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그림자 〈27〉
『뭐가요?』
병의 커피를 잔에 덜어담으며 그가 되물었다.
『언젠가 아침을 해 줄 사람이오?』
『어딘가 있겠지요. 언제까지 이럴 수 없을 테니까』
이내 물이 끓었고, 그는 커피를 나누어 담은 잔에 물을 따랐다.
『미안합니다. 이렇게 대접하면 안되는데 모처럼 와도 드릴 게 이것밖에 없군요. 제가 다른 차를 잘 마시지 않으니까』
『괜찮아요』
『혼자 있으니까 모든 걸 간단하게 처리하는 버릇이 있어요. 커피만 해도 그렇고요. 전엔 꼭 설탕과 크림을 넣어서 마셨어요. 그런데 이것저것 챙겨 넣는 게 귀찮고 하니까 언제부턴가 아무 것도 안 넣고 그냥 마시게 된 거죠. 이건 물하고 커피하고만 있으면 되니까』
『형님은 더 어릴 땐데도 그런 얘기를 했어요』
『형이 타 주는 커피를 마신 적이 있어요?』
『예』
『명혜씨가 오기 전 그런 생각을 했어요. 잠시후 명혜씨가 오면 무슨 말을 내게 해줄까 하고요. 그러니까 선뜻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묻지 못하고 다른 이런 저런 얘기를 하게 되는군요. 이제 물을 게요. 오빠한테 그걸 물어보셨나요?』
커피를 마시던 중 그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창문을 열까 하다 자리에서 일어서면 분위기가 산만해질 것 같아 그냥 두었다.
『오늘 오전에 오빠와 이야기할 시간이 있었어요. 일요일이라 오빠가 회사로 나가지 않고 엄마를 보러오니까…. 저보고 넌 언제까지 그렇게 있을 거냐고 해서 제가 그랬어요. 내가 결혼하면 오빠가 내가 해 달라는 걸 다 해줄 수 있느냐고요. 그럼 나한테 지참금 얼마 줄 거야, 하는 것도 묻고요. 그러다가 찬호 오빠에 대해서 물었어요. 내가 뭔가를 알고 있는 것처럼 그 오빠 요즘도 오빠에게 돈을 빌려가고 그러느냐고. 그러니까 오빠가 네가 그걸 어떻게 아는데, 하고 묻고요. 그래서 그 오빠, 오빠 찾아오는 게 아마 그런 눈치 같더라고 얘기했어요. 한참 그 얘기를 하다가 그 오빠 예전부터 오빠에게 그랬지? 하고 묻고요. 그냥 편안하게 집안 얘기하듯 하니까 오빠도 다 이야기해주고요. 학교 다닐 때부터 큰 돈 가져가고 했다고. 그리고 최근에도 그랬다는 얘기를 하고요. 학교 다닐 때 언제냐고 물으니까 졸업하기 바로 전에 그랬다는 얘기를 했어요. 돌려받았느냐고 물으니까 돌려받았다고 그러고요』
『어디에 필요한 돈이냐고는 안 물어봤어요?』
그가 마주앉은 그녀쪽으로 바싹 얼굴을 가져가며 물었다.
<글:이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