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백화점 도우미는 불만수집 '첩보원'

  • 입력 2002년 4월 11일 18시 58분


백화점의 안내 도우미를 흔히 ‘백화점의 꽃’이라고 합니다. 어떤 도움을 요청해도 ‘환한 웃음’으로 친절하게 도와주죠.

하지만 도우미의 역할은 이뿐만이 아니랍니다. 현대백화점 미아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등 몇몇 매장은 도우미들에게 “고객의 작은 불편을 파악해 바로 보고하라”는 이색 임무를 맡기고 있습니다. 이 보고를 토대로 매장의 각종 불편들을 바로 고치지요.

그렇다면 고객에게 일일이 물어볼 수도 없고 어떻게 정보를 수집할까요. 가장 애용하는 방법은 ‘엿듣는 것’입니다. 도우미는 보통 고객이 많이 몰리는 곳에 배치됩니다. 이런저런 고객들의 생생한 대화가 들릴 수밖에 없는 지점입니다. 엿들은 말 가운데 매장과 관련 있는 정보를 보고하는 거죠.

도우미 옆을 지나시다 “왜 이리 매장 안이 더워”라고 혼잣말을 해보세요. 곧 매장 온도가 내려갈 겁니다.

이런 소프트웨어적인 것들은 물론 하드웨어적인 정보들도 반영합니다. 한 고객이 “휴대전화 충전할 데 없나”라고 친구에게 묻는 것을 듣고 매장 내 무료 급속 충전기를 설치했는가(현대 미아점)하면 “출입문이 불편하네”라는 독백에 미닫이 형태의 출입문을 회전 출입문으로 교체하는(신세계 강남점) 등 일일이 소개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정보들이 백화점 운영에 반영되고 있습니다.

이런 방법을 쓰는 이유는 한국 고객들은 싫거나 아쉬운 소리를 직접 표현하는 걸 꺼리기 때문이랍니다. 통상 많은 이들이 참을 만큼 참다가 불편을 표현하기 때문에 그 단계까지 불만이 쌓이기 전에 파악해 해소하려는 거죠.

“엿듣는다고 기분 나빠하지 마시고 백화점의 노력을 예쁘게 봐주세요”라는 게 현대 미아점 강민경 안내조장의 부탁입니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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