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가 사는법]「AT커니」한국지사장 이성용씨

입력 1999-03-07 19:55수정 2009-09-24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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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안 하는 걸 해보고 싶었다.

열한 살때 이민온 미국 땅. 의사나 과학자에는 동양인이 있었지만 우주비행사는 한 명도 못 봤다. 그래서 우주선을 타는 최초의 동양인이 되기로 했다.

▼웨스트 포인트

세계적인 경영컨설팅회사 AT커니의 이성용 한국지사장(38). 고등학교 졸업반 때 웨스트 포인트(미국 육군사관학교)를 택했다. 게리 하트 상원의원이 선선히 추천서를 써줬다. 미식축구 주장에 태권도2단. 운동까지 잘 하는 동양인은 드물었다.

입학생의 30%를 솎아내는 강도높은 훈련. 세 끼 메뉴를 외워 상급생에게 보고하는 ‘쓸데없는’ 전통도 그를 옭아맸다. 선배들은 특히 동양인인 그를 ‘갈궜다’. 오기로 버텨내 공학전공 3백50명 중 수석 졸업.

그러나 우주비행사의 꿈은 접어야 했다. 시력이 나빠져서다. “누구를 탓하겠어요?” 그는 씩 웃고 만다. 늘 그런 식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남 탓을 해본 적이 없다.

4년여 미국 국방부 항공컨설팅에 참여. 남캘리포니아대에서 컴퓨터공학 석사를 딴 뒤 한 여자를 알게 됐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에서 일하던 그녀는 컨설팅쪽이 유망하다며 MBA를 권했다.

인생행로 급선회. 그녀와 결혼하고 일주일 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 들어갔다. ‘웨스트 포인트 오브 캐피탈리즘’이라는 명성만큼 엄격한 학교분위기였지만 웨스트 포인트 출신의 그는 전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

▼나는 워커홀릭

91년 AT커니 입사 후 GM 혼다 크라이슬러 벤츠 등 자동차회사 전문컨설턴트로 22개국을 숨가쁘게 누볐다. 95년 한국지사가 설립되면서 가족과 함께 서울행.

육사시절 버릇으로 5시면 일어난다. 1백여통 E메일 체크와 신문 읽기. 한국은 ‘깜짝뉴스’가 많아 신문을 하루라도 안 볼 수가 없다. 오전 7시 출근, 밤 9∼11시 퇴근. 하루에 고객회사 서너 곳 방문. 점심식사는 늘 고객과 하지만 설명시간을 벌기 위해 미리 식사해두곤 먹는 척만 하기도 한다. ‘컨설턴트는 똑똑해야 하는 게 아니라 튼튼해야 한다’는 농담은 빈 말이 아니었다.

프로젝트는 ‘언젠가는 끝이 난다’는 점에서 좋다. 맘에 안 맞는 사람과의 작업도 길어야 1년이면 끝난다. 계속되는 도전도 즐긴다.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을 상대하기에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는 것도 매력. 컨설팅의 가치를 모르는 고객을 만날 때는 힘들지만 일이 좋기에 여태껏 후회는 없다.

▼스위치 끄기?

미국에선 저녁 6시에 ‘머리의 스위치’를 탁 끄면 됐다. 주말엔 아무도 찾지 않았다. 한국은 달랐다. 일요일도 없이 일했고 집에는 비즈니스 전화가 걸려왔다. 아내는 이해를 못 했다.

1년 중 1백일은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것이 목표. 요즘은 ‘죽고나면 나를 기억해줄 사람은 가족밖에 없다’는 생각에 더욱 가족을 챙기게 됐다.

외국인학교에 다니는 일곱살, 네살짜리 두 아들과 게임기를 붙들고 놀아준다.

미국에는 DIY제품이 많아 목수일도 곧잘 했지만 이젠 책만 읽는다. 승용차와 비행기 속에서 늘 독서. 일주일에 미국소설 한 권, 최신경영서적 한 권씩 읽어간다. 작년에 읽은 책은 80권. 곧 컨설팅에 관한 책도 직접 쓸 참이다.

〈윤경은기자〉ke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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