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Beauty]우리 딸이 맞는 자궁경부암 백신 얼마나 아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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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V 질환과 예방접종

정부는 올해부터 12세 이하 여아에게 자궁경부암 원인인 인유두종 바이러스(HPV)의 백신 접종을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자궁경부암을 비롯해 다양한 HPV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를 매일 진료하는 의사로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HPV 질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여전히 낮다. HPV는 종류가 100여 가지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다. 종류에 따라 나타나는 질환도 매우 다양하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감염될 수 있는데 여성에게는 자궁경부암을, 남성에게는 음경암 등을 유발한다. 최근 통계자료에 따르면 35세 미만의 자궁경부암 환자 비율이 2배 정도 증가했다. 실제 진료 받는 환자들을 봐도 나이가 점점 어려지고 있다는 것을 직접 느낄 수 있다.

게다가 HPV는 암뿐 아니라 전염과 재발이 잘되는 생식기 사마귀도 유발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연간 3000만 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따르면 환자 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재발이 잘되고 완치가 쉽지 않은 질환이라 환자들이 느끼는 정신적 고통의 수준은 매우 높다. 심지어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와 비슷하다고 할 정도다. 이처럼 중요한 질환인데 아직까지 사람들의 관심이 크지 않다는 사실이 의료인으로서 매우 안타깝다.

하지만 생식기 사마귀는 백신 접종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이 같은 HPV 질환을 널리 알려 예방하도록 하는 게 바로 의료인의 사명이다.

HPV 예방 백신을 선택할 때는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유럽의약국(EMA)에 따르면 백신을 평가할 때 면역원성 및 예방효과, 안전성, 시판 후 조사 등을 고려하도록 권고한다. 따라서 혈중 항체값뿐 아니라 다양한 해외 연구에서 실제로 백신 접종을 통한 예방 효과가 얼마나 나타났는지, 질환의 발병률이 얼마나 감소했는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 또 백신의 지속성 및 안전성 확인도 필수다. 모든 의약품이 그렇듯 백신 또한 각국 보건당국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마련된 허가사항을 기준으로 논의돼야 한다. 허가사항에 없는 특정 연구의 일부 결과만 가지고 ‘좋다’ ‘나쁘다’를 평가하는 것은 위험하다.

HPV 예방 백신은 전 세계 65개국, OECD 34개국 중 29개국에서 국가 필수예방접종사업에 도입될 만큼 관심이 높다.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시행되는 국가 필수예방접종사업을 계기로 일반인의 인식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랑하는 딸들이 맞는 백신인 만큼 정확히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의료진이 보다 큰 책임감을 갖고 정확한 의료상담에 힘써야 할 것이다.
남주현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 (아시아태평양산부인과학회회장)
남주현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 (아시아태평양산부인과학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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