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경제정책 리더들]<5>기획예산처 주요 간부

  • 입력 2003년 4월 14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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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예산처는 나라살림을 맡고 있는 핵심 경제부처다. 거시경제 정책의 세 축인 ‘재정’ ‘금융’ ‘세제’ 가운데 재정지출을 관리한다. 옛 경제기획원 출신이 많다. 임상규(任祥奎) 예산실장은 각 부처 고위 공무원이 가장 어려워하는 ‘1급 중의 1급’이다. 박인철(朴寅哲) 재정기획실장은 중장기 시각에서 재정을 어떻게 운영할지를 결정한다. 배철호(裵哲浩) 기획관리실장은 20년 넘도록 거의 예산업무에서 ‘한 우물’을 파온 예산분야 전문가다. 예산처 국장 및 과장들도 1원이라도 예산을 더 따내려는 다른 부처 공무원을 상대하면서 ‘줄다리기’를 해야 하는 특성상 탄탄한 경제논리로 무장돼 있다.》

▽‘예산 베테랑’ 1급들〓임상규 예산실장은 한해 111조4800억원(2003년 일반회계 기준)의 예산관리를 실무 지휘하는 한국 정부의 ‘곳간지기’다. 핵심을 빨리 파악해 후배들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맺고 끊음이 분명하다. 역할이 커질수록 더 능력을 발휘한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지난해 현직에 임명됐을 때 첫 호남 출신 예산실장으로 주목받았다. 올해 예산안을 무리 없이 짠 데다 현 정부 출범 후 장 차관이 모두 경남 출신인 점도 연임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 “임 실장과 함께 홍어를 먹어보지 않았다면 가까운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홍어요리 애호가. 서울대 공대 금속공학과를 나온 뒤 법대로 편입해 다시 졸업했다.

박인철 재정기획실장은 과장 때 총리실에서 경제기획원으로 자리를 옮겨 예산처 1급까지 승진해 눈길을 끈다. 예산처는 기획원 시절부터 웬만한 실력으로는 외부인사가 고위간부까지 승진한 사례가 거의 없는 ‘순혈(純血)부처’다. 공화당 중진이었던 고(故) 최재구(崔載九) 의원의 사위로 허일섭(許日燮) 녹십자 부회장이 손아래 동서다.

배철호 기획관리실장은 장 차관을 포함해 현 정부 인사 중 예산편성 업무를 가장 오래한 현직 관료. 원만한 성격에다 이 분야에 대한 실무지식이 워낙 해박해 대외업무에도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김진표(金振杓) 경제부총리, 이종오(李鍾旿) 전 대통령직 국민참여센터본부장과는 경복고 동기다.

1급 상당으로 민주당에 파견나간 장병완(張秉浣) 전문위원은 예산처 주요 국·과장을 대부분 거쳤다. 평소에는 소탈한 ‘형님’ 스타일이지만 업무와 관련해서는 무섭게 몰아친다. 해병대 장교 출신.

▽한국경제의 안방살림꾼들〓정해방(丁海昉) 예산총괄심의관, 김동환(金東煥) 경제예산심의관, 김성진(金成珍) 사회예산담당관은 각 부처의 예산을 넣고 깎는 ‘야전(野戰) 부대장’이다.

정해방 예산총괄심의관은 예산처 공무원들이 재정관련 법령이나 제도에서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가장 먼저 찾는 ‘걸어다니는 예산사전’. 예산 편성의 기준과 원칙을 제시하는 데 막힘이 없다. 친형인 정해창(丁海昌) 전 법무부 장관, 정해왕(丁海旺) 현 금융연구원장 등 3형제가 모두 경북고와 서울대 동문이다. ‘경북 영주의 3재(才)’로 불리는 이경재(李景載) 전 중소기업은행장, 이명재(李明載) 전 검찰총장 이정재(李晶載) 현 금융감독위원장 형제에 빗대 정해방 예산총괄심의관 형제는 ‘경북 김천의 3재(才)’로 불린다.

김성진 사회예산담당관은 국방 법사 교육 노동 등 사회분야의 국가살림을 짜는 실무를 총괄한다. 대외경제협력업무와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예산업무를 오랫동안 맡아왔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에 파견나가 있다가 이번에 예산처로 복귀했다. 일처리가 시원시원하고 입담이 좋다. 경남 고성 출신으로 이순신 장군을 존경한다.

변재진(卞在進) 기금정책국장은 ‘방만한 운용’이라는 말이 자주 따라다니는 191조원의 기금을 총괄 관리한다. 공보관을 제외하고는 과장 승진 이후 줄곧 예산업무를 맡아 실무지식이 해박하다. 업무의 줄거리를 명쾌하게 잡아 처리한다.

유덕상(柳德相) 예산관리국장은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인 대형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와 주어진 예산이 엉뚱한 곳에 사용되지 않고 있는지 점검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최근에는 경기상황에 맞춰 각 부처에 재정을 조기에 집행하라고 독려하느라고 바쁘다. 부드러운 성격에 공보과장과 공보관을 지내 언론계에도 지인(知人)이 많다.

김동환(金東煥) 경제예산심의관은 건설교통 등 경제 분야에 쓰일 나라살림을 조율한다. 외환위기 직후 1년간 예산정책과장으로 있으면서 현재의 공적자금 부담구조를 만드느라 애를 많이 썼다. 이정우(李廷雨) 대통령정책실장, 최종찬(崔鍾璨) 건설교통부장관, 박봉흠(朴奉欽) 예산처장관, 배철호 기획관리실장과 서울대 상대 68학번 동기. 행시 18회로 공직 입문은 다소 늦은 편.

진영곤(陳泳坤) 기금총괄과장은 지난해 기금관리법이 처음 만들어질 때 실무 책임을 맡아 현재의 틀을 잡는 데 역할을 했다. 강태혁(姜泰赫) 예산총괄과장은 1년 예산이 적재적소에 배치될 수 있도록 교통정리하는 실무책임자다.

▽재정의 큰틀을 짠다〓서동원(徐東源) 재정개혁국장은 전반적인 재정구조 개선과 정부산하기관의 효율성 개혁작업을 맡고 있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법학과로 편입했다. 공정위 독점국장을 지냈다. 예산처 내 바둑 최고수로 일처리가 꼼꼼하다. 경기중·고 교장과 서울교대 학장을 지낸 서장석(徐章錫)씨가 부친이며 서대원(徐大源) 주 헝가리대사가 친형이다. 부인은 중앙일보 신혜경 전문기자.

이영근(李榮根) 재정기획총괄심의관은 예산편성 실무 및 관리, 재정기획, 공공부문 개혁분야를 두루 거쳤다. 산업과 사회 전반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를 감안해 중장기 국가 자원분배의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현직에 잘 어울린다는 평. 이해찬(李海瓚) 민주당의원, 조성익(趙誠益) 재정경제부 국제금융심의관과 용산고 동기.

신철식(申喆湜) 산업재정심의관은 나이(49세)로나 행시기수(22회)로나 이례적으로 승진이 빠를 만큼 업무 추진력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독특한 헤어스타일에 겨울이면 저우룬파(周潤發)식 롱코트를 입고 다녀 ‘파격 패션맨’으로 불린다. 전문 밴드와 함께 자신의 음악테이프를 제작할 정도로 노래 실력이 프로급이다. 중국어 실력이 수준급이고 중국 역사에도 밝다. 신현확(申鉉碻) 전 국무총리가 부친이다.

반장식(潘長植) 사회재정심의관은 치밀한 준비성과 추진력으로 부처 내에서 확실히 인정받고 있다. 기획총괄과장 등 주요 과장을 지냈고 앞으로 예산처를 이끌고 갈 핵심 주자의 한 명으로 꼽힌다. 이번 인사에서도 외부에 있는 고참 국장급 상당수를 제치고 핵심국장으로 발탁됐다.

이수원(李秀元) 기획총괄과장은 중장기적으로 국가 자원이 배치될 방향을 기획하고 조율하는 실무책임자다. 특별취재팀

▼예산처 역할과 구성원 면모 ▼

기획예산처는 옛 경제기획원의 예산실이 모태(母胎)다. 예산실과 예산처는 지금까지 경제부총리를 포함해 많은 경제부처 장차관을 배출해 ‘경제관료 사관학교’로까지 불린다. 예산업무 특성상 사무관 시절부터 경제 전반을 읽는 눈을 익히게 돼 직급이 올라갈수록 도움이 된다는 평이다.

현 정부의 장차관 가운데도 박봉흠(朴奉欽) 예산처 장관과 변양균(卞良均) 차관 외에도 최종찬(崔鍾璨) 건설교통부 장관, 이영탁(李永鐸) 국무조정실장, 김광림(金光琳) 재정경제부 차관, 조학국(趙學國)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모두 예산실 또는 예산처를 거쳤다. 지금도 예산처에는 ‘미래의 경제각료’ 후보가 많다. 1급 4명과 국장 19명(외부파견 포함) 전원이 행정고시 출신이다. 1급 전원을 포함해 이들 23명 가운데 65%인 15명이 서울대 출신이다. 특히 서울대 가운데도 상대 출신이 많다.

예산처는 정부 내 ‘시어머니’다. 각 부처가 추진하는 굵직굵직한 사업이 예산처가 ‘노(No)’라고 하면 공염불로 돌아간다. 대통령 공약(公約)도 예산의 뒷받침이 없으면 공약(空約)으로 전락한다. 지난해에는 기금관리법이 만들어져 각 부처가 거의 ‘마음대로’ 운영하던 48개 기금 191조원도 예산처가 심의한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예산처 장관은 모두 부처의 업무보고에 참석하라”고 지시한 것도 각 부처의 사업을 일차적으로 걸러주는 역할이 예산처에 있기 때문이다.

예산처 관료들은 ‘리버럴’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유연한 사고없이는 국가 경제 전반을 읽는 거시정책을 제대로 수립할 수 없기 때문.

이들이 기획원 시절부터 선호하는 스포츠는 각자의 역할이 충분히 강조되면서 전체적인 조화가 필요한 야구다. 조직력과 일사불란함을 자랑하는 옛 재무부에서 축구가 인기를 끈 것과 대조적이다. 예산처의 모태인 기획원을 포함해 세 부처 장관을 지낸 나웅배(羅雄培) 전 경제부총리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상공부는 화려하고(Colorful), 재무부는 막강하고(Powerful), 기획원은 명예롭다(honorable).”

기획예산처 1금 이하 주요 간부
직급이름현직연령출신지역출신학교행시
1급임상규예산실장54광주광주일고, 서울대 행정학과17회
박인철재정기획실장53대구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16회
배철호기획관리실장55서울경복고, 서울대 경영학과16회
장병완민주당 전문위원 파견51전남 곡성광주일고, 서울대 무역학과17회
국장서동원재정개혁국장51서울경기고, 서울대 법학과15회
유덕상예산관리국장53전북 고창전주고, 서울대 사학과18회
변재진기금정책국장50경남 밀양경복고, 서울대 경영학과16회
이영근재정기획총괄심의관50경북 예천용산고, 고려대 법학과17회
신철식산업재정심의관49경북 칠곡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22회
반장식사회재정심의관47경북 상주덕수상고, 국제대 법학과21회
정해방예산총괄심의관53대구경북고, 서울대 행정학과18회
김동환경제예산심의관55전남 진도광주일고, 서울대 무역학과18회
김성진사회예산심의관54경남 고성부산고, 서울대 경제학과15회
오성익중앙공무원교육원 파견50부산중앙고, 고려대 통계학과20회
서병훈국방대 파견49서울중앙고, 연세대 행정학과22회
서덕모KEDO파견49충북 청원경기고, 서울대 법학과21회
남동균국회 예결위 파견51대구경북고, 서울대 경제학과23회
이창호주미대사관 파견47경북 성주보성고, 고려대 행정학과21회
배국환청와대 파견47전남 강진경복고, 성균관대 경영학과22회
이용걸청와대 파견46부산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23회
강계두 해외연수49광주광주일고, 고려대 행정학과22회
이인식본부 대기52인천서울고, 서울대 경영학과21회
김주영본부 대기53경북 영주경북 영광고, 고려대 신방과16회
과장김용현총무과장51서울용산고, 성균관 경제학과23회
이수원기획총괄과장48강원 춘천춘천고, 고려대 경영학과23회
구본진산업재정1과장46서울경기고, 서울대 법학과24회
진석규사회재정 1과장49광주경성고, 연세대 정외과24회
강태혁예산총괄과장48충남 아산천안고, 성균관대 경제학과22회
권해상예산제도과장45경남 합천부산 동성고, 부산대 경제학과24회
류호영국방예산과장46서울경기고, 서울대 정치학과24회
임해종교육문화예산과장45충북 진천청주고, 한양대 법학과24회
장영철재정개혁1과장47경북 영주대광고, 서울대 경영학과24회
류성걸관리총괄과장46경북 안동경북고, 경북대 경제학과23회
진영곤기금총괄과장46전북 고창경기고, 서울대 경영학과22회
김화동기금제도과장47경북 군위경북고, 영남대 법학과24회
김용환재정개혁2과장45서울대신고,서울대 무역학과25회
권오봉재정분석과장44전남 장흥전남 여수고, 고려대 경제학과26회
홍동호중기재정과장43서울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27회
소기홍산업재정2과장43전북 남원전주고, 서울대 영어교육학과27회
김규옥농림해양예산과장42부산부산 혜광고, 서울대 경제학과27회
국장 가운데 공보관, 기금정책심의관은 현재 공석임. 바료:기획예산처

김광현기자 kkh@donga.com

천광암기자 iam@donga.com

▼2003 경제정책 리더들 취재팀 ▼

▽팀장〓권순활 경제부 차장

▽팀원〓김광현 천광암 이은우 김동원 구자룡 공종식 황재성

송진흡 고기정기자 (이상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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