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고경일 교수 "내 상상은 일상에 대한 쿠데타"

  • 입력 2003년 11월 24일 17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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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면 편하긴 해도 재미는 없잖아요. 주는 대로, 배운 대로 보지 말고 한번 뒤집어 보자는 것입니다.”

카툰작가인 상명대 만화학과 고경일 교수(35·사진)가 25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 편도나무’에서 ‘방자한 명상’전을 갖는다. 그의 6번째 개인전.

청주사범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한 고 교수는 일본 세이카대 만화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했다. 그는 1997년 일본 교토에서 한국의 일본군 위안부를 주제로 첫 전시회를 열었다가 현지 우익세력의 협박을 받는 등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그동안 환경파괴와 전쟁, 일본 극우화 등을 신랄한 풍자를 통해 꼬집었지만 이번 전시에선 서울의 골목을 포함한 도시 풍경과 대도시화에 따른 인간의 소외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작품을 선보인다.

“남을 아프게 비판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이젠 사람들의 피부에 와 닿는 생활 속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전시회는 ‘일상과 유머’ ‘현실과 난센스’ ‘환경과 사람’ ‘풍자와 해학’ ‘풍경과 에피소드’ 등 5개의 주제로 펼쳐진다.

‘일상과 유머’에선 서울 아현동과 혜화동 등의 골목을 통해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는 작품이 소개된다. 하지만 그 방식은 유머스럽고 황당하기까지 하다. 달동네로 이어진 골목길 계단이 갑자기 무너져 내린다든가, 초인종을 누른 손가락이 뒷집에서 나와 초인종 누른 사람의 엉덩이를 찌르는 등 ‘현실 속에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묘사돼 있다. 그는 “관객들이 그냥 ‘발칙한 상상’이라고 느낀다면 성공”이라고 말했다. 황당하고 비논리적이라도 마음껏 상상해 보는 ‘발상의 전환’이 우리에겐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풍경과 에피소드’에선 미술과 카툰을 결합해 회화로서 카툰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그는 전시작품들을 판매한 뒤 수익금을 군위안부 할머니들의 안식처인 ‘나눔의 집’에 기탁할 예정이다.

고 교수는 카툰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내다본다.

“한 컷에 강렬한 이미지를 전달하는 카툰은 스토리 중심의 만화보다 모바일 시대에 적합한 커뮤니케이션 매체가 될 수 있어요. 앞으로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카툰을 구상하고 싶습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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