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로 금융영토 넓히는 英 “손안의 은행, 세계가 고객”

이샘물 기자 입력 2017-01-10 03:00수정 2017-01-10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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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최전선을 가다]<5·끝>‘스마트 금융’ 진화한 영국  영국 런던의 금융지구 캐너리워프의 ‘원캐나다스퀘어’ 빌딩 39층. 지난해 11월 9일 유럽에서 가장 큰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기관인 ‘레벨39’ 안으로 들어서자 소파에 앉아 노트북을 들여다보며 무언가에 열중하는 젊은이들이 보였다. 3개 층에 걸친 6930m2(약 2100평)의 공간에는 스타트업 220여 개가 입주해 있고, 이 중 60%가량이 핀테크 업체다.

 영국 부동산회사 캐너리워프 그룹은 기술력을 갖춘 핀테크 스타트업을 키우기 위해 영국 정부 및 런던시와 협력해 2013년 레벨39를 출범시켰다. 레벨39에 입주하면 회원권 종류에 따라 소액의 임차료를 지불하고 사무공간을 쓸 수 있다. 스타트업 보육과 투자를 병행하는 ‘엑센트리’에게서 경영 지도도 받을 수 있다.

 한국과 달리 영국은 스타트업 육성에 재정을 직접 지원하지 않고 민간 기업을 내세우고 있다. 벤 브래빈 레벨39 대표는 “정부와 런던시로부터 받는 지원은 격려와 비전 공유”라고 말했다. 스타트업 육성도 시장 원리에 기반을 두고 작동되도록 해 자생력을 높이는 것이다. 정부는 세제 혜택으로 간접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금융 산업 강점 활용해 ‘핀테크’로 차별화

 영국에선 전통적으로 기반이 탄탄한 금융산업을 바탕으로 핀테크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영국 재무부는 2015년 기준으로 자국 핀테크 분야 매출이 66억 파운드(약 9조7482억 원), 고용인원이 6만1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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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엑센트리 김종한 부사장은 “영국 핀테크 시장은 매년 50%씩 성장 중이다. 런던 핀테크 스타트업은 3000개 이상인데, 사람을 구하기 힘들어서 유럽 각지에서 인력을 흡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에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핀테크 창업이 대폭 늘어났다. 당시 은행들이 재정난으로 직원들을 정리해고하자, 정보기술(IT) 재능을 갖춘 퇴직자들이 핀테크 창업에 대거 나섰다.

 레벨39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입지 그 자체다. 브래빈 대표는 “인근에 주요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밀집돼 있어 핀테크 기업엔 자원과 시장의 바다가 펼쳐져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보육기관 입지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레벨39는 덕분에 주요 금융기관에서 일하는 100여 명의 멘토단을 어렵지 않게 갖출 수 있었다.

 레벨39의 스타트업들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입주기업이 ‘유니콘’(1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스타트업)이 되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2014년에는 9∼10개월이었지만, 2015년엔 6개월로 단축됐다. 현재 입주를 대기하는 스타트업만 1000곳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 핀테크로 글로벌 시장 공략

 영국은 핀테크를 발판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핀테크는 지리적 제약을 덜 받아 새 금융시장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릭 밴 더 클레이 영국 무역투자청(UKTI) 자문위원회 의장은 “현재 개발도상국의 수많은 사람들이 금융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핀테크는 이들이 휴대전화만으로 손쉽게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보어드바이저(인공지능 로봇을 이용한 투자자문) 분야 스타트업인 ‘리스크세이브’는 은퇴자들에게 로보어드바이저로 기존 금융권에 비해 저렴하게 투자 자문을 해주는 사업모델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대니얼 태머스헤이스팅스 최고경영자(CEO)는 “유럽과 아시아 등 고령화 사회에 돌입한 시장에서 각광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력을 갖춘 한국의 중소기업들도 영국으로 모여들고 있다. 보안솔루션 업체 KTB솔루션은 지난해 10월 레벨39에 입주했다. 김태현 KTB솔루션 수석연구원은 “이곳에 입주한 뒤로 유럽 등 세계 각국 스타트업과 교류하고 피드백을 받으면서 네트워크를 쌓고 있다. 향후 유럽 현지에 법인을 만들고 진출하는 데 있어서 이곳이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정부는 세금 감면으로 기업 활동 지원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는 런던 동부지역에 ‘테크시티’라는 기술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기업 세제 혜택을 정비했다. 캐머런 정부는 2010년 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던 중 사무실 임차료가 저렴한 런던 동부에서 작은 기술회사들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을 보고 관련 정책들을 도입했다.

 2012년 영국 정부는 투자 위험이 높은 중소기업의 지분을 취득하는 에인절투자자에게 세금 혜택을 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대해 클레이 UKTI 자문위원회 의장은 “스타트업에 10만 파운드를 투자하면 5만 파운드는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지난해 일정 소득 미만의 기업가들이 회사를 매각할 때 내는 양도소득세를 18%에서 10%로 낮췄다.

런던=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11월 영국에서 진행한 ‘KPF 디플로마-글로벌 경제이슈: 4차 산업혁명’ 교육과정을 통해 취재가 이뤄졌습니다.

#핀테크#4차산업혁명#스마트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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