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애완견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수단일지 모른다. 하지만 배우 윤승아에게는 삶과 추억을 공유하는 가족이다. 애견스타 윤승아의 반려견과 함께 하는 일상을 소개한다. 밤비야, 가족이 되어줄래? 배우 윤승아에게는 ‘애견스타’, ‘동물애호가’, ‘펫승아’라는 별명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그녀의 트위터에는 반려견 ‘밤비’와 ‘부’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그 덕에 ‘밤비’와 ‘부’도 사람들에게 꽤 얼굴이 알려진 인기스타다. 게다가 윤승아는 반려견을 키우고 나서부터 동물보호 활동에 깊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팬들이 붙여준 애견스타라는 별명은 그냥 생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그에게는 다소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동물보호에 앞장서는 의식 있는 활동가도 아니고, 그저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평범한 한 사람일 뿐인 제게 너무 거창한 이야기 같아요. 하지만 동물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해요.” 이는 동물들에게 많은 사랑과 배움을 얻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녀는 동물을 직접 키우면서 얻은 사랑과 행복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더 큰 사랑을 나누고자 한다.
대학에서 섬유디자인을 전공했던 윤승아는 졸업작품 준비차 서울에 왔다가 우연히 길거리 캐스팅이 됐다. 그녀는 알렉스&지선의 <너무 아픈 이 말>뮤직비디오를 통해 첫 데뷔를 하고 본격적으로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일이 마냥 즐거웠어요. 하지만 정식으로 연기를 공부하거나 오랜 시간 준비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한계에 부딪혔고, 설상가상 몸담았던 소속사에 문제가 생겨 2년 정도를 쉬어야 했죠. 나에 대한 실망, 사람에 대한 상처,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모든 것들이 부정적으로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행히 지금의 소속사에 둥지를 틀었지만, 상처가 너무 깊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윤승아는 지인에게 “강아지를 키워보면 어떻겠냐?”는 조언을 듣는다. 그리고 평소 동물을 워낙 좋아하는데다 혼자 사는 적적함을 덜어 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강아지를 입양하게 된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의 저에게는 ‘온기’가 간절히 필요했던 것 같아요. 사람들을 밀어내고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 있는 와중에도, 마음 한편에는 누군가와 함께 하기를 바랐거든요.” 그렇게 강아지를 키우기로 결심한 그녀는 운명적으로 ‘밤비’를 만났다. 그렇게 밤비는 그녀의 가족이 되었다. 고요한 밤, 밤비 의 작은 숨소리는 그녀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줬다. 그런데 막 상 밤비를 키우고 나서부터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고, 모든 것이 어렵기만 했다. 아파서 낑낑대기라도 하면 어떻 게 해야 좋을지 도무지 알 방법이 없었다. “이때만 해도 ‘반려동물과 함께 한다’는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 했던 것 같아요. ‘혼자 있는 것보다 덜 외롭겠다. 같이 놀면 즐겁겠다’는 정도만 생각했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 이 필요한지는 알지 못했으니까요.” 많은 시간과 정성을 반려견에게 쏟아야 했고, 때마다 밥을 주는 것과 목욕은 기본이었다. 무엇보다 생후 얼마 되지 않은 어 린 강아지라 뭘 잘 못 먹는다거나 다치지는 않을지 일거수일투족을 챙기느라 집을 비울 수가 없었다. 개인적인 시간이 줄었고, 친구도 거의 만나지 못 했다.
“반려견은 단순히 ‘키우는’ 존재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존재예요.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제대로 소통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에요”
귀염둥이 반려견, ‘밤비’와 ‘부’ 일을 하면서도 집에 혼자서 외롭게 있을 밤비 생각에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이 많아졌다. 촬영이 끝나면 쏜살같이 집으로 달려갔지만 밤비에게 미안한 생각을 지울 수는 없었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동생을 만들어 주자는 생각이었다. “밤비가 가족이 된지 6개월 만에 부를 입양하게 됐어요. 부는 밤비가 다니던 동물병원에서 분양 중인 닥스훈트였어요. 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유난히 작고 힘없이 보였죠. 두 마리를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지만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부를 집으로 데려왔어요.” 그 후 하루하루가 전쟁이었다. 밤비가 짖으면 부가 따라 짖고, 한 마리를 진정시키면 다른 한 마리가 정신없이 굴었다. 게다가 둘은 종이나 성격, 외모도 너무 달라 각각에 맞는 보살핌과 대처가 필요했다. “누군가와 함께 걷기 위해서는 많은 정보가 필요해요. 상대의 걸음 속도를 알아야 보폭을 맞출 수 있고, 그가 오르막을 힘들어하는지 내리막을 어려워하는지를 알아야 배려할 수 있죠. 강아지와 함께 사는 일도 다르지 않아요. 한 가족으로 지내기 위해서는 강아지마다 성향과 특징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보살펴야 해요.” 사료를 살 때도 강아지에 맞게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강아지마다 입맛과 체질이 달라 적합한 사료가 따로 있어서다. 샘플 사료를 미리 먹여보고 사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 마트에서 대량 구매하는 것이 저렴하지만 비싸더라도 병원에서 강아지의 체질에 맞게 추천받은 사료를 구입하는 것도 괜찮다. 강아지를 키우면서 윤승아는 많은 것을 얻었다. 언제나 자신의 편이 되어주는 반려견으로 인해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눈물을 흘리거나 푸념을 하는 등의 사람들 앞에서 보이기 싫은 모습이나 행동도 밤비나 부 앞에서는 부끄럼 없이 보일 수 있었다. “밤비와 부는 항상 제 눈을 응시하고 제 말에 귀를 기울여요. 제가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일일이 다 반응해요. 일하러 나가는 저를 향해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듯 서운함을 표현하고, 일을 마치고 들어오는 저를 이산가족 상봉하듯 열렬히 반겨주죠.” 사실 윤승아의 어머니는 강아지 키우는 것을 반대했다. 강아지 털 때문에 그녀의 호흡기에 문제가 생겨 병원에서 키우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딸을 보러 내려온 윤승아의 어머니는 윤승아가 강아지와 함께 지내는 것을 실제로 보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다고 한다. “강아지에게 사랑을 많이 받아서인지 저의 사고방식이 긍정적으로 변했고 행복해 보인다고 어머니가 말씀하시더라고요. 스케줄 때문에 집을 비우면 밤비와 부가 현관문 앞에서 제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데, 어머니가 밤비와 부를 아무리 불러도 현관 앞을 떠나지 않는대요.” 주인에게 버려지는 강아지들 2013년 6월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애완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천만 명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동고동락하는 개들에 대한 배려의 일환으로 애완견이라는 말 대신 ‘반려견’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하기도 한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지난 8월 21일부터 26일까지는 반려동물과 그 주인이 함께 하는 축제인 ‘제2회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ANFFiS2014)’가 열려 국내 애견인의 열띤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아직도 일각에서는 몇 년을 함께 살았던 개를 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아무런 거리낌 없이 버리거나 말을 잘 안 듣는다는 이유로 학대하기도 한다. “밤비와 부로 인해 다른 동물들과 유기견, 환경 문제 등의 사회문제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내 삶,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새롭게 바라보는 눈을 갖게 된 거죠. 사람 때문에 상처받은 동물을 보면서 ‘내 고통이나 고민은 아무것도 아니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했고, 마음을 표현하고 소통할 수 있음에 감사하게 됐어요.” 겉으로 화려해 보이는 배우라는 직업에도 스트레스나 공허함, 우울함은 언제나 자리 잡기 마련이었다. 타인에게 비치는 모습이 중요해 알게 모르게 자신을 억압하게 되니 마음의 병은 점점 깊어져갔다. 그런 윤승아에게 가수 이효리가 해준 긴급 처방은 “동물보호소에 가보라”는 것이었다. “효리 언니는 아무것도 모른 채 그곳에서 고통받는 강아지들을 보면 느끼는 게 있을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무거운 마음으로 향했던 보호소는 어느덧 제게 에너지의 원천, 힐링의 장소가 됐어요.” 윤승아는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소개로 ‘마석 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직접 보호소에 가보니, 그곳은 사람들의 손길이 절실한 곳이었다. 한 사람이 70여 마리의 유기견을 돌보고 있어 강아지 목욕, 견사 청소, 중성화 수술 등 해야 할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봉사활동을 다녀온 뒤로 며칠간은 잠을 자지 못했어요. 자꾸 보호소 강아지들이 생각나서 마음이 아팠거든요. 한 번의 봉사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시간이 될 때마다 보호소를 찾았어요. 강아지와 사람은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지만, 마음의 교감으로 많은 것을 느끼고 사랑해요. 어떻게 보면 봉사는 강아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저를 위한 거예요.” 독일에서는 개를 키우는 사람들이 내는 별도의 세금으로 유기동물보호소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유기동물을 안락사 시키지 않는 노킬(NO-Kill)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한 독일의 유기견 입양률은 무려 90%에 이른다고 한다. 물론, ‘애완견은 가족’이라는 등의 감성에 호소하는 캠페인도 필요하다. 하지만 애견 전문가들은 애완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실질적인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법률을 제도화하고, 강아지를 대량생산하는 공장식의 판매구조부터 바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배우 윤승아와 ‘밤비’, ‘부’의 행복한 동행이 오래도록 이어질 수 있도록, 애완견에 대한 사회적인 제도와 인식부터 바꾸어가야 할 것이다. 자료제공 : <강아지야 너 무슨 생각해?>(북노마드) 기사제공 : 엠미디어(M미디어 www.egihu.com) 김효정 기자(kss@egih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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