 매우 높은 제도다. 지난해 천주교 주교회의에서 “사학의 자율적 운영이 보장되지 않으면 한국 교육은 더욱 침체와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지적한 것도 사학의 자율성과 특수성이 존중돼야 한다는 의미이지, 종교계만 특별 대우하라는 뜻이 아님은 분명하다.

사학을 종교계, 비종교계로 구분하는 것은 학교까지 내 편과 네 편으로 가른 뒤, 종교계의 지지와 함께 사학 내부의 자중지란(自中之亂)을 유도해 사학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치졸한 술책이라고 우리는 본다.

사학의 자율성과 재산권을 흔드는 것도 모자라 학교를 갈등과 분열로 몰고, 학생들을 정권의 성향에 맞는 ‘홍위병’으로 키울 작정인지 걱정스럽다. 국공립학교장들과 전국경제인연합회까지 위헌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 사학법 개정안은 반드시 폐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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