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록, 승계자금 마련 계획-실행 주도

  • 입력 2006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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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브로커 김재록(金在錄·46·구속) 씨가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 개입한 단서가 검찰에 포착되면서 김 씨 사건과 현대차그룹 비자금 수사가 하나로 수렴되는 듯한 극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

검찰이 경영권 승계 및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 현대차그룹 핵심부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는 내부 보고서를 확보한 이후 정몽구(鄭夢九) 그룹 회장에 대한 소환 방침을 밝힌 것도 예사롭지 않다.

정 회장이 후계구도를 위한 비자금 조성 등 불법행위에 연루됐다는 단서가 확보됨에 따라 정 회장 부자에 대한 사법처리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등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

▽사건 ‘트랙 2개’가 하나로 수렴하나=지금까지 검찰 수사에서 김 씨 로비의혹 사건과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은 별개의 사건이었다. 채동욱(蔡東旭)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도 이런 사건 구도를 ‘나무 2개’에 비유했다.

김 씨와 현대차그룹 사건이 겹치는 부분이 있다면 현대차그룹이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연구개발(R&D)센터 증축 인허가와 관련해 김 씨에게 로비자금을 줬다는 것. 현대차그룹 비자금은 물론 경영권 승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듯했다.

그러나 김 씨가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 적극 개입했다는 증거가 검찰에 확보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두 사건의 연관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김 씨가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 관련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사실은 김 씨가 현대차그룹의 후계 구도를 처음부터 계획했다는 얘기다. 김 씨와 현대차그룹 가운데 어느 쪽이 먼저 손을 내밀었는지는 확인이 더 필요하지만 양측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긴밀하게 협조했다는 정황은 충분하다.

김 씨가 평소 정의선(鄭義宣) 기아차 사장의 경영권 승계를 책임지겠다고 호언해 왔고 정 사장도 김 씨를 ‘삼촌’이라고 부르며 따랐다는 소문도 이런 구도를 뒷받침한다.

경영권 승계를 원활하게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경영권 승계에 쓰일 비자금 조성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김 씨가 현대차그룹의 비자금 조성에도 깊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

직접 비자금을 만드는 데 개입하지 않았더라도 정 사장의 경영권 승계 자금으로 비자금을 사용할 수 있는 금융기법이나 전략을 세우는 데 김 씨가 그 역할을 담당했는지에 대해 검찰이 조사 중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최대 현안인 경영권 승계가 잘 처리되도록 김 씨가 정관계 인맥을 통해 로비를 했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이 현대차그룹의 R&D센터와 관련한 김 씨의 로비 의혹은 현대차그룹의 로비 의혹 가운데 일부분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검찰은 김 씨가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 전략에 대한 계획부터 실행에까지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 현대차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범죄 겨냥=검찰이 6일 공식적으로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 관련 범죄를 수사 중이라고 밝힌 것은 수사 성과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임과 동시에 현대차그룹을 가장 강하게 압박하는 카드로 볼 수 있다.

검찰이 정 회장 부자를 정면으로 겨냥하는 배경에는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내부보고서가 바탕이 됐다. 이 보고서에는 현대차그룹이 경영권을 편법 또는 불법으로 세습하기 위해 계획한 모든 비밀과 비자금 조성 내용 등이 망라돼 있다.

따라서 현대차그룹과 정 회장 부자의 운명은 이제 검찰의 의지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점에서 미국에 체류 중인 정 회장도 귀국을 무작정 미루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현재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와 경영권 승계 구도가 통째로 헝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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