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메드] 고창 베리팜, 자연농으로 만든 건강한 베리를 만나다

  • 입력 2014년 8월 25일 10시 27분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지 않고 농약 없이 스스로 성장한 우리 농산물을 생산하는 곳이 있다. 공해 없는 청정지역에서 친환경 농법으로 건강한 베리를 만들어내는 ‘고창 베리팜’을 찾았다.

우리 가족이 먹는 친환경 농산물
8월 중순, 고창 베리팜 농장에는 아로니아의 수확이 한창이었다. 아로니아 나뭇가지에는 과실이 주렁주렁 탐스럽게 달려있었고, 가지가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밭고랑을 덮을 정도로 축축 늘어져 있었다.

밭고랑 사이사이로 간격을 두고 앉은 인부들이 수확을 시작하면서 아로니아 생과가 한가득 담겨 있는 소쿠리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고창 베리팜의 대표인 박재숙·오영은 부부는 수확한 아로니아 생과를 컨테이너박스에 담아 공장으로 옮기며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인부들의 점심시간, 박재숙 씨는 이제야 한숨을 돌린다. 그리고 소쿠리에 담긴 아로니아 생과를 씻지도 않고 그냥 입속으로 넣는다.

“벌레가 먹어 여기저기 뜯겼거나 삐뚤어지고 못난 모양이라도 농약 없이 스스로 성장해낸 우리 농산물에 더 가치를 둬야 해요. 외형보다는 내실을 따져야겠지요.”

농장 생성 이래 지금까지도 지키고 있는 그들만의 철칙은 ‘우리 가족이 먹을 수 있는 농산물을 재배하는 것’이다. 병충해 퇴치용으로 친환경 발효액을 사용해 작물 스스로 내성을 기를 수 있게 농사를 짓고 있다. 이는 농민으로서의 자부심이기도 하고 각종 방부제와 농약, 첨가물로 가득한 수입 농산물과 당당히 맞서는 길이기도 하다.

아로니아는 성공의 열쇠
박재숙·오영은 부부는 2005년, 오영은 씨의 사업실패로 귀농을 결심하게 됐다. 부부는 오영은 씨의 고향인 고창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터를 잡았다. 지금이야 ‘귀농’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많아지면서 귀농에 대한 교육이나 지원도 많았지만, 그 시절 귀농이라고 하면 ‘농사나 짓자’라는 막연한 푸념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저는 도시에서 잘 나가던 에어로빅 강사였어요. 인터넷 동호회 카페에서 남편을 알게 되었고 그렇게 우리는 만남을 이어갔어요. 그런데 남편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지게 됐죠.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고, 살아갈 길이 막막했어요. 그때 남편이 귀농 이야기를 꺼냈어요.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결국 남편의 부모님이 계신 고창으로 가서 농사를 짓게 되었어요. 땅은 정직하니까 땀 흘린 만큼 돌려주리라는 기대가 있었죠.”

그렇게 2006년부터 부부는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농작물에 대한 더 많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느낀 이들 부부는 전라북도농업기술원이 주관하는 고창 농촌개발대학 복분자 개발과에서 3년간 교육을 받았고, 2009년에는 농촌진흥청의 ‘벤처농업’ 교육을 이수했다.

복분자 재배로 시작한 그들은 복분자가 기후변화에 약하고, 3년 수확 후 재배지를 옮겨 땅을 쉬게 해야 한다는 현실이 답답했다. 최소 5년은 수확해야 투자비를 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준 것이 바로 자생력이 좋은 아로니아였다, 아로니아는 복분자를 옮겨 심고 휴식 중인 땅을 활용해 재배할 수 있었다.

“아로니아는 봄에 심기도 하고 가을에 심기도 해요. 보통 어린 묘목을 심는데, 성목을 심으면 그다음 해에 수확이 가능하겠지만, 활착이 안 되면 가지를 잘 못 뻗으니까 수확량이 작아질 수 있어요.”

아로니아는 식재 후 3년 차에 생산이 가능하고 10년 차까지 수확한다. 매년 2배 이상으로 수확량을 확보할 수 있고, 묘목이 비교적 저렴하고 아무데서나 잘 자라기 때문에 농민들에게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작물이다.

“아로니아 세계 총 생산량의 90%를 차지하는 곳이 폴란드에요. 음식을 짜게 먹는 습관을 가진 폴란드인은 고지혈증이나 비만 환자가 많다고 해요. 그에 대한 대책을 찾던 중에 아로니아가 혈관질환에 좋다는 것이 입증되면서 폴란드 정부에서는 아로니아 생산을 적극적으로 장려했죠.”

알이 굵고 당도 높은 고창 아로니아

아로니아의 안토시아닌 함유량은 블루베리의 4배가 넘는다. 안토시아닌은 우리 몸의 활성화산소를 제거해주고 당뇨 및 노화를 예방한다. 또한, 시력보호 및 체내 중금속 배출 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혈관을 튼튼하게 만들어 준다.

이러한 아로니아의 우수성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고창 베리팜에도 아로니아 생과와 원액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고창의 아로니아는 알이 굵고 당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고창은 베리 종류의 작물이 자라기에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어요. 전체 면적의 47%가 황토일 만큼 우수한 토질을 가지고 있고 서해가 가까워서 해풍의 영향을 많이 받거든요. 그래서 베리의 당도가 높아요.”

부부는 농장을 하면서 매일같이 아로니아 원액을 복분자와 섞어서 마셨다. 아로니아의 떫은맛을 복분자의 단맛으로 중화시키기 위함이었다. 이렇게 매일 음용하다 보니 아침에 일어날 때 개운하고 피로감이 덜했다.

“수확시기가 되면 매일같이 전쟁이에요. 많이 자야 하루 4~5시간이니까 거의 잠을 못 잔다고 할 수 있죠. 남편이 40대 후반이라 전립선 건강에 대비해서 미리 챙겨 먹는 것도 있는데, 확실히 피로감이 줄었어요”

생산, 제조, 유통까지 한번에
부부는 농사를 짓기 시작한 순간부터 베리 농사를 ‘농촌 6차 산업 성공모델’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졌다. 처음에는 가족끼리 조합을 만들어 직접 생산, 제조, 유통까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처음에는 부족한 생산물량을 채우기 위해 마을의 생과를 사들였어요. 그런데 품질이 조금 안타깝더라고요. 그래서 지난해에 영농조합법인을 만들었어요. 귀농 농가 20여 가구를 포함해서 30여 농가가 참여하고 있죠. 이렇게 결성된 생산자 단체는 한 달에 한 번씩 교육, 세미나 등을 통해 재배 방법이나 노하우를 전수하고 나눠요.”

부부는 고창의 복분자, 아로니아, 오디, 블루베리 등을 재배, 가공, 유통, 체험, 관광까지 일원화할 수 있는 베리팜힐링파크를 조성했다. 현재 베리팜과 함께 하는 조합원 40여 농가는 원료 수매를 통해 소득을 보장 받고, 온라인 직거래를 통해 고부가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이를 인정받아 지난해 AT유통공사에서 실시한 직거래 콘테스트에서 은상을 수상한 데 이어 지난 7월에는 농림축산식품부가 개최한 ‘6차 산업화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은상을 받기도 했다.

“고창 베리팜이 6차 산업의 명소가 되길 바라요. 선진농업 견학을 위해 먼 나라로 갈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도 재배, 가공, 유통, 서비스업까지 한곳에서 이뤄질 수 있는 공간이 바로 베리팜이 되는 거죠. 몇 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그런 농장이 되는 것이 우리의 꿈이에요.”

박재숙 대표는 자신이 이렇게 농사를 지으면서 살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새 농업에 애착을 가지고 더 나은 길이 없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자신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막연하게 경작만 하는 것이 농업의 전부가 아닌 세상이 되었어요. 1차 생산물을 가지고 판매를 하고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하죠. 젊은 인력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계속 더해진다면, 농업의 판로와 상품개발의 개척분야는 무궁무진하게 넓어질 거예요.”

모든 일에 해답이 없듯이,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도 없다. 직접 겪어보고 부딪쳐봐야 아는 것이 인생이듯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배우는 ‘답’은 그 무엇보다 값진 깨달음을 줄 것이다.

1차 산업에서 멈추지 않고, 농업, 제조업, 서비스업이 복합된 6차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고창 베리팜,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농장이다.

농장정보
주소 전북 고창군 공음면 구암리 1158-14 (재배농장)
전북 고창군 부안면 용산리 610번지 (베리팜힐링파크)
생산품 복분자, 아로니아, 오디, 블루베리
문의 063-563-1764~5
홈페이지 www.berryfarm.kr

사진·기사제공 : 엠미디어(M미디어) 라메드, 김효정 기자 (kss@egihu.com), 권오경 사진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