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조주현]DTI 규제완화보다 급한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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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최근 정부는 침체된 주택거래의 활성화를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소득 산정에 있어서 40세 미만 무주택 직장인은 향후 10년간의 예상소득을 반영하며, 부동산 등 자산과 금융소득도 포함하기로 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아울러 6억 원 이상의 주택을 구입할 경우 DTI를 최대 15%까지 상향 조정키로 했다.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주택시장을 활성화할 묘수를 찾아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럼에도 시장의 반응은 아직 냉담하며 전문가들도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사실 DTI 규제는 노무현정부 시절 주택가격을 잡기 위해 실시한 정책 중에서 가장 효과적인 정책으로 평가된 바 있다. 그동안 주택업계에서도 규제완화의 1순위로 꼽을 만큼 강력한 정책이었다. 그러나 작금의 주택시장 상황은 DTI 규제완화가 효과를 발휘하기에는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거시적인 요인만 보더라도 유럽발 재정위기와 수출부진, 침체된 국내경기와 청년실업문제가 상존하는 가운데 고령화와 독신가정 증가 등 가구규모 변화에 따른 주택수요 침체와 가격하락, 보금자리 주택 건설 등으로 주택 구입을 서두를 이유가 없게 됐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가격상승 기대가 컸던 중대형아파트는 DTI 규제가 먹혔지만 이제는 오히려 중소형 주택이 선호되어 DTI 규제가 작동할 여지가 줄었다.

이번 조치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인 향후 10년간의 장래소득을 감안해 융자비율을 25% 더 늘려주겠다는 것도 비정규직 취업이 늘고 고용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감안할 때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며, 대출 후 철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정책이다.

설사 이에 해당하는 가구가 있더라도 서둘러 집을 구매해야 할 동기 부여가 현재의 시장상황에서는 없다. 자산을 소득에 포함시키기로 한 것도 바람직하기는 하지만 임대소득이 없는 부동산인 경우에는 별 의미가 없다.

미국에서도 일반적으로 소득과 담보가치를 고려해 주택대출을 심사하고 있으며, 기준에 미달하면 대출을 받을 수가 없거나 조건이 열악한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물론 부실대출의 궁극적인 책임은 대출기관에 있다. 기준적합 여부에 따라서 적격 대출과 비적격 대출을 몇 가지 등급으로 나누고 기준 충족도에 따라서 이자율과 상환기간에도 차등을 둔다. 그만큼 다양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상품이 존재하며, 금융기관 간의 자율경쟁을 통해서 대출상품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또 미국의 경우 대출을 받으려면 가계의 모든 자산과 소득 그리고 부채를 대출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차입자의 자격에 따라서 다양한 기준과 금리가 적용되며 대출 건전성을 유지하고 대출금액을 합리적으로 늘려주기 위해서 대출보증제도가 운용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와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현행 DTI 기준도 이미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개인의 소득과 부채 그리고 자산에 관한 신용정보가 제대로 축적되지 못한 현실에서 DTI 기준을 정책 수단으로 삼는 것은 한계가 있다. DTI 비율을 높이고자 한다면 차라리 융자보증제도를 강화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집값이 오르리라는 기대가 현저히 줄고 가계부채가 심각한 요즘 빚을 더 얻어 집을 사라고 하는 것은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가능성만 높이게 된다. 근본적으로 주택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시급히 약발이 듣는 묘수를 찾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주택시장을 정상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분양가 규제 철폐, 무리한 개발사업 중단, 도시재정비 사업에서의 각종 규제완화, 취득세 양도세의 과감한 완화 조치가 필요하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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