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땅 우리魂 영토분쟁 현장을 가다]<17>독도는 요즘…

  • 입력 2004년 7월 29일 19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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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등대 옆에 시멘트를 부어 만든 대형 태극기 조형물. 하늘에서 봐도 한눈에 독도가 한국 땅임을 알 수 있는 표지다. 독도의 거친 바람 때문에 게양대에 걸린 태극기가 자주 손상되자 설치한 것이다.- 사진제공 해양수산부
독도 등대 옆에 시멘트를 부어 만든 대형 태극기 조형물. 하늘에서 봐도 한눈에 독도가 한국 땅임을 알 수 있는 표지다. 독도의 거친 바람 때문에 게양대에 걸린 태극기가 자주 손상되자 설치한 것이다.- 사진제공 해양수산부
《울릉도에서 500t급 해양경찰 함정에 올라 뱃길을 달린 지 3시간여. 검푸른 수평선 너머로 섬 하나가 삐죽이 솟아올랐다. 섬 주위를 날아다니는 갈매기 울음이 뱃전에서도 들릴 만큼 가까워졌을 때 하나로 보이던 섬이 2개로 갈라졌다. 독도를 이루고 있는 2개의 섬 동도와 서도다. 독도경비대가 주둔하고 있는 동도에 상륙하자 안내를 맡은 경비대원이 “독도에 상륙하려면 삼대(三代)가 덕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

● 복구공사 중인 천연기념물 336호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정부가 자연보호를 이유로 천연기념물 336호로 지정된 독도 출입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부터 독도유람선이 운항을 시작해 멀리서 독도를 볼 수는 있으나 울릉도 어부들도 입도 허가를 받기가 쉽지 않다.

동도의 선착장은 어수선했다. 시멘트와 자갈 등 건축자재가 쌓여 있고 인부들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지난해 태풍 ‘매미’가 파괴한 시설을 복구하는 중이었다. 섬 정상으로 오르는 시멘트 계단도 이가 빠진 듯 듬성듬성했다. 난간 곳곳이 무너져 발을 잘못 디디면 곧장 절벽 아래로 떨어질 것만 같았다.

독도가 이렇게 된 것은 꼭 태풍 때문만은 아니다. 예산이 적어 시설물 보수공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독도경비대와 해경 관계자들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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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가 이렇게 된 것은 꼭 태풍 때문만은 아니다. 예산이 적어 시설물 보수공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독도경비대와 해경 관계자들의 말이다.

● 갈수록 긴장이 고조되는 독도해역

동도 중턱에 오르자 북서쪽 상공에서 한국 해군 소속 초계기 1대가 울릉도 방향으로 사라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1998년 신(新)한일어업협정이 체결된 이후 중간수역에 포함된 독도 주변 해역은 일본과 러시아 함정 등이 출몰하면서 군사요충지가 됐다.

동해 해경에 따르면 500∼1000t급 일본 순시선이 한국 영해인 독도 주변 12해리 밖을 한달에 네댓 차례 돌고 있다. 반면 독도 주변 12해리는 동해해경 소속 해경정 3척이 경비를 맡고 있다. 그중 최근에 취역한 5000t급 삼봉호는 해군과 해경을 통틀어 가장 큰 경비정. 독도의 중요성을 감안해 최신식 대형함정을 배치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독도 경비를 경찰이 아니라 군에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독도에 대한 일본 우익단체의 도발이 거세질 경우 경찰 병력으로 독도를 지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 1950년대엔 의용대가 섬을 지켰다

동도의 등대 밑에는 K-2 소총을 든 독도경비대원이 동남쪽 일본 방향을 주시하고 있었다. 초병 곁에는 비바람에 씻겨 글씨조차 알아보기 힘든 비석 5개가 서 있었다. 비석의 주인은 독도에서 순직한 독도경비대원들.

독도경비대가 독도에 주둔하기 시작한 것은 1956년이었다. 1953년부터 3년간은 울릉도 주민들로 구성된 독도의용수비대원들이 자비를 들여 막사를 짓고 독도를 지켰다. 동도 해안가 절벽 밑에 ‘대한민국 경상북도 울릉군 독도’라고 새긴 비석을 세운 것도 그들이었다.

의용수비대원으로 활동했던 정원도씨(76)는 “섬에 나무로 만든 가짜 대포를 설치하자 일본 순시선이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다가왔지만 박격포를 쏴 이들을 몰아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 거세지는 도전과 흔들리는 영유권

독도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삼국시대 이후 독도는 한국 땅이었기 때문에 독도는 영토분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외교통상부가 아닌 해양수산부 홈페이지에 독도를 소개한 것도 이런 영토관의 반영이다.

그러나 해외의 시각은 급변하고 있다. 최근 일본이 주장하는 ‘다케시마(竹島)’를 병기해서 독도를 표기하는 해외 인터넷사이트와 지도들이 늘고 있는 것. 이는 국제사회에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인식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특히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국가정보보고서 2002년판은 ‘일본이 독도 관련 분쟁을 제기하고 있다’고만 언급했지만 5월 발간된 2004년판은 ‘분쟁이 고조되고 있다’고 표현을 바꿔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못 박고 있다.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VANK·www.prkorea.com)에 따르면 세계 100여개의 유명 인터넷사이트가 CIA 보고서를 인용해 다케시마를 병기하고 있다.

독도에서 순직한 독도경비대원을 기리는 5개의 비석. 독도경비대원들은 명절마다 이곳에서 차례를 지낸다.- 경비대원 위령비

● 주변 해역의 경제적 가치도 관심사

독도 주변 해역의 경제적 가치도 향후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독도 주변 해역은 난류와 한류가 교차해 수산자원이 풍부한 데다 해저자원의 매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울릉도와 독도 주변 해역에 미래 에너지 자원으로 꼽히는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탐사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연구원 관계자는 “독도 주변 해역이 중간수역으로 지정돼 탐사작업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의 해양조사선이 중간수역에 진입하면 일본은 즉각 순시선과 항공기를 출동시키는 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또한 2003년 6월 통과된 일본의 유사법제(有事法制)도 잠재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 日 유사법제는 무력충돌의 불씨

“일본 정부는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유사법제가 완비될 경우 독도가 적용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한국에 귀화한 호사카 유지(保坂祐二) 세종대 교수는 지적했다.

유사법제에 ‘상대방이 공격할 징후가 보이면 선제공격할 수 있다’ 등의 조항이 있기 때문에 일본의 무력행사로 독도 문제를 둘러싼 한일간의 무력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호사카 교수는 “일본이 북한 문제를 해결한 뒤 한일간 독도분쟁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점쳤다.

국내에서도 1990년대 후반부터 유사한 ‘일본의 독도분쟁 시나리오’가 제기돼 왔다. 이 시나리오는 명분 축적용 독도 영유권 주장→독도분쟁화 추진→독도 문제 유엔 총회 상정→군사 위기 및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개입→국제사법재판소 회부→판결 불복→군사분쟁의 7단계를 상정하고 있다.

● 지금은 ‘분쟁시나리오’의 2단계

6월 일본 우익단체의 독도 상륙 시도나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 및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움직임은 이 시나리오의 2단계에 해당한다.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을 지낸 배진수 박사(정치학)는 “독도분쟁의 심각성지수는 1946년부터 1985년까지 발생한 세계 영토분쟁 사례 58건 중 16위에 해당하고 독도분쟁 발발 가능성도 아시아 지역의 14개 잠재적 분쟁지역 중 5위에 해당한다”며 “체계적 대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독도=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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