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후 마비..그리고 칼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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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4월 14일 0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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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이요!!!” 부자(父子) 관계로 보이는 두 남자가 다급한 목소리로 하얀 포메라니안을 안은 채 병원으로 뛰어 들어왔다. 환자는 숨을 가쁘게 쉬면서 온 몸을 떨고 있었고 언뜻 발작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응급 약물을 준비하기 위해 대략적인 체중을 보려고 눈으로 몸매를 빠르게 스캔하는 중에 눈에 딱 띄는 것이 있었다. 바로 매우 커진 유선이었다. 혹시 최근에 출산 했는지 보호자에게 물었더니 맞다며 새끼를 낳은지 보름이 조금 넘었다는 것이다. 치료의 방향이 완전히 바뀌는 순간이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바로 칼슘이었다.

산후마비(puerperal tetany) 또는 자간증(Eclampsia)이라고 하는 이 질환은 태아의 골격형성을 위한 칼슘 동원 또는 산후 과도한 모유생산으로 인해 혈액 내에 칼슘농도가 낮아지면서 나타난다. 소형견에서 흔하고 출산 후 1-3주 이내에 발생빈도가 높지만 드물게 임신 후반기나 분만 중에 나타나기도 한다.

초기에는 안절부절 못하고, 헐떡거림(panting), 침흘림 등의 증상이 나타나다 심해지면 몸에 강직증상이 와서 제대로 걷지 못하고 경련, 40도 전후의 고체온증, 빈맥(tachycardia=심장박동이 지나치게 빠른 상태) 등이 나타나 결국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진단은 증상과 혈액검사를 통해 내릴 수 있고 치료반응이 빠르고 좋아서 제때 치료만 받는다면 예후는 좋다.

보호자는 칼슘이 부족하면 뼈나 좀 약해지는 줄 알았지 이렇게 생사를 넘나들 줄은 몰랐다며 자책했다. 물론 몸의 대부분의 칼슘은 뼈에 저장되어 있지만 혈액과 근육에 존재하는 소량의 칼슘은 심장을 뛰게 하거나 신경 자극을 전달 하는데 필수적이기 때문에 생명유지에 꼭 필요하다.

한번 산후마비를 겪은 경우 다음에도 겪을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미리 예방하는 것이 좋다. 임신 중 과도한 칼슘섭취는 오히려 체내에서 칼슘을 조절하는 호르몬의 작용을 방해하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고 분만 후부터 칼슘제를 급여하며, 칼슘 조절에 상호작용을 하는 인(P)과 비타민 D가 포함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저칼슘혈증 외에도 임신과 분만 후에는 저혈당증과 탈수 등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영양관리가 중요하다. 자견용 사료나 임신견 사료를 제공하여 증가된 에너지 요구량을 충족시켜줘야 한다. 또한 가장 높은 열량을 요구할 시기는 출산 3-6주차 이므로 이 시기에 영양적으로 더 신경써야 한다.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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