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매거진]환경월드컵 위해

입력 2001-04-06 19:03수정 2009-09-20 23:27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2002 한·일 월드컵이 400일 정도 남았다.

월드컵 경기장도 전체 70% 정도의 공정을 보이면서 그 골격을 드러내고 있다. 10곳의 개최 도시들은 경쟁적으로 경기장 완공을 서두르고 있으며 손님 맞을 준비에 여념이 없다.

중앙정부 역시 2001년 '한국 방문의 해'를 맞이하여 월드컵과 관광을 하나의 상품으로 묶기 위해서 애쓰고 있다.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와 개최국의 성적과는 비례한다는 말도 있고, 공동 개최국인 일본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서 한국은 외국감독을 영입하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국가대표 축구팀을 격려·지원하고 있다. 국민들도 이번 월드컵에서는 뭔가를 이룰 것 같은 기대에 차 있다.

그러나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 국가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되면 과연 우리의 월드컵이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쓰레기 매립지 옆이나 그린벨트에 경기장 건설▼

세계인이 지켜보고 관심을 가질 월드컵을 준비하는 각 도시로서는 이번 기회를 잘 이용한다면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발돋움 할 수 있기에 부족한 지방재정에도 불구하고 단 2∼3번 경기만 열리는 축구경기장을 새로 만들고 있다.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서 지방자치단체들은 공유지를 팔아야 했고 가장 땅값이 싼 곳을 찾다보니 쓰레기 매립지 옆이나 그린벨트로 묶여져 있던 국·공유지에 경기장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도시의 무한팽창과 환경파괴를 막기 위해서 만들어 놓았던 그린벨트 지역에 월드컵 경기장을 만들면서 그 동안 그린벨트로 묶여서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했던 사람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린벨트 지역을 개발하기에 나섰고 지방정부도 이것을 묵인해주고 있다.

그 동안 죽은 땅처럼 버려져 있던 쓰레기매립지 옆 땅을 월드컵 경기장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은 더 이상 대형 경기장을 지을 수 없는 처지에 있던 서울시로서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이다.

아직도 흘러내리는 난지도의 침출수는 어떻게 처리할 것이며 월드컵 경기장 주변에 조성하겠다는 '밀레니엄 공원'은 사무실에 앉아서 지도만 펴놓고 환경에 대한 어떤 고려도 없이 그리고 싶은 대로 그려 놓은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공원 내 평지에 땅을 파서 구덩이를 만들고, 없는 물을 끌어다가 7000평이나 되는 연못을 만들겠다는 생각 역시 수질관리 등은 뒷전이고 월드컵 기간동안만 그럴싸하게 보이면 된다는 '보여주기' 행정의 대표적인 예이다.

지난해 환경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이끈 호주 시드니 올림픽 위원회의 케이트 박사는 환경연합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해 서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을 중심으로 한국의 월드컵 준비상황을 견학하

는 자리에서 과연 서울시가 지금의 계획정도로 난지도의 침출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을 표시했다.

시드니 올림픽 경기장 주변 역시 쓰레기 매립장이었고 유해 화학물질들이 많이 매설되었던 곳이었다.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도 잘 알려진 다이옥신 오염도가 시드니 올림픽 경기장 주변이 호주 전 국토에서 가장 높은 곳이었다.

이렇게 오염된 땅을 올림픽 경기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되살리기 위해서 시드니 정부는 1억3700만 달러(한화 약 800억원)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했고 올림픽 기간 이후로도 이 지역의 환경을 복원하기 위한 생태프로그램을 진행중이다.

월드컵 기간 동안만 어떻게 때워보려는 한국 정부와는 아주 대조적이다.

▼한 순간의 영광과 영원한 기억▼

시드니 정부가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는 것보다 환경을 최대로 고려한 공원용 녹지와 경기장, 공공 장소를 유산으로 남길 수 있다는 것을 가장 큰 자랑으로 생각한다는 케이트 박사의 말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질 수밖에 없었다.

케이트 박사는 이번 방한 일정 중 서울 고건 시장과 정몽준 월드컵조직위원장과 면담했으며 특히 월드컵조직위원장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케이트 박사는 직접 제작한 '환경바톤'을 건네는 의미 있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환경바톤'이란 1994년 최초의 환경올림픽이라고 할 수 있는 노르웨이 릴리함메르 동계올림픽위원회 측에서 이후 올림픽 개최도시들에게 이제부터는 올림픽의 정신으로 환경을 중심으로 삼자는 의미를 던진 것으로, 시드니 올림픽위원회에서는 그 의미를 받아들여 환경을 가장 중심으로 생각하는 올림픽을 치루어낸 것이다.

이러한 '환경바톤'은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 동계올림픽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제 환경을 우선으로 하는 올림픽 정신을 월드컵에서도 이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호주 올림픽위원회에서 한국 월드컵조직위원회에 '환경바톤'을 전한 것이다.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맞는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또한 무리한 투자를 해가면서 만든 경기장에서 각국의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서 뛸 수 있게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후손들에게 한 순간의 영광보다 영원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는 환경유산을 남기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최준호/환경운동연합 생명안전 담당 choijh@kfem.or.kr

(이 글은 환경연합 '함께 사는길'4월호에서 발췌했습니다)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