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연예인 사망사고를 두고 “5년 전 시행한 위밴드 수술의 부작용이 원인이었다”는 루머가 퍼지면서 위밴드 수술의 합병증 및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후 소속사 측에서 2012년에 위밴드를 제거한 사실을 밝히며 오해는 풀리는 듯했지만, 위밴드에 대한 의혹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이에 순천향대서울병원 외과전문의 김용진 교수와 정신의학적으로 비만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는 유은정의 좋은의원 유은정 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위밴드 수술과 비만 치료에 대해 다시 살펴봤다. EDITOR 곽은영 PHOTOGRAPHER 권오경INTERVIEW 순천향대서울병원 김용진 교수, 유은정의 좋은의원 유은정 원장
심각한 비만은 질병으로 분류돼 치료의 대상이 된다. 위밴드 수술은 식이요법과 운동, 단식, 식욕억제제 등 여러 방법을 시도했음에도 체중 감량에 실패한 고도비만 환자의 치료를 목적으로 한다. 위밴드 수술은 식도와 위 사이에 인공보형물인 실리콘 밴드를 삽입해 식사량을 물리적으로 줄이고, 식도와 위 사이의 신경을 자극해 빨리 포만감을 느끼도록 함으로써 고도비만 환자가 체중감량 및 유지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의료기관과 환자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개 수술 당일 퇴원이 가능하고, 1~3개월 간격의 외래 진료를 통해 밴드의 용적을 조절하는 치료(필링)를 받게 된다. 용적 조절 치료란 밴드에 식염수를 주입해 위의 통로를 조절하는 것이다. 위의 통로가 좁아지면 섭취한 음식은 모래시계 속의 모래처럼 천천히 내려가게 되고, 이로 인해 적은 양의 음식을 섭취해도 금세 포만감을 느끼게 된다. 이를 통해 비만 환자는 생활 습관 교정 및 체중 감량과 유지를 지속한다. 위밴드 수술의 기준과 안전장치 고도비만 수술은 비만을 방치해서 오는 합병증의 위험성이 수술의 위험성보다 높다고 여겨질 때 시행한다. 고도비만 수술에는 위우회술, 위절제술, 위밴드술이 있는데, 전 세계적으로 위밴드술은 그중 세 번째로 많이 시행되는 수술로 고도비만 수술을 대표하는 수술이라고 할 수는 없다. 국내의 경우 밴드의 수입 현황과 그간 학회 발표 자료를 근거로 봤을 때, 2011년 이후 연간 1,000건 이상의 위밴드술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위밴드 수술은 고도비만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술로 비만과 다이어트로 고민하는 모든 사람에게 권할 수 있는 수술은 아니다. 현재 동아시아의 경우, 고도비만 수술에 있어서 아래의 기준을 따르고 있다. 고도비만 수술의 기준 ▶ 체질량 지수(BMI): 35kg/㎡ 이상인 경우 ▶ 체질량 지수 30~35kg/㎡이면서 비만 관련 질환이 동반된 경우 ▶ 비만관련 질환: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퇴행성 관절질환, 수면 무호흡증, 다낭성 난소 증후군, 간질환 등 그러나 이러한 가이드라인이 있음에도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미용수술이나 성형수술처럼 위밴드 수술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무분별한 수술을 줄이기 위해 각 병원에서는 대학병원 의료진의 소견서 제출 시에만 수술을 진행하거나 수술 결정 숙려 제도를 도입하는 등 안전장치를 두는 경우가 늘고 있다.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는 무분별한 위밴드 수술에 대한 정도관리의 필요성을 느끼고 다각도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도비만 수술의 대상을 명확히 정해놓고 의료보험을 적용하는 것이 전체 환자의 안전을 도모하는 최선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비만수술에는 정신과적 치료 병행이 필수 수술 전 안전장치에는 정신과적인 상담도 포함된다. 위밴드 수술은 다른 고도비만 수술보다는 초기 합병증이 적은 편이지만, 환자가 수술 후 식이 원칙을 지키지 않거나 사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밴드가 미끄러지는 이탈 또는 밴드가 위벽을 파고드는 미란, 식도 확장, 감염 등의 중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환자에게는 이중의 스트레스가 발생하는데, 이를 미연에 방지하는 방법 중 하나가 충분한 상담이다. 고도비만 환자 또는 위밴드 수술을 받은 사람 중에는 이미 정신과적인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 불면증, 스트레스, 식사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비만은 체질적인 원인을 제외하면 식욕조절이 관건인데, 식욕을 조절하는 중추는 뇌에 위치해 스트레스나 과로, 우울증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스트레스성 물질은 신경전달 물질을 교란시켜 탄수화물 중독, 과식, 폭식 등의 식사장애를 유발한다. 특히, 식후 2시간 이내에 느껴지는 배고픔을 ‘가짜 식욕’이라고 부르는데, 비만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끼니때 찾아오는 ‘진짜 식욕’을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배고픔을 위장한 이 ‘가짜 식욕’ 즉, ‘심리적인 허기’를 줄이는 것이다. 여기에는 스트레스, 우울증, 완벽주의, 강박증 등을 치료하는 심층 심리치료가 도움된다. 또 폭식증의 원인이 되는 낮은 자존감을 높여주는 ‘자존감 심리치료 프로그램’ 등을 받는 것도 도움이 된다.
Q. 정신의학적인 측면에서 비만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는데, 위밴드 수술을 포함한 비만 수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유은정 원장 : 고도비만 수술은 사후관리가 중요하다. 수술 후 지켜야하는 생활습관과 식사원칙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환자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처음부터 외과 의사와 정신과 의사가 한팀이 되어 환자의 동기부여를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제 미국에서는 비만 수술의 경우 외과와 정신과가 하나의 팀을 이뤄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또, 다이어트를 한 사람 중 98%가 체중이 더 늘어나는 경우를 경험하는데, 이를 예방하려면 감정을 효과적으로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한다. 심리적인 요인으로 위밴드 수술을 고려하는 사람 중에는 자신의 욕구를 돌보는데 서툰 사람들이 많다. 자존감 상담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 있는데, ‘자신을 돌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인 자존감은 건강한 식습관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은 물론, 그 습관을 유지하도록 도와준다. 건강한 식습관을 가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밴드 수술을 하게 되면 감정과 식사 행동의 연결고리를 끊기 어렵다. 자신에 대해 이러한 확신이 있을 때 수술적인 요법도 더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Q. 위밴드 수술은 비만 환자들의 위에 밴드를 묶어 식욕조절을 돕는 수술이다. 수술 자체만 두고 본다면 위를 묶는다는 발상이 안전성과 효율성에 대한 의문을 들게 할 수 있지 않나? 김용진 교수 : 위밴드 수술의 안전성을 이해하려면 수술 관련 사망률을 살펴보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위밴드 수술은 다른 두 고도비만 수술(위절제술, 위우회술)에 비해 수술 자체의 위험도가 낮으며, 수술 관련 사망률 또한 0.05% 내외다. 단, 위밴드 자체가 인공보형물이기에 장기적으로 보면 기기 관련 합병증이 약 20% 내외에서 발생할 수 있다. 경미한 경우가 대부분이기는 하나 밴드의 이탈이나 밴드의 미란 등 재수술이 필요한 합병증이 전체적으로 약 1% 내외에서 발생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위밴드술은 4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만큼 데이터가 축적된 수술이다. 그동안 밴드의 재질이나 수술 기법에 변화가 있었지만, 위밴드술은 전체적으로 초과 체중의 50% 내외가 감소하고 유지된다는 장기결과가 주를 이루고 있다. Q. 해외 논문에 따르면, 위밴드 수술은 5년 후 합병증의 위험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위밴드 환자 중 50%가 재수술, 25%가 합병증을 경험하고, 73%가 다시 위밴드 수술을 받고 싶지 않다고 답한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김용진 교수 : 이런 논문들에는 몇 가지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밴드 자체 및 수술 기법이 발전한 2,000년 이후에 수술한 환자들만을 대상으로 제한하면 합병증이나 재수술의 빈도는 언급한 수치의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또한, 합병증의 퍼센트가 숫자로는 높지만 대부분 경미한 것이 사실이며, 그 치료 역시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것처럼 밴드 이탈과 상부로의 확장, 밴드 미란, 조절포트나 케이블과 관련된 합병증, 그리고 불충분한 체중감소 등이 재수술의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질문의 내용은 분명 중요한 부분이고, 전 세계적으로 위밴드술의 시행이 감소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유은정 원장 : 위밴드술은 위를 절제하는 다른 수술 방법보다 초기 합병증이 적다. 하지만 환자가 수술 후 식이 원칙을 지키지 않거나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합병증과 감염의 위험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체중증가에 대한 두려움으로 성급하게 수술을 결정하고 난 뒤 후회하는 사람도 많이 봤다. 또, 수술 후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거나 수술 이후 수칙을 잘 지키지 못해서 우울증이나 폭식이 더 심해지는 경우도 봤다. 위밴드 수술을 결정하기 전후에 충분한 정신과 상담이 포함되어야 한다.
Q. 고도비만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과연 수술만이 최선일까? 김용진 교수 : 쉽게 이해하자면 다른 치료 즉, 식이, 운동, 약물, 인지행동요법 등은 고도비만에는 일시적인 효과만 있을 뿐이다. 장기적으로는 결국 원래의 체중으로 돌아가는 ‘요요’가 나타나게 된다. 실제로 체중이 많이 나가는 상태가 지속되는 것보다 요요가 건강에는 더 많은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국, 기존치료의 장기적인 실패로 수술이 하나의 대안이 되었고, 현재 문헌상 그리고 임상 결과 고도비만 치료에 있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결과를 보인 것은 수술이다. 즉, 수술은 고도비만 환자에 있어 최선인 동시에 유일한 방법이다. 특히, 비만 관련 질환이 이미 발생한 경우에는 수술의 가치가 더욱 높아지게 된다. 유은정 원장 : 수술 전 정신과적인 상담을 통해 다른 비수술적인 방법을 살펴볼 수도 있다. 감정적 폭식을 가진 사람들에게 고도비만 수술은 원인을 제거하는 치료가 아니다. 모든 행동의 이면에는 심리적인 요인이 있다. 행동심리학적 관점에서 볼 때 먹는 행동 역시 이를 유발하는 ‘심리’와 ‘사고’가 동반되므로 먼저 그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심리교육 프로그램 FACE(Focus Awareness on Chronic over Eating)를 통해 만성적인 과식의 행동 원인을 알아내고 세밀하게 수정하는 인지행동치료를 하고 있다. Q. 각 분야의 전문의로서 위밴드 수술 혹은 비만 수술을 고려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김용진 교수 : 어떤 수술이든 마찬가지지만 비만 수술 또한 수술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중요하다. 고도비만 수술에는 여러 방법이 있다. 그 수술이 필요한 환자라면 각각의 수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전문의에게 장기 결과 및 후유증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고 상의한 후에 수술을 결정해야 한다. 반대로 수술이 꼭 필요한 환자가 막연한 두려움으로 수술 자체에 대해 이해조차 하지 않으려 할 때도 있어 안타깝다. 현재 임상의학에서 고도비만 치료의 유일한 대안이 수술이라는 사실은 명백하다. 그러니 수술이 꼭 필요한 환자의 경우 충분한 상담을 통해 최선의 방법을 찾길 바란다. 유은정 원장 : 위밴드 수술은 식욕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주는 수술이므로 여기에만 전적으로 의지해서는 안 된다. 폭식으로 이어지기 전의 상황, 스트레스 유발 요인, 대처방안 등에 대해 인지행동 치료적인 접근과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행동을 바꿀 수 있는 동기부여가 필요한데, 우울하거나 스트레스로 무기력해져 있어 스스로 그 힘을 찾지 못하겠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정신과라고 해서 거부감부터 갖지 말고 비만과 폭식의 진짜 이유인 심리적인 원인을 마음속에서 찾아보는데 용기를 가져보면 어떨까. 용기 있는 자만이 변화할 수 있다. 기사제공 = 엠미디어(M MEDIA) 라메드 편집부(www.remede.net), 취재 곽은영 기자(kss@egihu.com) 촬영 권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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