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중국의 힘]新지식인 '즈번자' 경제核 급부상

  • 입력 2000년 2월 16일 2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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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보쥔(求伯君).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워드프로세서 소프트웨어 업체인 진산(金山)공사 총재다. 중국의 한자는 표의문자. 영어나 한글처럼 제한된 자모의 표음문자가 아닌 탓에 워드프로세서 개발은 아주 골치아픈 난제였다.

그런 와중에 97년 그는 자신의 별장을 판 돈으로 중국어 도스(DOS)용 워드프로세서 ‘WPS 97’을 개발했다. 이 소프트웨어가 발매되면서 중국인들은 한자도 컴퓨터로 타자(打字)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단번에 ‘민족영웅’으로 떠올랐다. 이 때문에 그가 양복을 입는지, 국민복인 중산복(中山服)을 입는지조차도 사람들의 화제가 됐다.

▼漢字워드프로세서 개발▼

지난해 11월 중순 그는 새로운 화제를 낳았다. 윈도용 워드프로세서 ‘진산 츠바(詞覇) 2000’과 번역 소프트웨어 ‘진산 콰이이(快譯) 2000’을 불과 28위안 약 3640씩에 내놓았기 때문.

중국어 워드프로세서 소프트웨어 가격은 보통 500∼1000위안. 그러나 이처럼 파격적인 가격으로 나오자 이들 소프트웨어는 시판된 지 두달 만에 100만개나 팔렸다.

올해초 그는 현재 개발 중인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두바(毒覇)’도 이 가격으로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중국에서 일반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은 200위안(약 2만8000원) 이상이다.

중국 최대 인터넷망인 신랑(新浪·sina.com)의 왕즈둥(王志東) 총경리(總經理·사장). 지난해말실시된 에릭슨배(杯) 중국 최우수 인터넷서비스망 선발대회에서 ‘중국의 최우수 인터넷 인물’로 선정된 사람이다.

지난해 11월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둘러싼 미중 협상이 타결됐을 때 그는 ‘미래 중국의 최고 부자’로 주목을 받았다. 그가 갖고 있는 100만주의 신랑망 주식이 미국 나스닥에 상장되면 돈방석에 앉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나스닥에 상장된 중화(中華)망(china.com)의 주식은 미중협상 타결 후 58달러에서 127달러로 폭등했다.

중국 최대 컴퓨터회사인 롄샹(聯想) 뎬나오(電腦)공사 전 회장 양위안칭(楊元慶)과 전 총엔지니어 니광난(倪光南), 베이다팡정(北大方正)의 창립자이자 중국과학원과 중국공정원 원사(院士·최고과학자)인 왕쉬안(王選), 52개의 자회사를 가진 쓰퉁(四通)그룹 전 총엔지니어 왕지즈(王緝志)도 최근 주목받는 인물들이다.

또 ‘중국 최초의 벤처기업인’이자 중국 최대의 교육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커리화(科利華)공사 총재 쑹차오디(宋朝第), 중국 3대 인터넷서비스망의 하나인 왕이(網易)망의 딩레이(丁磊) 총재, 초대형 가전업체로 성장한 하이얼(海爾)의 장루이민(張瑞敏)총재, 비디오 콤팩트 디스크(VCD)와 디지털 비디오 디스크(DVD) 업계의 총아인 부부가오(步步高)공사 돤융핑(段永平) 총경리 등도 마찬가지다.

이들 모두 공통점이 있다. 이른바 ‘즈번자(知本家)’. ‘즈번자’는 작년 가을 ‘즈번자 펑바오(風暴)’라는 책이 베이징에서 출간되면서 대유행을 이룬 신조어다. 지식기반산업이 주류로 떠오른 사회에서 정보와 기술, 세계화 능력을 갖춘 신(新)지식인이라는 뜻이다.

이 용어는 지난해 중국에 새로 등장한 800여개의 신조어 가운데서도 가장 널리 파급됐다.

‘즈번자 펑바오’는 지난해 출간되면서 중국에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부제는 ‘중국 신지식분자 선언’. 3명의 젊은 정보기술(IT)분야 전문기자들이 쓴 이 책은 “이제 중국에 ‘즈번자’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선언했다.

중국 언론매체들은 정보와 기술, 그리고 세계에 눈을 돌리라는 이 책의 주장을 자세히 소개하며 “지식산업은 미국에서 나왔으나 즈번자는 중국이 종주국”이라고 강조했다.

▼올초 벤처기업 첫 등장도▼

중국 정부도 즈번자를 지원하기 위해 베이징의 중관춘(中關村)을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육성하기로 결정했다. 하이테크 벤처기업 양성을 위한 각종 정책도 내놓았다. 올해부터 시행된 ‘개인독자기업법’도 이같은 정책의 하나였다.

올 1월31일 베이징(北京) 하이뎬(海淀)구에 개인독자기업법 실시 이래 최초로 등록한 벤처기업이 문을 열었다. 자본금 20만위안(약 2600만원). 런민(人民)대학을 졸업한 올해 37세의 우쿤링(吳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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