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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보수적 은행서 맹활약 여성 부행장 5명… 그녀들이 말하는 ‘여성 임원들의 7가지 리더십’

입력 2012-10-23 03:00업데이트 2019-05-1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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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명령하지 말고 대화로 조율하라 [2]보고는 5개 이내로 줄여라
[3]술집 대신 맛집 찾아라 [4]회의는 5분 안에 끝내라
[5]일, 피할수 없으면 즐겨라 [6]커리어 플랜을 세워라
[7]여자의 적은 여자? 동지다
보수적인 분위기로 유명한 은행에 여성 부행장이 드물다. 시중은행에 100명에 육박하는 부행장이 포진했지만 여성은 5명뿐이다. 권선주 IBK기업은행 리스크관리본부장(56), 김명옥 한국씨티은행 업무지원본부장(56), 제니스 리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변화관리추진본부장(51), 유명순 씨티은행 기업금융상품본부장(51), 김정원 씨티은행 재무기획그룹장(44)이 주인공이다. 출장 등으로 자리를 비운 씨티은행의 김명옥 유명순 부행장을 제외한 나머지 3명과 인터뷰한 결과 이들은 모두 걸어온 길은 달랐지만 공통된 성공 방정식을 갖고 있었다.

○ 지휘관 아닌 조력자형 리더


이달 초 한국씨티은행에서 임원 인사가 발표되자 직원들은 잠시 술렁였다. 미국 본사에서 파견한 외국인 남성이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는다는 관례가 깨졌기 때문이다. 이 자리를 꿰찬 사람이 바로 김정원 부행장이다. 소속 팀장들은 김 부행장보다 나이가 많은 남성이 대부분이었다. 그는 팀장들에게 “업무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게 하는 대변인이 되겠다”며 “그 대신 일을 열심히 해 달라”고 당부했다. 리더가 지시만 내리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소속 팀의 일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라는 철학에 따른 것이었다.

이처럼 이들은 명령하고 통제하는 지휘관보다는 조율자(coordinator)나 촉진자(facilitator)에 가까웠다. 리 부행장은 “여성은 싸우지 않고 협상하는 법을 안다”며 “지금은 파워보다는 영향력의 시대”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노동조합이 은행권 최장기 파업을 강행할 때 태도는 부드럽게 하되 사측이 결정할 일까지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강한 메시지로 일관하면서 파업 종료를 이끌어냈다. 그는 “일사불란한 지휘보다는 이해관계자의 원활한 조율로 원하는 바를 이루는 게 효과적”이라고 귀띔했다.

○ 질문은 많이, 보고는 간결하게

열린 의사소통은 필수다. 권 부행장은 회의를 주재할 때 질문을 많이 던진다. 그는 “대개의 남성 리더들은 하고 싶은 말만 하다보니 하급자는 일방적으로 말을 듣고 끝나기 일쑤”라며 “회의의 목적은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인 만큼 듣는 데에 주력한다”고 소개했다.

간결한 보고도 중요하다. 김 부행장은 “상대가 궁금한 점까지도 미리 파악해 머릿속으로 정리한 뒤 보고한다”고 강조했다. 최고경영진일수록 궁금한 사항을 일일이 물어보는 ‘스무 고개’를 할 여유가 없다는 것. 그는 “파워포인트의 5개 꼭지에 들어갈 내용으로 요약한다는 생각으로 보고한다”고 덧붙였다.

○ 술자리, 못해도 된다

남성들 사이에서는 술자리나 흡연실은 비공식적 정보 통로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들은 ‘제3의 길’을 택했다. 김 부행장은 중국 요리를 먹더라도 흔한 중국집보다 특이한 딤섬(중국식 만두)집을 간다. 그는 “초년병 시절 술을 많이 마시고 목소리도 일부러 걸걸하게 했지만 이제는 나만의 스타일로 소화한다”고 자랑했다. 권 부행장은 다른 부서와의 회의가 끝나면 항상 점심을 함께한다. 마음의 빗장을 풀고 허심탄회한 부탁을 하거나 업계 동향 등을 귀담아듣기에 좋기 때문이다. 리 부행장도 직원들과 마주칠 때 먼저 말을 건넨다. 평소의 대면 접촉이 더 중요하고, 윗사람에게 아랫사람이 먼저 접근하기 힘들다는 생각에서다.

○ 시간을 경영하라

효율적인 시간관리도 성공의 열쇠였다. 김 부행장은 “시간을 최대한 쪼개 쓰는 것밖에 답이 없다”며 대학 노트 한 권을 내밀어 보였다. 번호가 매겨진 할 일이 빼곡하게 적혀 있고, 처리된 일들은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다. 권 부행장은 매일 아침 팀장급과의 회의를 ‘스탠딩 회의’로 5분 내에 끝낸다. 그는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현안만 보고하고 빨리 현장에 돌아가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 직업, 일이 아니라 배움


이들은 직장생활의 고비를 배우는 즐거움으로 극복했다. 권 부행장은 남성 동기보다 승진이 늦고 지점 생활을 오래 했지만 괘념치 않았다. 그는 “지점 생활을 오히려 배우는 기회로 삼았다”고 소개했다. 예금을 넣으러 오는 사람에게는 돈을 모으고 인생을 사는 법을 배우고, 대출하러 오는 고객에게는 산업계 동향을 귀동냥하는 재미로 버텼다. 리 부행장은 교수의 꿈을 안고 미국 유학을 떠났다가 조교 시절 취직하면서 직장생활을 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는 “학교에서는 돈을 내면서 배우지만 직장에서는 돈을 받으면서 배울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 커리어 포트폴리오를 짜라

이들은 또 ‘커리어 포트폴리오’를 만들 것을 주문했다. 직장 생활을 관두고 싶은 고비를 맞을 때 마음을 다잡는 도구로 삼는다는 것이다. 리 부행장은 “자신의 투자 성향과 투자 목적에 맞게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처럼 커리어 성향과 커리어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새로운 도전을 추구하는 커리어 성향과 재무 분야에서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는 커리어 목적에 따라 ‘제조업→통신업→금융업’으로 커리어를 바꿨다. 기준은 △원하는 것을 하고 있나 △잘하는 것을 하고 있나 △현재 생활이 동기 부여가 되나 등이었다.

○ 여성 동료를 활용하라

이들은 직장 여성동료와의 좋은 관계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네트워킹이 약한 게 단점이기 때문이다. 김 부행장은 외부 인사를 만났을 때 공통으로 아는 여성이 있으면 ‘○○○ 아세요?’라며 그 사람의 장점을 어필했다. 이른바 ‘네임 마케팅’이다. 그는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생각을 버리고 서로 밀고 끌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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