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중국의 힘]이동전화 가입자 3년후 1억돌파

  • 입력 2000년 2월 8일 20시 19분


지난 3년간 TV 내수시장을 둘러싸고 치열한 가격인하 경쟁을 벌였던 중국 가전업체들이 올들어 일제히 이동전화 단말기(휴대전화) 시장에 뛰어들었다.

커젠(科健)은 인기 탤런트 장톄린(張鐵林)을 광고모델로 기용, 관영 CCTV를 통해 새해 벽두부터 광고공세를 펴고 있다. 하이얼은 인터넷회사와 합작, 무료시험사용 광고를 하고 있다. 캉자(康佳)는 신제품 100대를 경품으로 내걸며 난징(南京)에 입성했다. TCL은 무게가 불과 50g인 초경량 제품으로 소비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들 업체는 이미 수년간의 경쟁을 통해 가격인하에 단련될대로 단련됐다. 이들이 1000위안(약 14만원)대의 값싼 신제품으로 휴대전화 시장에 뛰어들자 그동안 중국 시장을 독식했던 외국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 팔린 휴대전화는 무려 2000만대. 모토로라 노키아 에릭슨 삼성 등 해외 유명 브랜드들이 90%를 차지했다. 그러나 올해엔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 국무원 정보산업부로부터 18억위안(약 25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받은 캉자 TCL 하이얼 사화(厦華) 등 중국 대형가전업체 9개사가 투입됐기 때문이다.

중국의 이동전화 가입자수는 1996년 685만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작년말에는 4000만명으로 폭증했다. 2003년에는 1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연간 휴대전화 수요도 3000만대를 넘을 전망이다. 연간 400억위안(약 5조6000억원)이 넘는 규모의 거대시장이다.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싸움도 본격화됐다. 중국의 이동통신사업은 그동안 중국전신(China Telecom)이 독점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이 구도가 무너졌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앞두고 경쟁체제 도입을 위해 중국전신을 4개사로 분할했던 것.

중국은 이 회사를 △유선전화업무를 맡는 중국전신 △기존 유럽표준(GSM) 방식의 이동통신 서비스를 맡는 중국이동통신 △중국위성통신 △롄허(聯合)통신(UNICOM)으로 분할하고, 롄허통신을 부호분할다중접속(CDMA)방식의 제2이동통신 사업자로 지정했다. 또 롄허통신의 전체 지분을 전자공업부 등 국무원의 다른 부처들이 갖도록 함으로써 정보산업부가 관할하는 중국이동통신과 경쟁하도록 만들었다.

작년말 1차로 270만 회선분의 기지국과 관련장비를 국제 입찰에 붙인 롄허통신은 올해안으로 700만회선을 확보하는 게 목표. 올해 중반부터 본격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향후 매년 1000만 회선씩 늘려 2003년 중국 이동통신시장의 30%를 점유할 계획이다.

그런 가운데 작년말 스지(世紀)이동통신이 CDMA 사업에 전격 참여했다. 이는 중국 군부가 절반의 지분을 가지고 있던 창청(長城)망의 후신. 창청망은 96년부터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등 4개 도시에서 CDMA 시범망을 운용해왔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롄허통신을 CDMA 사업자로 지정하자 군부가 이에 반발, 창청망을 서지이동통신이라는 이름으로 바꿔 작년말 허베이(河北)성에서 전격적으로 이동통신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 이동통신 시장 쟁탈전은 3파전으로 치닫게 될 전망이다.

수요가 급증하기는 유선통신 시장도 마찬가지. 작년말 현재 중국의 유선전화 가입자수는 1억1000만명. 올해말에는 1억285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인터넷 접속도 폭발세이고 장거리전화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톈진(天津) 청두(成都) 충칭(重慶) 3개 도시의 유선전화 사업을 맡았던 롄허통신이 장거리전화 시장 참여를 선언했다. 또 ‘제3전신’으로 불리는 중국인터넷통신도 유선통신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중국과학원과 국가라디오영화TV총국 등이 지분을 가진 중국인터넷통신은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인터넷과 PC, 전자상거래 분야도 급성장하는 시장이다. 작년말 800억달러(약 96억원) 규모에 불과했던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이 올해말에는 4000만달러(약 480억원), 2003년에는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PC시장도 작년말에 전년대비 16.2% 성장한 1720억위안(약 24조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20% 증가한 2050억위안(약 28조7000억원)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중국 정보통신시장이 폭발하고 있다. 이를 둘러싼 정보통신업체들의 전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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