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공부도 선행도 우등생 ‘어메이징 보이’

  • 입력 2007년 10월 3일 06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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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3월 초 정신지체장애인들의 쉼터인 대전 중구 대흥동 ‘좋은집 한채’에 고교생 한 명이 불쑥 찾아왔다. 구은열(46·여) 원장은 “봉사활동 시간을 메우려 왔겠지…”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학생은 두 시간 정도 말없이 화장실 청소 등을 한 뒤 봉사활동 확인서는 말도 꺼내지 않은 채 사라졌다. 그리고 그 후 주말마다 찾아왔다.

대전 동산고 2학년 김보훈(17·사진) 군. 입시 준비에 몰두해야 할 김 군이 주말마다 이곳을 찾는 까닭은 뭘까.

중학교 때 2년가량 캐나다 연수를 다녀 온 김 군은 “그곳에서 장애인과 일반인이 자연스럽게 함께 생활하는 것을 보고 뭔가가 가슴에 와 닿았다”며 “내가 조금만 도우면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생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김 군의 이 같은 생각은 귀국 후 행동으로 이어졌다. 아는 사람의 소개로 사회복지법인 좋은이웃재단이 운영하는 이곳 ‘좋은집 한채’를 소개받아 지금까지 계속 방문하고 있는 것.

처음엔 간단한 청소만 도왔으나 지금은 배식은 물론 장애인과 함께 월드컵경기장을 찾는 등 나들이도 돕고 있다.

김상태(40·정신지체장애 2급) 씨는 “내 맘을 가장 잘 아는 주말 친구”라며 김 군을 칭찬했다. 같은 반 친구가 저녁을 굶는 것을 보고 어릴 때부터 모아 온 목돈을 털어 급식비로 내준 일은 이미 학교에서는 소문난 일.

동산고 김광산 교장은 “김 군이 학생회 전교 부회장으로 성적도 상위권인데다 운동까지 잘한다”며 “우리는 보훈이를 ‘어메이징 보이(amazing boy)’라 부른다”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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