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정책 현주소]<4>특별지방행정기관 이관 어떻게

  • 입력 2004년 12월 15일 1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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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의 47개 분권화 과제 가운데 가장 어려운 게 바로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이관이다. 권한과 인력, 예산이 동시에 넘어가는 작업이어서 특별지방행정기관을 갖고 있는 중앙 행정부처들이 필사적으로 반대하기 때문이다. 분권위가 태스크포스팀(1팀장 소진광·蘇鎭光 경원대 교수)까지 따로 구성해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전형적인 기능 중복=인천시는 올해 들어 인천지역의 631개 중소기업에 1948억원을 지원했다. 산업자원부 산하 인천지방중소기업청(중소기업진흥공단 인천지역본부)도 올해 340개 중소기업에 2004억원을 지원했다.

두 기관의 지원 명목은 물론 다르다. 인천시는 경영안정 및 시설대체 자금으로 지원했고 인천중기청은 기술개발과 창업, 구조개선을 위해 지원했다. 문제는 2개 기관이 같은 대상을 지원하다 보니 상당수 기업이 중복지원을 받은 것.

분권위 관계자는 “이런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은 전체 중소기업 가운데 1∼2%에 불과하다”며 “만약 두 기관을 통합했다면 보다 많은 기업이 혜택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별지방행정기관 얼마나 되나=지난해 말 현재 전국의 특별지방행정기관은 24개 중앙행정부처에 6574개로 직원 수는 19만3507명이다.

이 가운데 가장 큰 기관은 경찰청으로 3189개 기관에 9만2488명이나 된다. 다음으로는 정보통신부 산하의 우체국(체신청 포함)이 2056개에 2만9021명. 법무부와 검찰청의 특별지방행정기관도 193개 기관에 2만3457명에 이른다.

기관의 조직이 크다는 게 문제는 아니다. 지역적 다양성이 요구되는 경찰을 제외하면 이들 기관은 대부분 전문성과 전국적 통일성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특별지방행정기관으로서 존재의미가 크다.

특별지방행정기관의 가장 큰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와의 기능 중복이다. 특별지방행정기관을 갖고 있는 24개 부처 가운데 10개 부처의 기관이 지자체와 기능이 비슷하거나 같다. 지방중소기업청 지방해양수산청 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지방국토관리청 지방노동청 등은 기능 중복의 대표적인 기관들이다.

지방병무청이나 경찰청처럼 비록 기능이 지자체와 중복되지는 않지만 중앙집권적 일괄 통제로 대민 서비스가 지방 실정에 맞지 않거나 경제성이 떨어지는 기관도 있다.

▽‘게걸음’하는 이관 작업=중복 행정으로 인한 인력 및 예산의 낭비와 과잉규제 등이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지방 이양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분권위는 당초 올해 상반기까지 실태조사를 거쳐 개편안을 마련하고 내년 말까지 이관을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중앙 행정부처의 반발이 커지면서 1차 정비안 마련 시한을 내년 상반기로 1년 늦췄다. 2차 정비안 마련 시한도 2006년 상반기로 대폭 미뤄진 상태이다.

▽누가 가장 반발하나=이처럼 분권위의 개편안 마련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중앙 행정부처의 반발 때문이다.

지난해 4월 분권위가 출범하면서 이 과제를 맡았던 행정자치부는 중앙부처가 강력 반발하자 개편안 마련도 하지 못한 채 두 손을 들고 말았다. 결국 분권위가 올해 2월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직접 추진하고 있는 실정.

분권위가 8개월에 걸친 검토 끝에 1차로 이관키로 잠정 결정한 기관은 △지방중소기업청 지방식약청 지방해양수산청(이상 전체 이관) △지방노동청 지방국토관리청 지방환경청(이상 일부 이관) 등 6개 기관.

당초 검토 대상에 들어있던 9개 기관 가운데 지방산림관리청 지방통계사무소 지방보훈청은 각각 업무지역이 특정지역에 편중되거나 지금 당장은 분권화보다 전국적인 통일성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돼 1차 이관 대상에서 빠졌다.

지방 이양에 대한 반발이 특히 심한 부처는 환경부. 환경부는 지방환경청이 지자체로 넘어가면 ‘난개발’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보건복지부는 “지방식약청이 이관될 경우 ‘부패의 온상’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하고 있으며, 해양수산부는 분권위에 “할 테면 해봐라”며 배짱을 부리고 있다는 게 분권위 간부의 전언이다.

▽이관 어떻게 될까=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0월 18일 분권위의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시기와 방법을 조정해 완벽한 추진계획안이 되도록 하라”고 지시해 4일 뒤로 예정됐던 국민대토론회가 무기한 연기됐다.

분권위는 부인하고 있지만 지자체의 혁신분권담당관들에 따르면 노 대통령의 지시는 특별지방행정기관의 1차 이관마저도 축소되거나 대폭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

분권위 태스크포스팀의 전문위원들과 직원들은 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지난달 중순부터 한 달간의 일정으로 전국의 특별지방행정기관과 지자체를 돌며 현장의 목소리를 다시 수렴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중앙 행정부처들의 끊임없는 반발에도 특별지방행정기관을 지방으로 이관하겠다는 분권위의 의지는 여전하다.

분권위 고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국가사무와 지자체의 사무를 엄격히 구분하는 영미(英美)법 국가와 달리 국가사무를 얼마든지 지자체에 위임해 처리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검찰청이나 국세청, 세관 등 극히 한정된 분야를 제외하고는 모두 기능과 권한을 지자체로 이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최막중(崔莫重) 교수도 “특별지방행정기관은 중앙집권적 개발시대의 산물”이라며 “진정한 지방자치의 착근을 위해서는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특별지방행정기관으로 이원화된 중복행정 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지방행정기관 현황(2003년 12월31일 현재)
유형부처특별지방행정기관기관 수(개)인력(명)
세무행정기관(175개)국세청지방국세청, 세무서(지서)1251만5910
관세청세관, 세관출장소(감시소)503889
공안행정기관(3466개)법무부지방교정청, 교도소, 구치소, 소년원, 보호관찰소, 출입국관리사무소(출장소)1331만5450
검찰청고등검찰청, 지방검찰청(지청)608007
경찰청지방경찰청, 경찰서, 치안센터31899만2488
해양경찰청해양경찰서, 파출소845653
노동행정기관(46개)노동부지방노동청, 지방노동사무소462135
현업행정기관(2495개)정보통신부체신청, 우체국20562만9021
철도청지역사무소, 건설사업소, 역4397743
기타행정기관(392개)공정거래위지방사무소475
국가보훈처지방보훈청, 보훈지청25923
조달청지방조달청, 출장소14432
통계청통계사무소, 출장소471233
병무청지방병무청, 지방병무사무소141435
기상청지방기상청, 기상대, 기상관측소, 항공기상대87722
산림청지방산림관리청, 국유림관리소36881
산업자원부광산보안사무소438
중소기업청지방중소기업청, 사무소12361
특허청서울사무소139
보건복지부국립검역소, 검역소 지소23288
식약청지방식약청, 수입식품검사소11332
환경부지방(유역)환경청, 출장소17671
건설교통부지방국토관리청, 국도유지건설사무소(출장소), 홍수통제소, 지방항공청, 항공관리사무소543547
해양수산부지방해양수산청(출장소)432234
총계657419만3507

하종대 기자 orionha@donga.com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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