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79년 美스리마일原電사고 발생

  • 입력 2007년 3월 28일 03시 01분


1979년 3월 28일 오전 4시 정각.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해리스버그 인근의 스리마일 섬 원자력발전소에서 가압경수로 2호기의 냉각 펌프가 갑자기 멈췄다.

불과 몇 시간 사이에 원자로의 냉각수가 유출되고 온도가 5000도 이상 올라갔다. 노심이 녹아내렸고 건물 내의 방사능 수치는 정상치보다 1000배나 높아졌다. 사고가 커지는 동안에도 기술자들은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갈팡질팡했다.

여러 겹의 방어선을 설치해 사고 확대를 막는 심층 방호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통제실 계기반의 상태 표시는 계속 엇갈리는 신호를 나타냈다. 점검을 위해 잠가뒀던 긴급 급수 밸브를 다시 열어 놓지 않은 실수까지 드러났다.

상황이 파악된 것은 사고 발생 16시간이나 지나서였다. 냉각 펌프를 작동시키자 겨우 온도가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미 노심의 절반 이상은 녹아내린 뒤였다. 건물 방호벽이 뚫리지 않아 최악의 사태는 막았다는 것을 다행으로 꼽을 수 있을까.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미량의 방사능이 대기 중에 방출된 사실이 이틀 뒤에야 확인됐다. 주 정부는 임산부와 어린이를 대피시켰고 이 조치는 곧바로 주민들을 공황 상태로 몰아넣었다. 10만여 명이 일시에 도망치듯 빠져나갔다.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반경 16km 이내 주민들의 방사능 노출 수준은 가슴 X선 촬영을 1∼3번 한 정도였다. 사망자나 부상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정부 조사단도 “이번 사고로 치명적 암이 발생한다면 1명 정도”라고 보고했다.

그래도 스리마일 사고는 당시까지 세계 최악의 원전 사고였다. 비록 7년 뒤 옛 소련의 체르노빌 사고로 ‘최악’의 불명예는 벗었지만 이 사고는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 논란이 거세진 계기가 됐다.

가장 오염이 없고 비용이 적게 드는 꿈의 에너지원으로 각광받던 원전이었지만 이 같은 시각은 한순간에 뒤집혔다. 최첨단 과학기술 수준을 자랑하던 미국에서 일어난 사고였기에 충격은 더 컸다.

당시 129개 원전 건설 계획이 승인을 받은 상태였지만 이미 짓고 있던 53개 발전소만 건설이 계속됐을 뿐 나머지 계획은 취소됐다. 그 뒤 미국에서 새로 건설된 원전은 한 개도 없다.

최근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원전 건설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원전 회사들이 새 원전 건설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스리마일 사고가 미국인에게 각인시킨 불안감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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