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심판 어디로]<中>무엇을 근거로 결정하나

  • 입력 2004년 3월 15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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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심리를 앞둔 헌법재판관들(왼쪽부터 송인준 권성 주선회 김경일 재판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뒤 걸어나오고 있다.   -박영대기자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심리를 앞둔 헌법재판관들(왼쪽부터 송인준 권성 주선회 김경일 재판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뒤 걸어나오고 있다. -박영대기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탄핵 심판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무엇일까. 윤영철(尹永哲) 헌재소장은 최근 “헌법 정신에 따라 신속하고 정확하게 심리를 진행하겠다”고 언급했다.

문제는 ‘헌법 정신’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헌법 정신은 주권재민, 자유민주주의, 법치주의, 국제평화와 평화통일, 시장경제 등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개념으로 헌법의 전문과 총강, 전체적인 체계 등에 함축돼 있다. 이 중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과 관련해서는 주권재민, 권력분립, 탄핵제도의 취지, 법치주의 등의 요소가 주로 조명을 받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견해다.

▽법치주의가 핵심=법조계에서는 헌법 정신의 여러 측면 중에서도 ‘헌법과 법률에 기초한다’는 법치주의에 가장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고 있다. 엄밀한 법리적 해석이 핵심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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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은 우선 ‘절차’를 의미한다. 최근 대한변호사협회가 “노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국회 의결이 국회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나선 부분도 법률 절차를 제대로 지켰는지 확인하는 과정에 해당한다.

절차상 하자가 없다면 그 다음은 문제가 된 행위의 위법 여부를 가려줄 법 조항을 따져보게 된다. 법률과 헌법 조항에 대한 검토 절차를 거치고 나면 최종적으로 그 행위가 헌법에 위배되는지를 따지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여기에 재판관들의 ‘양심’이 판단의 근거가 된다.

‘양심’에는 재판관들의 세계관이나 사상, 가치관 등이 폭넓게 반영되지만 그 판단의 범위는 헌법이 정한 법률적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견해다. 헌재에는 정치적인 사건들이 많이 접수되지만, 이런 사건들을 헌법과 법률에 따라 최대한 비정치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재판관들의 기능이라는 것이다.

▽헌재는 정치적 사법기관=하지만 헌재의 재판권은 본질적으로 ‘고도의 정치적 성격’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 위헌법률 심사, 탄핵 심판, 정당의 해산 심판, 헌법소원 심판, 국가기관 사이(중앙-중앙, 중앙-지방, 지방-지방정부)의 권한 쟁의에 관한 심판 등 ‘고도의 정치적 해석’이 필요한 사안들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도 정치적 사안의 전형적인 사례다. 이런 의미에서 ‘정치적 사법기관’인 헌재는 ‘법치주의 이외의 헌법 정신 요소’도 폭넓게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

예를 들어 ‘권력분립’ 원칙은 국회가 대통령의 권한을 어느 정도까지 견제하는 게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진다. ‘탄핵제도의 취지’와 관련해서는 ‘얼마나 중대한 잘못이 있어야 대통령을 파면할 수 있을지’가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주권재민은 국회(탄핵소추인)와 대통령(피소추인) 중 어느 쪽이 주권자의 뜻을 진정 대변하는가와 연관될 수 있다.

문재완 단국대 법대 교수(헌법학)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사유는 대통령의 국정운영 능력과 방식에 대한 평가를 수반하는 정치적 판단이 개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법률적 판단이 가장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탄핵 심판 결정이 미칠 정치 사회적 파급효과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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