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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친환경 미생물로 키운 배추, 귀농 10년 청년의 꿈 ‘활짝’

입력 2018-08-21 03:00업데이트 2018-08-21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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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농업으로 100만 일자리를]<6> 고랭지 배추 농업 고승연씨
귀농한 지 10년 만에 억대의 순수익을 올리게 된 고승연 씨가 7일 강원 강릉시 왕산면 자신의 배추밭에서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강릉=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귀농해서 10년 동안 많이 배웠으니 이젠 본격적으로 수입을 올려야죠.”

7일 오전 강원 강릉시 왕산면 해발 700m 고랭지 배추밭에서 만난 고승연 씨(36)는 밝은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전날 강릉 도심에는 많은 비가 내려 피해가 발생했지만 왕산면에는 적당량의 비가 내려 가뭄을 해갈시켜 준 덕분이다.

고 씨는 7.2ha의 밭에서 배추와 감자를 재배하고 있다. 지난해 실적은 2억5000만 원 매출에 1억2000만 원가량의 순이익. 바쁠 때는 하루 12시간 넘게 작업에 매진해서 얻은 값진 열매다. 10년 전 직장에 다닐 때 받았던 연봉이나 친구들의 수입에 비해서도 적지 않은 금액이다.

○ 농업 강좌 ‘열공’하며 귀농 첫걸음

고 씨가 고향으로 돌아온 것은 2008년. 대학에서 기계설계를 전공한 뒤 경기 부천에 있는 회사에 취직했지만 도시 생활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혼자 힘겹게 농사를 짓고 있는 어머니를 돕고 싶은 마음도 컸다.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예상했던 대로 농사는 쉽지 않았다. 농사를 제대로 해보는 것은 처음이었고, 주변에 또래가 없다 보니 몸도 마음도 더욱 고달팠다.

고 씨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장기적인 로드맵을 짜서 실행에 나섰다. 먼저 친구를 사귀면서 농사 정보를 나누기 위해 강릉시 4H 연합회에 가입했다. 또 각종 농업 강좌를 찾아다니며 부족한 농업 지식을 채웠다. 강릉시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농촌관광과 친환경과정을 각각 수료했다. 이와 함께 강릉원주대에서 농업마이스터대 2년 과정을 마쳤고, 강원도 미래농업교육원에서 농기계정비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강좌를 통해 새로운 농업 지식을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을 알게 됐다는 점에서 그에겐 ‘일석이조’였다.

농사에 유용미생물을 활용하게 된 것도 교육의 효과였다. 농약과 비료에 유용미생물을 섞어 사용하면 농약과 비료 사용량을 줄일 수 있어 그만큼 비용이 절감됐다. 더욱이 토양 산성화를 방지할 수 있고, 상수원도 보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유용미생물을 사용한 뒤 고랭지 채소 무름병 발생률이 기존 20%에서 7∼8%로 감소했다.

이어 고 씨는 재배 면적 확대를 통한 사업 확장을 구상했다. 부모님이 경작하던 2ha 규모의 밭으로는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2010년 인근에 매물이 나오자 모아놓은 돈과 대출을 받아 5.2ha의 밭을 구입했다. 고 씨에게 밭 구입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재배면적이 넓어지면서 수익이 늘었고, 땅값도 올랐기 때문이다.

○ 감자 활용한 ‘컵 옹심이’ 개발 도전

고 씨의 당면 과제는 배추의 포전거래(밭떼기 거래)를 ‘계통출하’로 전환하는 것이다. 계통출하는 본인이 생산한 농산물을 직접 도매시장에 출하하는 것.

고 씨는 자신의 농사 기술이 아직은 완벽하지 않다고 여겨 수확량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일정 수익이 보장되는 포전거래를 택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안정성이 있는 대신 이익을 확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그는 재배기술을 더 익혀 3, 4년 내에 계통출하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재배 중인 작목 외에 부가가치가 높은 새 작목도 찾고 있다.

이와 함께 고 씨는 자신이 재배하는 감자를 활용한 ‘컵 옹심이’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6차 산업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감자의 판로를 확대하기 위해 수년 전 손을 댄 아이디어다. 그러나 번번이 옹심이 국물 맛을 낼 수 있는 수프 개발에 실패한 탓에 아직은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고 씨는 요리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하고 연구를 거듭해서 반드시 상품화하겠다는 각오를 갖고 있다.

고 씨의 이 같은 열정과 노력은 주위에도 널리 알려져 지난해 11월 강원도로부터 ‘강원농어업대상’(미래농업육성부문)을 수상했다. 고 씨는 “귀농에 대해 후회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직장 생활에 비해 벌이가 나을 뿐 아니라 고향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살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음이 편하다. 귀농해서 결혼을 했고 두 자녀도 생겼다.

무엇보다 고랭지 농사 특성상 일이 마무리되는 12월부터 농사 준비에 들어가는 3월까지 3개월 이상의 시간을 여유 있게 보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고 씨는 이를 “직장인은 누릴 수 없는 겨울방학이 있는 삶”이라고 표현했다. 고 씨는 이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내거나 재충전의 시간으로 활용한다.

고 씨가 생각하는 농업의 미래는 장밋빛이다. 자신이 귀농에 잘 적응한 것처럼 예비 귀농인들에게도 도전을 권한다. 하지만 귀농과 창농을 결정하기에 앞서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을 잊지 않았다.

“귀농과 창농에 앞서 철저한 사전 준비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일정량의 농지를 갖고 있어야 하고, 조언을 아끼지 않을 멘토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거기에다 열정과 의지를 보탠다면 성공적으로 정착할 것입니다.”


강릉=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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