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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가 사는 법]로펌「김&장」 변호사 안재홍씨

입력 1999-03-14 20:19업데이트 2009-09-2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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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밤 10시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세양빌딩 10층 회의실. 국내 굴지의 로펌인 김&장의 M&A(기업의 인수합병)전문 안재홍변호사(37)는 미국과 영국에 전화를 걸었다. ‘국제전화회의’.

곧이어 스피커 폰을 통해 양국 의뢰인의 질문이 쏟아졌다. 국내기업과의 투자계약서 내용을 최종 점검하는 단계. 영어단어 하나하나의 정확한 의미를 점검하며 답변한다. 단어 하나에 수백억원이 왔다갔다하는 것을 수없이 경험했기 때문. 2시간이 지나서야 ‘OK’가 떨어졌다. 10개월 동안의 밤샘 노력이 5억달러 외자유치로 결실을 보는 순간.

◆ 1백여권의 파일

그의 으뜸가는 ‘재산’은 1백여권에 이르는 법과 경제 관련 파일. 오전8시반 출근하면 E메일과 팩스를 챙긴 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 등 경제지 4,5개를 읽는다. 헤드라인→한국경제 관련 기사→세계경제현황의 순. 주스크랩 대상은 △담당하고 있는 국내외 기업의활동△주요국가의경제상황 △주가변동 같은 거시경제 지표 등. 한국경제에대한외국언론의논평은 외국 고객이 한국 경제에 대한 시각을 알 수 있어 꼭 챙긴다.

오전 10시부터는 팀별 회의 5회에 고객과의 미팅 3,4차례. 밤에는 국제전화회의. 하루평균 10차례 회의.

예상치 못한 변수에 대비해 가상 ‘협상 시나리오’를 짜는 일도 주요 업무. 팀별 시나리오를 짜서 고객과 함께 검토한다. 마지막으로 팀원 중 한 사람을 상대회사측 변호사로 정해 협상 연습. 사안별로 2,3시간 소요. 회의석상에서 협상을 포기한 듯 박차고 나오는 ‘연기(演技)’로 사무실 여직원을 놀라게도 한다.

하루평균 15시간 근무. 그가 맡는 기업만 월 1백여개에 이르며 관여하는 M&A규모는 4조원. 연봉은 ‘일급 비밀’. 주위엔 1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아내의 노래는 나의 힘

필드에서 돌아오자마자 골프연습장을 찾아 스윙을 점검하는 노력파. 점수는 80대 후반. 바둑과 포커 등 상대방을 파악해야 이기는 잡기실력도 수준급.

연세대 성악과 출신 아내의 노래를 감상하는 것도 큰 즐거움. 80년대 유행했던 발라드나 트로트를 주로 들려준다. 본인의 노래실력은 아내가 ‘금창령(禁唱令)’을 내렸을 정도. 그래도 가창력이 덜 드러나는 빠른 최신유행곡을 살금살금 부른다. 요즘에는 코요테의 ‘순정’으로 ‘청중’의 눈치를 본다.

코디는 아내의 몫. 정장은 아르마니를 즐겨 입는다. 구두는 스위스제 ‘발리’를 고집하는데 단지 편하다는 것이 이유. 흘러내리는 머리를 고정시키기 위해 ‘젤’을 애용. 외동딸 소윤(8)과 31평 아파트에 거주.

◆ 귀를 열어야 산다

서울대 법대 80학번. 4학년때 사법시험 합격. 93년부터 2년동안 미국 미시건대 로스쿨에 유학. 미국 변호사 자격 취득.

국내 M&A 분야에서 ‘탁월한 협상가’로 불리게 된 그만의 비법은 간단하다. 상대방의 얘기 ‘경청(敬聽)’.

“M&A는 협상하기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피말리는 게임입니다. 내 논리로 상대방을 설득해야 게임이 끝납니다.”

상대방이 처한 상황과 주장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백전백패.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논리의 허점이 드러난다고 믿는다. 따라서 그는 평소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자’고 스스로 최면을 건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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