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청문회]홍인길의원 「답변카드」사전준비 눈길

  • 입력 1997년 4월 12일 20시 06분


12일 한보청문회에서 洪仁吉(홍인길)의원은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의 질의가 있을 때마다 자신의 변호인이 질문 내용에 따라 여러가지 답변태도를 유형화한 조그마한 메모를 활용하는 치밀한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날 홍의원의 변호인으로 청문회장에 함께 나온 蘇東基(소동기)변호사는 증인석 바로 옆에 마련된 변호인석에서 홍의원의 옆에 바짝 붙어앉아 답변태도와 내용에 대해 신속하고 활발하게 조언해주었다. 소변호사가 준비해온 메모는 가로 10㎝ 세로 5㎝ 정도 크기의 종이에 「천천히 길게」 「짧게」 「화내지 말 것」 「죄송하다」 「놀라지 마시오」 등 10여개의 문구를 미리 인쇄한 것. 소변호사는 「변호인석」 명패뒤에 이 메모를 감춰놓고 의원들의 질의가 있을 때마다 적절한 답변태도를 골라 이 메모를 홍의원에게 보여줘 그런 식으로 답변하도록 유도했다. 예를 들어 「천천히 길게」라는 메모를 보여주면 홍의원은 메모를 쳐다본 뒤 침착한 태도로 느릿느릿 답변했다. 또 의원들의 질의가 인신공격성이어서 자칫 홍의원이 흥분할 기미를 보이면 소변호사는 재빨리 「화내지 말 것」이라는 메모를 찾아내 홍의원에게 보여주면서 실언하지 않도록 주의를 주었다. 소변호사는 적절한 메모를 골라주는 역할뿐만 아니라 수시로 즉석에서 답변내용을 간략히 적어 홍의원에게 건네주기도 했다. 홍의원측은 『지난달 중순부터 보좌진이 두차례에 걸쳐 수십개 항목의 예상질문을 마련해 구치소에 넣어주고 도상연습을 하는 등 치밀하게 청문회에 대비해 왔다』며 『홍의원의 말 한마디가 엄청난 파문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만큼 「조언메모」를 준비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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