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파티’… 야릇한 상상했다면 당신은 구세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2030 ‘파티룸’으로 변신한 모텔, 당구대·스파 등 시설 좋고 가격 저렴
직장인 회식이나 가족 모임도 늘어

최근 젊은이들로부터 인기를 모으고 있는 모텔 파티룸 내부. ‘여기어때’ 제공
최근 젊은이들로부터 인기를 모으고 있는 모텔 파티룸 내부. ‘여기어때’ 제공
7일 서울 종로구 피맛골에 위치한 한 모텔. 대로가 아닌 상가 뒷골목 근방에 있는 것은 여느 모텔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이 모텔은 종로 근방에서 파티룸으로 유명한 곳이다. 평일 저녁이나 주말이면 20대 젊은이들이 파티를 하기 위해 모텔을 찾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모텔 파티’란 말에서 뭔가 ‘질척’(?)한 상상을 했다면 구세대 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 과거 레지던스나 호텔방을 빌려 모임을 갖던 젊은이들은 요즘 모텔로 장소를 옮겼다. 모텔 파티룸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4, 5년 전부터.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모텔에 대한 정보와 이용객 후기를 담은 댓글을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이 모텔의 송영신 매니저는 “생일잔치부터 개강파티, 동아리 모임 같은 20대 모임이 70∼80% 정도 된다. 최근에는 직장인 회식이나 결혼 피로연, 가족 모임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30대 중반 여성인 기자로선 대낮에 모텔을 출입하는 게 어쩐지 쑥스러웠다. 하지만 송 매니저는 “과거와 달리 요즘엔 여학생들도 모텔 출입을 꺼리지 않는다”면서도 “모텔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 손님도 있다 보니 파티룸 출입구는 따로 만들어놨다”고 했다. 실제 지하 1층의 파티룸으로 향하는 출입구는 모텔 정문과 떨어져 있어서 언뜻 보기엔 다른 상가처럼 느껴졌다.

99m²(약 30평) 남짓한 이 모텔의 파티룸은 모텔과 호프집을 섞어 놓은 듯한 분위기였다. 당구대 탁구대 소파 TV 노래방기계와 함께 20∼30명이 이용할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있다. 최근에는 젊은 층의 취향을 고려해 미니 수영장, 스파, 야외 테라스 공간 등을 제공하는 모텔도 생겨나고 있다.

모텔 파티룸의 가장 큰 장점은 싼 가격이다. 적게는 5만∼10만 원부터 많게는 30만∼40만 원 선이다. 특히 주류와 음식 반입이 가능해 1인당 2만, 3만 원 정도면 ‘밤새’ 저렴하게 파티를 즐길 수 있는 셈이다.

숙박 애플리케이션 ‘여기어때’에서 이용자가 자주 검색한 키워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4년 10∼12월 파티룸의 언급 횟수는 전체 검색어 중 8.2%에 불과했지만 2015년 같은 기간에는 15.8%로 늘었다. 모텔 파티룸에서 친구들과 종종 모임을 갖는다는 회사원 김모 씨(27·여)는 “대학 동아리에서 MT를 가는 대신 도심 모텔을 이용한 게 첫 시작이었다”며 “요즘도 친구들과 파자마 파티를 시설 좋은 모텔에서 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모텔#모텔 파티#파티룸#파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