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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생생한 인물 묘사… 인간 심성에 대한 날카로운 성찰

최윤 소설가·서강대 교수
입력 2017-08-17 03:00업데이트 2017-08-24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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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박경리문학상 최종 후보자들]<1>英 소설가 앤토니아 수전 바이엇
앤토니아 수전 바이엇은 밀도 높은 서사와 언어를 통해 지적인 작품을 탄생시킨 작가로 유명하다. 인간의 삶과 내적 성찰을 통해 인류와 문명의 본질을 읽어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 Michael Trevillion/Trevillion Images
《국내외 작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 최초의 세계문학상인 ‘박경리문학상’이 올해로 7회를 맞는다. 이 상은 보편적 인간애를 구현한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1926∼2008)의 문학 정신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11년 제정됐다. 토지문화재단(이사장 김영주)과 박경리문학상위원회, 강원도와 원주시, 동아일보사가 공동 주최한다. 상금은 1억 원. 초대 수상자는 ‘광장’의 최인훈 작가였고 2회에는 류드밀라 울리츠카야(러시아)가 선정됐다. 이어 메릴린 로빈슨(미국), 베른하르트 슐링크(독일), 아모스 오즈(이스라엘), 응구기 와 시옹오(케냐) 순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올해 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회(위원장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는 최종 후보 5명을 최근 결정했다. 수상자는 9월 말 발표할 예정이다. 최종 후보 가운데 첫 번째로 영국 소설가 앤토니아 수전 바이엇(81)을 소개한다. 서강대 교수인 최윤 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이 그의 작품 세계를 분석했다.》
 

앤토니아 수전 바이엇은 명실공히 현대 영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바이엇은 타임지가 선정한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중요한 작가 50인 중 한 명으로 꼽혔다. 옥스퍼드대, 케임브리지대 등에서 공부했고 런던대에서 문학과 예술을 가르쳤다. 시인, 문학평론가, 전기 작가로도 활동한 후 1980년대에 이르러 소설에만 전념한다.

영국 요크셔에서 태어난 그는 자전적 소설인 ‘태양의 그림자’ ‘놀이’를 썼고, 요크셔 가족에 대한 4부작으로 ‘정원의 처녀’ ‘정물’ ‘바벨탑’ ‘휘파람 부는 여자’를 선보였다. 1990년에 발표한 장편소설 ‘소유: 한 편의 로맨스’(사진)가 맨부커상을 받아 명성이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2002년 동명의 영화가 제작됐고, BBC라디오에서 2011, 2012년에 라디오 연속극으로 방송됐다.

11편의 장편과 다섯 권의 중단편집을 통해 현실과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과 환상이 녹아든 문학 세계를 구축했다. 바이엇은 생생한 인물 묘사와 삶에 대한 예리한 관찰을 바탕으로 개인과 시대를 아우르며 미학적으로 완벽한 짜임새를 지닌 구성을 통해 소설의 수준을 높였다.

대표작인 ‘소유’는 영국문학에 대한 헌사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작가와 시인들이 작품 속에 실제 혹은 허구의 형태로 등장한다. 그의 모든 문학적 관심과 활동의 결과가 녹아있는 역작이다.

문학연구자 롤런드 미첼은 런던 도서관에서 자신이 전공하는 빅토리아 시대의 유명 시인 랜돌프 헨리 애시가 쓴 두 장의 연애편지를 발견한다. 그는 편지를 몰래 가져와 연구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미첼은 두 여인을 만난다. 한 명은 애시가 쓴 연애편지의 수신인으로 당시 그다지 유명하지 않았던 시인 크리스타벨 라모트, 다른 한 명은 라모트의 먼 후손이자 라모트를 연구하는 모드 베일리이다. 미첼과 베일리는 애시와 라모트 사이의 진실을 파헤치려고 정열적으로 매달리고 두 연구자 사이에도 로맨스가 진행된다.

진실을 밝히려는 두 연구자의 탐색 과정은 탐정 소설처럼 긴장감 있게 전개된다. 독자는 작가가 재구성한 허구적 시인인 애시와 라모트의 삶에서 빅토리아 시대 실존 시인들의 삶의 편린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작품의 진정한 매력은 두 연구자의 조사 과정에서 작가가 동원한 빅토리아 시대 문학작품들에 대한 무수한 패러디와 허구적 혹은 부분적으로 원용한 인용적 글쓰기가 선사하는 즐거움이다. 영국 문학사 위에 지적인 상상력을 최대한 동원하며 바이엇이 역량을 마음껏 발휘한 ‘소유’는 이렇듯 다양한 글쓰기로 채워져 있다.

바이엇은 서로 다른 시대에 속한 두 커플을 등장시킴으로써 현재와 빅토리아 시대를 비교해 읽도록 권한다. 결코 관대하지 않은 시선으로 묘사된 현대 인물들의 개인성을 통해 역사와 시대정신을 읽어내도록 독자를 이끄는 힘은 그의 소설 대부분에서 발견되는 특성이다.

바이엇의 작품에는 인간의 심성을 깊이 들여다보는 놀라운 성찰이 담겼다. 현실과 인간에 대한 관찰은 세심하고 솔직하며 직관적이다. 그것이 바이엇의 문체를 만들고 그의 문장 앞에 독자가 오래 머물게 한다.

최윤 소설가·서강대 교수
 

● 앤토니아 수전 바이엇은…

1936년 영국에서 태어나 ‘태양의 그림자’(1964년)로 데뷔했다. 런던대 교수를 지내며 영미문학을 강의했고, 비평가로도 활동했다. 1983년 대학을 떠나 전업 작가가 됐다. 대표작 ‘소유’로 1990년 맨부커상을 수상했고 1999년 대영제국 기사 작위 훈장(DBE)을 받았다. ‘소유’ ‘천사와 벌레’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문학 공부로 단단히 다져진 깊은 내공은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문학적 매력을 발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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