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재테크]‘은퇴후 月소득 200만원’의 숨겨진 가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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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한화생명 은퇴연구소 부소장
김태우 한화생명 은퇴연구소 부소장
“1억 원을 모으는 것이 빠를까, 1부터 1억까지 숫자를 세는 것이 더 빠를까?”

수년 전 한 드라마에 나온 대사다. 직관적으로는 숫자를 세는 것이 더 빠를 것 같다. 정말 그런지 간단한 셈을 해보자. 하루는 24시간, 초로 환산하면 8만6400초다. 1억을 8만6400초로 나누면 1157일, 대략 39개월에 해당한다. 1초에 하나씩, 먹지도 자지도 않고 숫자만 센다고 해도 3년이 넘는다. 2초면 6년, 3초면 10년이 넘게 걸린다는 얘기다. 그러면 1억 원을 모으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목돈을 모으는 데 필요한 기간을 간단하게 알아보는 ‘72법칙’을 써보자. 72법칙은 원금을 두 배로 만드는 데 걸리는 기간을 계산하는 공식으로 ‘72÷금리=기간’으로 표현한다. 과거 금리가 20%였던 시절 1000만 원을 예금하면 원금은 3.6년(72÷20=3.6년) 만에 2배로 늘어난다. 하지만 금리가 2%일 때는 10배인 36년이 걸린다. 매월 저축으로 1억 원을 모으려면 얼마나 걸릴까. 일반적으로 매월 63만 원, 연 복리 6% 금융상품에 10년 정도 꾸준히 저축을 해야 가능하다. 바꾸어 말하면 지금은 과거와 달리 원하는 목돈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은퇴설계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노후 준비는 은퇴시점까지 원하는 필요자금을 모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은퇴기간을 20, 30년으로 예상하고 필요할 생활비를 은퇴시점에 일시금으로 환산하는 식이다. 그 돈을 목표로 은퇴설계를 하다보니 준비해야 할 목표자금이 수억 원에 이르는 것이다.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 부장(50)의 사례를 보자. 그는 60세에 은퇴할 예정이다. 은퇴기간은 약 30년으로 노후생활비 200만 원이면 최소한의 생활은 가능할 것 같다. 지금부터 60세까지 준비해야 할 금액은 단순히 계산하면 원금만 7억2000만 원(200만 원×12개월×30년)인 셈이다. 김 부장이 지금부터 7억2000만 원을 모으는 것이 빠를까, 퇴직 후 노후생활비 200만 원을 확보할 방법을 찾는 것이 더 나을까.

두 가지를 고려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첫째는 ‘시간’이다. 앞서 말한 대로 1억 원을 모으는 데 10년 정도 걸린다면 김 부장이 은퇴 전에 7억2000만 원을 모으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둘째는 ‘가치’다. 김 부장이 매월 이자소득으로 200만 원을 얻으려면 연 복리 2%, 이자소득세 15.4%인 금융상품에 가입했을 때 14억1844만 원{(200만 원×12개월)/(100%―15.4%)/2%}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 은퇴 후 소득 200만 원은 목표자금 7억2000만 원의 2배의 가치가 있는 셈이다. 이자소득이 아닌 다른 소득도 괜찮다. ‘은퇴 후 소득 200만 원’의 숨겨진 가치는 상당하다. 생각을 바꾸면 괜찮은 노후가 눈앞에 열릴 것이다. 행동경제학자인 리처드 탈러는 이렇게 말했다. “일반인들은 은퇴 시 필요한 일시금으로 목표를 설정할 때보다, 소득으로 목표를 설정할 때 더 쉽게 인식하고 의사결정을 빨리 내린다.”

김태우 한화생명 은퇴연구소 부소장
#은퇴#재테크#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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