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주말농장 다녀왔는데 구토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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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4월 15일 15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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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A씨는 얼마 전 주말 남편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 그리고 또다른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비숑프리제 공주와 함께 시에서 분양 받은 주말농장을 다녀왔다.

고추를 심을까, 배추를 심을까. 아니면 감자, 상추, 고구마, 땅콩? 이런 즐거운 생각을 하면서 근 반나절을 밭을 갈고, 비료를 준 뒤 돌아 왔다. 참 하루를 알차게 보냈다는 뿌듯함이 가슴 속에 가득했다.

그런데 그날밤은 공주 때문에 악몽으로 변했다. 돌아올 때부터 시무룩하던 공주가 집에 도착해서는 구토를 심하게 하고, 피가 섞인 설사까지 해대는 것이었다. 근처에 병원이 없는지라 급한대로 평소 적어둔 동물병원 선생님에게 전화를 했다.

수의사는 응급이 가능한 2차 동물병원을 소개해 줬고, 부리나케 달려갔다. 수의사의 진단은 독성물질 중독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꽤 흘러 입원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입원치료 뒤 나아지고 있는 것이 천만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주말농장에 독성물질이라도 묻혀 있었던 것인가. 시에서는 분명 그럴 일은 없다고 했는데. 수의사와 상담해 본 결과 뜻밖에도 작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밭에 뿌린 유기농 비료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것은 이해를 돕기 위해 가상으로 지어낸 이야기다. 하지만 주말농장은 물론 산책길에도 유기농 비료 때문에 이런 일을 충분히 겪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권고다.

한국수의응급의학회(회장 이혜경)에 따르면 유기농 비료에는 대부분 유박이라는 물질이 포함돼 있다. 유박은 씨앗에서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다. 간혹 피마자(아주까리) 유박이 비료 원료로 쓰인다.

피마자가 문제다. 피마자 특히 피마자 씨앗에 중독증상을 일으키는 리신(Ricin)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다. 리신은 단백질 합성을 억제해서 세포를 죽게 만드는 독성물질로서 반려동물이 섭취하거나 흡입했을 때 문제를 일으킨다.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피마자 기름은 열처리를 통해 독성을 제거하지만 피마자나 피마자 유박은 그런 처리 과정이 없다. 그래서 피마자 유박으로 만든 비료를 섭취할 경우 공주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유기농 비료의 모양이 마치 사료처럼 생겼다면 개들을 더 유혹할 수도 있다.

반려견이 피마자를 섭취한 경우 치사율은 9%, 피미자 유박 비료를 섭취한 경우에는 치사율이 85%에 달한다는 보고가 있을 만큼 피마자 유박 비료를 매우 위험하다.

피마자 유박 비료는 비단 주말농장에서만 사용되지는 않는다. 지자체들은 주변 경관을 아름답게 가꿀 목적으로 수변을 정리하거나 산책길 중간을 가꾸기도 한다. 이런 곳에서도 사고 가능성이 있다.

만일 유기농 비료가 뿌려졌을 만한 곳을 다녀온 뒤 급성 구토와 설사를 보인다면 서둘러 동물병원을 찾을 필요가 있다.

수의응급의학회는 "반려견들이 텃밭이나 농장, 산책로에 뿌린 유기농 비료를 섭취하고 중독을 일으켜 희생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가정용 화분용 고형 비료 중에서도 유박이 포함된 경우가 있는 만큼 비료 성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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